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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팔순 유종호 “곱디 곱던 나의 신부 장정수, 이대로만 영원히”
[인간극장] 팔순 유종호 “곱디 곱던 나의 신부 장정수, 이대로만 영원히”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2.07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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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이번주(12월 7~11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유종호(80) 할아버지와 장정수(73) 할머니 부부 이야기를 그린 ‘이대로 당신과 함께’ 5부작이 방송된다.

◆ 곱디 곱던 나의 신부 '장정수'

“춘향이보다 더 곱더라고.” 유종호(80) 할아버지가 첫눈에 반한 여인을 보고 했던 생각이다. 춘향이처럼 곱던 그 여인이 바로 아내 장정수(73) 할머니인데. 형님 부탁으로 처갓집이 있던 옆 동네로 일을 도우러 갔다 만난 정수 할머니에게 첫눈에 반했던 종호 할아버지는 1년간의 열렬한 구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보리, 다짐하고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부부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는데. 큰형님의 죽음으로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까지 모시며 맏며느리 역할까지 했던 정수 할머니. 남편이 돈 벌러 먼 타향,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을 때도 홀로 삼 남매를 키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뒀단다. 

그 덕에 종호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땐 번듯한 집을 살 정도의 돈이 모여 있었다고. 그렇게 정수 할머니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훌륭한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냈었는데.
 
그런 아내에게 늘 고마웠던 종호 할아버지. 젊은 시절, 삶에 치여 함께하지 못한 아쉬운 시간과 어른들 눈치 보느라 살갑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맙고, 사랑하는 그 마음까지, 이젠 마음껏 누리고 표현하면서 살리라 마음먹었는데. 하지만 아내를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한 것일까, 정수 할머니는 지금, 아쉽고 섭섭했던 그 기억마저도 잊어가고 있다.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 그리운 당신의 일기장

가난과 그리움…. 숱한 시련의 순간들 속에서 정수 할머니는 매일 매일 일기를 쓰며 버텨나갔다. 종호 할아버지를 먼 타향에 보냈을 때도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가득 담아 일기를 썼었는데. 낡은 일기장에는 정수 할머니의 고된 인생이 담겨 있다. 

그렇게 매일 빼놓지 않고 쓰던 일기를 어느 순간부턴가 쓰지 않던 정수 할머니. 종호 할아버진 이때 아내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된단다. 그저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심해진 것이겠거니, 금방 나아지겠거니 했던 아내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갔다. 매일 솜씨 좋게 차려내던 밥상이건만 밥 하나, 국 하나 끓이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갔고 방금 한 일마저 금방 까먹고 딴소리를 하기 일쑤. 요즘엔 계절감도, 날짜감도 사라져버렸다는데.  

상황이 너무 나빠진 뒤에야 아내의 상태를 알아차렸다는 종호 할아버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자신 때문에 아내가 치료 시기를 놓친 것 같아 정수 할머니가 치매 5등급 판정을 받던 날 종호 할아버진 미안함에 눈물을 쏟았단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부부는 다시금 시련을 헤쳐나가리 마음먹었다. 자신을 만나 평생을 고생만 했던 아내가 ‘치매’라는 병에 잠식당하지 않게 종호 할아버지는 정수 할머니를 지키리라 다짐했다.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 지금 이대로만 영원히…

사실 종호 할아버지는 팔십의 나이에도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팔팔한 현역. 그 때문에 할 일도, 약속도 매일 끊이질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각자 서로의 할 일을 했을 테지만 요즘 종호 할아버지는 웬만하면 모든 자리에 정수 할머니와 함께 동행 한다.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치매 진행을 늦추는데 몸을 움직이고 계속 머릴 써 뭔가를 하는 것이 좋다는 말 때문이다. 아무리 본인을 위한 거라도 귀찮을 법도 하건만 정수 할머니는 남편 따라 여기저기 다니며 일도 척척 도와주는 베테랑 조수가 되었다. 

특히 요즘 할아버지는 생전 하지 않던 부엌 출입도 부쩍 늘었다는데. 금방 했던 일도 잊어버리는 아내가 혹시라도 사고를 낼까 걱정되는 마음에서란다. 그 덕에 요즘 정수 할머닌 평생 먹어보지 못한 남편표 반찬을 먹어보게 됐다고.

계속 기억을 되짚는 것에 좋다는 말에 일기 쓰기도 다시 시작했다는 종호 할아버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계속 쓰라 하니 정수 할머닌 하기 싫다 성을 내지만 투닥거리면서도 매일 매일 일기 쓰기에 매진 중이란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종호 할아버진 오늘도 아내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그동안 못 해준 다정한 말도, 애틋한 표현도 아낌없이 해 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 이대로 정수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단 종호 할아버지. 그렇기에 오늘도 부부는 ‘치매’라는 고약한 녀석과의 싸움에 한창이다.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 KBS 인간극장

오늘(7일)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 가을걷이로 감 따기에 한창인 유종호(80) 할아버지와 장정수(73) 할머니 부부. 고생한 아내를 위한 고등어 숯불구이를 만들겠다며 종호 할아버지가 나서는데, 정수 할머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보는 부부. 젊은 시절 함께하지 못한 시간만큼의 애틋함이 담겨있는데. 이제는 그 애틋함마저 잊어가는 아내를 보며 종호 할아버진 가슴이 미어진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보러 가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가 한창인 종호 할아버지와 정수 할머니. 출발 전 제대로 주차를 해놓는다는 게 뭔가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이대로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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