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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실직자 노조 가입 열리고 ...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역사 속으로
해고·실직자 노조 가입 열리고 ...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역사 속으로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6.2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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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노조원들. (뉴스1/자료사진)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노조원들. (뉴스1/자료사진)

 

다음 달부터 해고·실직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길이 열린다. 반대로 노조 설립 요건을 잃게 된 조합에 정부가 '법외 노조'를 통보하는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개정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3개 노동관계법이 오는 7월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작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기존에는 초기업(산업별) 노조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합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별 노조는 판례에 따라 실업자·해고자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지만, 기업별 노조는 얘기가 다르다.

실업자·해고자는 교섭권 위임을 통해 기업별 노조의 단체교섭 등에는 참여할 수는 있었으나 일반 조합원으로의 가입은 제한됐다. 이에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 등의 기업별 노조 가입과 활동이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경영계는 비종사자 노조 활동이 본격화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이달 8일 개최한 개정 노조법 관련 토론회에서 "노동계의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투쟁적이고 비타협적 노동운동 관행이 만연한 상황에서 해고자나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현장 노사관계의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 등 사업장에 속하지 않은 조합원의 경우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게 했지만, 그 선이 어디까진지 불투명하단 문제가 있다.

이에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지난달 '비종사자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관련 가이드'를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는 해고자·실직자의 회사 출입 절차를 기존 근로자보다 강화하고, 비밀·중요시설과 안전·보안 통제구역은 드나듦을 제한하도록 권했다. 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업무시간에만 출입을 허하고, 업무시간 외에는 원칙적으로 제한할 것을 조언했다.

가이드에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 활동에 관한 '표준 규칙'도 담겼다.

경영계가 해고자 등의 기업별 노조 활동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에 경영계는 기업들이 노조 활동 확대에 대항할 수 있도록 '균형적' 보완 입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업 시 대체근로의 포괄적 제한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의 폐지 등을 주장 중이다.

반면 노동계는 해고자 등의 기업별 노조 활동 허용이 노동계에 유리하다는 경영계 평가를 일축한다. 이미 산별 노조에 해고자 등의 가입이 허용됐던 만큼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인데, 괜히 '공포' 수준의 설레발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산별에서 허용되던 해고자 활동으로 복직 투쟁이 갑자기 늘어날 거라 두려워 하는 건 되레 (경영계가) 도둑이 제 발을 저리고 있다는 의미"라며 "어차피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필요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에서 비종사자 조합원은 빠진다. (해고자가) 투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향후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불가능해지는 점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전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노조가 아님' 통보 조문 삭제를 확정하자 반발했다.

경총은 "노동조합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과 사회적 비용의 초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결격 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에 대해 자율적 시정이 아닌 설립신고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에는 노조가 설립된 이후 자격을 잃은 경우 행정관청이 30일 내 시정을 요구하고 그 안에 설립 요건을 되찾지 못하면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는 조문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이 지난해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해 해당 조문을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 이 조문은 효력을 잃게 됐다.

법률유보 원칙이란 정부의 행정권 행사가 어디까지나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즉, 정부가 시행령에 근거해 법외노조 통보라는 행정권을 쓰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결국 정부는 대법원 판단에 발맞춰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까지 정비하게 됐다. 대신 시정요구 근거는 유지해 노조의 자율적 시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고자 등의 노조 활동 길은 열린 반면, 행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막힌 것이다.

이에 경총은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시행령에 혼란 최소화를 위한 보완 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주요 문제점 보완을 위해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라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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