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14:10 (목)
 실시간뉴스
정부, 라면·밀가루값 인하 '압박' ... 식품업계 전반으로 불통 튀나
정부, 라면·밀가루값 인하 '압박' ... 식품업계 전반으로 불통 튀나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6.27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 발언을 한 데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체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정부가 라면값을 콕 찍어 언급했지만 밀가루 가격 안정화에 나서면서 밀가루를 사용하는 빵과 과자, 피자 등 식품업계 전반으로 불통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선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 하더라도 다른 재룟값과 물류비, 인건비 등 기타 제반 비용이 모두 올랐다는 점에서 난감한 기색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날 대한제분(001130)과 CJ제일제당(097950), 삼양사(145990) 등 한국제분협회 회원사들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제분업체들은 선물가격과 수입 가격의 시차, 부대비용,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해 다음달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경영 안정을 위해 밀 구매자금 등의 지원도 요청했다.

밀가루 가격 인하 추진은 추 부총리의 라면값 이하 발언에 이은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밀가루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라면값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농심(004370) 등 라면 제조사들 역시 밀 가격은 내려갔지만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 납품가는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다만 밀가루값을 인하한다고 해서 라면값이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2010년 라면업계는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당시엔 밀가루는 물론 다른 원부자재와 물류비도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압박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밀가루값 인하를 앞세워 라면뿐 아니라 과자와 빵, 피자 등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원윳값 인상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윳값이 조정되면 곧바로 우윳값이 인상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이를 최대한 감내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L당 49원이 인상되자 서울우유협동조합을 시작으로 흰우유 가격 인상이 이어졌고, 우유 가격 조정에 따라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가격이 요동쳤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원유를 100% 사용하는 우유 가격 인상이 없을 순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사료비와 인건비 등 낙농가의 생산 부담이 커지면서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더라도 지난해보다 인상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주류업체들이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가격을 내리라고 하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비용이 올랐는데 밀가루 가격 하나 내린다고 비용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드는 건 아니다. 기업들이 최대한 감내하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