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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한번은 꼭 맛보아야 할 우리 술, 감홍로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맛보아야 할 우리 술, 감홍로
  • 백준상기자
  • 승인 2015.11.3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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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홍로는 우리 전통술 가운데에서도 톱클래스로 손꼽히는 증류주이다. 감미로운 단맛, 황홀한 붉은 빛, 그리고 맑은 이슬을 뜻하는 감홍로(甘紅露)는 고려시대부터 평안도 지방에 전해오던 명주로서 골동반, 냉면과 함께 평양 3대 명물 중 하나로 알려진 술이다. 평양 기생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끼고 살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판소리 <수궁가>에서 자라는 토기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며 유혹하며, 판소리 <춘향가>에서는 성춘향이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과 마시는 이별주가 감홍로이다. 감홍로는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유득공의<경도잡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등에도 등장하며,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이강주, 죽력고와 함께 조선 3대 증류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감홍로는 6.25 전쟁으로 월남하기 전까지 대대로 평양에서 살아온 집안의 주조비법을 그 후손인 이기숙 명인이 복원했다. 원료로는 쌀 70%, 조 30%에 용안육 계피 진피 정향 생강 감초 지초 등을 사용한다.

감홍로의 제조과정은 먼저 누룩과 쌀로 빚은 술을 발효시켜 1차 숙성시킨 후 두 번 증류한다. 그런 다음 7가지 한약재를 침출시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낸다. 알코올 함량 40%로 오랜 저장이 가능하고, 묵힐수록 풍미가 좋아진다.

감홍로는 시각, 후각, 미각에 걸쳐 완전에 가까운 술의 풍모를 갖췄다. 먼저 잔에 따랐을 때 붉은 기가 돌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때는 전통 사기잔보다는 와인글라스나 텀블러 잔이 유리한다.

술은 마시기 전에 먼저 냄새마저 맡는 게 기본일 터. 현대 술 재료로도 각광받는 계피가 들어가 냄새를 맡으면 향긋한 시나몬 향이 시음을 재촉한다. 입에서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넘어갈 때는 그 짧은 순간에 7가지 한약재의 맛을 일별하여 보여준다. 어느 순간 쓴맛이 느껴지지만 이내 감초와 같은 단맛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감홍로를 마신 후 첫째 반응은 우리에게도 이렇게 세련된 증류주가 있었나를 반문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술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하는 자책을 잠깐이라도 하게 된다. 보리를 주원료로 하는 서양 위스키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세련된 맛이다. 위스키는 그 단순한 맛과 향을 보강하려 셰리와인이나 버번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에 넣어져 숙성되지만, 감홍로는 독이나 스테인리스 용기 안에서 외부작용의 개입 없이 그 자체로서 복잡하고 오묘한 맛으로 만들어진다.

이번 시음을 위해 준비된 음식은 삼계탕. 서울 가로수길 ‘The 미친 주방장’의 이상은 셰프가 수고해주셨다. 감홍로는 역시 한약재와 추가된 삼계탕과 기본적으로 좋은 궁합을 이룬다. 보통 삼계탕은 인삼주와 함께 마시지만 감홍로는 그보다 단수가 높은 술이다. 그 복잡 오묘함에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감홍로는 그 맛과 멋을 그리 쉽사리 드러내지는 않는다. 특히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는 그 농축된 맛이 너무 무거워 그리 살갑게 다가들지 않을 수 있다. 감홍로는 호불호가 분명한 술에 속한다. 마니아들이 있어 잔술로도 사먹는 사람들이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나 된다고 한다.

특히 한약재 냄새 나는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감홍로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감홍로는 여러 와인 품종을 절묘하게 배합한 고급 보르도 와인처럼 한약재를 절묘한 비율로 섞어 숙성시켜, 현대에 와서도 어울리는 세련된 맛을 선사한다. 감홍로의 무거움이 싫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텀블러 전에 얼음을 넣고 온더록으로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한다. 토닉워터와 반반씩 섞어 칵테일로 마셔도 풍부한 맛과 향이 살아나 감홍로를 쉽게 음미할 수 있다. 감홍로는 신세계백화점 식품매장에 있는 ‘우리술방’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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