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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범 한국지역문화학회 회장 ‘팬데믹 시대의 지역문화’
김시범 한국지역문화학회 회장 ‘팬데믹 시대의 지역문화’
  • 김홍미
  • 승인 2022.0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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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여행이나 타지역 이동이 어려운 시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한국지역문화학회 회장 김시범 안동대학교 교수를 만나 지역문화개발 필요성과 계획에 관해 들었다.

 

Q 교수님이 몸담고 계신 한국지역문화학회 역할이 궁금합니다.

A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이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지역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고자 하는 지역문화진흥법이 2014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지역문화학회가 출범했구요. 저희 학회는 지역문화의 다양성이 더 확장되고 문화도시 조성도 활성화되면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문화적 매력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정책 만들기, 각종 지역문화 정책을 법제화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시민들을 교육하는 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드릴께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평창에 가 보신 적이 있을까요? 평창은 올림픽 개최 이후 국제도시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유산을 보존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또한 평창의 지역사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고민하고 있죠. 그 고민을 저희 한국지역문화학회가 함께 거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지자체에 동기부여를 하기도 하구요.
 

Q 그러고 보니 코로나 이후 여행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문화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듯 합니다. 코로나시대의 지역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먼저 지역이라는 용어에 대해 재정의하고 싶군요. 흔히 지역이라는 용어를 수도권과 대립되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지역문화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낙후된 지방 소도시의 문화와 산업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역은 말 그대로 내가 사는 곳, 동네입니다. 내가 사는 곳의 주거, 산업, 교통 등이 바로 지역문화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여행산업, 지방문화사업이 주춤한 이 시기는 오히려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먼저는 우리 집의 가훈, 가풍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우리 동네의 문화를 만드는 거죠.
 

Q 우리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너무 공감됩니다. 저도 코로나 이후 여행이나 타지역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동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거든요.

A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곳의 특징, 문화를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지역문화발전이 시작되거든요. 우리 지역의 매력을 찾아 독창성을 만들면 그 지역이 발전하게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부터 문화도시라는 제도가 도입되었어요.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주민들이 문화도시 조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해 지역 고유의 문화 발전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5년간 국비를 포함한 총 19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됩니다.
 

Q 문화도시라는 게 있다구요?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어떠한 문화사업이 추진될까요?

A 구체적인 예를 보여 드릴게요. 2021년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 중 강릉시가 있습니다. 강릉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에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문화도시 시나미 강릉’이 최종 선정됨에 따라,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됐어요. 그런데 이렇게 문화도시로 지정되기까지 강릉시민들의 소소한 노력들이 더해졌습니다. 강릉 바닷가의 깨진 돌을 이용해서 강릉만의 특산품을 만들어낸 작은 공방이 있었구요, 강릉 최고의 호텔에서는 낡은 호텔시트를 가지고 에코백을 만들었죠. 이렇게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로부터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지역만의 개성 있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함께 의견을 모으는 거죠.
 

Q 말씀해주신 강릉의 사례가 참 흥미롭네요. 각 지역사회 스스로가 자신만의 문화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주민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문화도시 지정에 대해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각 지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은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각 지역 축제나 전통사업 등은 분명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듯합니다.

A 맞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대에는 여행에 있어서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여행이 물리적 이동이었지만 이제는 생각의 이동으로 변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요즘 내리지 않는 비행기 여행이라는 상품이 있어요. 비행기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시대에 쓸모가 없어지죠. 비행기를 체험이라고 받아들이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되고 여행이 되는 겁니다.
 

Q 내리지 않는 비행기 여행… 재밌는 발상이네요.

A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화상으로 체험하는 관광상품도 많이 나와 있어요. 그 지역의 특산품, 먹거리, 기념품 등을 미리 키트로 보내줍니다. 그리고 집에서 화상으로 그 지역을 체험하는 것이죠. 우리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화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발굴하여 활용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가 3D 홀로그램으로 박물관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거든요. 체험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 김홍미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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