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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20 [사진 저널리스트]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20 [사진 저널리스트]
  • 김도형
  • 승인 2024.04.08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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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송봉근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김도형 198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 송봉근 (1989년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학과에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많았다.

소지한 카메라부터 달랐다.

모터 드라이브를 장착한 니콘 캐논의 최신형 35밀리 카메라부터 중형카메라인 핫셀블라드에 이르기까지 여하간 내가 가진 미놀타 XD5보다는 고급이었다.

그러나 나는 '명필이 붓을 가리랴', '서툰 목수가 장비 탓한다' 라는 말을 위안 삼으며 학교에서 요구하는 촬영에 임했다.

1학년을 마쳐갈 무렵 교내 전시실에서 전시를 한다고 사진을 한 장씩 내라고 했다.

고등학교에 다닐때 찍은 사진들은 고향집에 있었기에 새로 찍어서 내야했다.

비오는 날 학교 본관 앞을 지나는데 총장님의 그라나다 승용차 보닛에 눈길을 끄는 패턴의 빗방울이 맺혀 있어서 그것을 찍어서 제출했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어느 날 미술 수업이 있었다.

재미있는 입담으로 인기가 있었던 미술학과 장건조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더니 김도형이 누구냐고 하며 일어서 보라고 했다.

의아한 마음으로 일어서니, 전시를 봤는데 김도형 학생의 작품이 훌륭해서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던 장 교수님의 칭찬을 받은 학생이 되어 졸지에 사진을 잘찍는 학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사진학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진의 장르는 크게 세 가지 였다.

상업사진, 보도사진, 순수사진이 그것이었다.

나는 보도사진으로 진로를 정했다.

스튜디오를 차려야 하는 상업사진은 꿈도 못 꾸고 순수사진을 할만한 낭만적 여유도 없었다.

사진 저널리스트, 즉 언론사 사진기자가 되려면 높은 경쟁률의 입사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일단 먼저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에 간 첫날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며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언론사 시험에 합격하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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