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3 01:45 (금)
 실시간뉴스
"폰 비번 안 밝힐 시 처벌" vs "개인 권리 보호 해야"
"폰 비번 안 밝힐 시 처벌" vs "개인 권리 보호 해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1.16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폰의 보안 성능'이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추 장관은 검찰이 한동훈 검사장(47·사법연수원 27기)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도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한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난항을 겪자 지난 12일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을 지시했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는 애플의 '아이폰'이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내 추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할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시는 범죄자를 속히 밝히기 위한 확실한 수단 제시로 읽히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헌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반(反)헌법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촉발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마저 13일 성명을 내 "추 장관은 해당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혼란의 중심에는 결국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가 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인 아이폰을 올해 6월 압수수색했으나 비밀번호를 확보하지 못해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은 견고한 보안 성능으로 관가를 비롯해 대기업 대관 관계자 등 정보를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은 지난 2015년 당시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가 갖고 있던 아이폰의 잠금 상태를 풀어달라는 미국 법원의 명령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폰에서 개인정보를 가져오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 △기존 아이폰에 문자메시지(SMS)로 전송된 보안 코드 △기존 아이폰에서 쓰던 잠금 비밀번호 6자리 입력까지 3단계 다중 보안인증을 꼭 거쳐야만 한다.

사용자는 여기에 비밀번호를 10번 잘못 입력하면 데이터를 초기화할 수 있는 선택지도 갖고 있다. 수사기관이 섣불리 비밀번호 풀기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아이폰과 함께 단말기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또한 보안 성능이 아이폰 못지 않다. 다만 아이폰과 같이 필수적 보안이라기보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선택적 보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외부기기로 손쉽게 저장된 데이터를 빼낼 수 있고 SMS를 통한 2단계 인증은 선택사항이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지만 범죄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본다면 스마트폰의 고도화된 보안 성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기능으로 꼽힌다.

점차 디지털화 되고 있는 일상에서 스마트폰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안에 담긴 개개인의 정보는 '정보를 사고 파는' 현 사회에서 그 가치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궁극의 보안통신기술'로 불리는 양자암호통신(퀀텀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고 있어 보안 기술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

암호화 체계를 더는 쪼개질 수 없는 나노 단위로 만들어 누군가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이상이 감지되는 게 양자암호통신의 기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협력해 자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양자칩(양자난수생성 칩)을 탑재한 갤럭시A 퀀텀을 출시했고 지난 12일에는 서버와 솔루션에 퀀텀기술을 적용한 'T아이디' 앱을 선보였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양자암호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도청 접근이 불가능해지는 등 더욱 고도화된 보안 성능이 특징"이라며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은 점차 이같은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추 장관이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로 든 영국의 수사권한 규제법(RIPA·리파법)을 참고로 해 '폰 비밀번호 공개법'(한동훈 방지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07년부터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를 청구하고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다는 것이 추 장관의 설명이다.

다만 '빅 브라더'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리파법을 참고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화되는 보안 기술에 발맞춰 법도 보완돼야 하겠지만 자칫 정보통신기술(IT)이 권력의 오남용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임 교수는 "영국사회에서는 테러 공포가 극심해 2000년부터 테러 및 중대한 인터넷 범죄, 최근엔 아동성범죄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리파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남용 우려가 있어 영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공권력이 인권침해를 한 역사 때문에 폭넓게 피의자의 방어권을 인정해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