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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할머니의 든든한 버팀목, 힘찬이
[동행] 할머니의 든든한 버팀목, 힘찬이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07.0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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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알뜰왕 힘찬이와 가로등’

오늘(8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15화에서는 ’알뜰왕 힘찬이와 가로등‘ 편이 방송된다.

√ 알뜰왕 힘찬이

용인 시내에서 차로 50여 분 떨어진 시골 마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바로 열여덟 살 힘찬이와 할머니. 어둠이 내려앉아도 전등을 켜는 날이 거의 없다. 간혹 TV 불빛만 비출 뿐. 이런 어둠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건 5년 전. 심야 전기 요금이 날로 오르자 전기 요금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수급비 100여만 원으로 생계를 꾸리는 힘찬이네. 돈 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절약하는 건 도가 텄단다.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선풍기는 언감생심. 냉장고와 TV 전원만 켜고 살다 보니 한 달이면 약 8천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데...

고등학교 2학년,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힘찬이가 고안해 낸 건, 바로 마당에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과 휴대전화 플래시를 조명 삼아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공부에 매진하지만, 이상하다? 당최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 많다. 불빛에 달려드는 모기를 피하려고 매일 새벽 쑥을 캐서 모기향을 대신하고 빗물을 받아 빨래 물로 쓰고 마을 축사에서 심부름하며 악착같이 알뜰한 생활을 하는 건,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주신 할머니에게 경제적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다.
 

[동행] ‘알뜰왕 힘찬이와 가로등’

√ 할머니의 든든한 버팀목

18년 전, 아들 내외가 이혼하면서 백일도 채 안 된 힘찬이를 품에 안은 할머니. 힘찬일 맡기고 지금껏 소식도 없는 아들 대신 할아버지와 둘이 농사를 지으며 애지중지 키웠다. 힘찬이가 5살 무렵 교통사고로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사기로 돈까지 잃어 더욱 어려워진 형편. 설상가상 혈액암 판정을 받고 긴 투병 생활을 견뎠는데 3년 전엔 무릎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 거동이 쉽지 않다.

할머니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마다 7살 때부터 홀로 집을 지키며 끼니를 해결하고 할머니의 병간호까지 든든하게 해낸 손주가 늘 가엽고 안쓰러운 할머니. 손자가 좋아하는 고기를 사주려 해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땐 이웃에게 돈을 빌려야 하고, 병든 몸 때문에 돈벌이도 구하기 쉽지 않아 일손을 도우며 반찬거리라도 받아올 수밖에 없다. 늘 김치뿐인 반찬이지만 불평 없이 먹어주는 속 깊은 손주. 여름이면 힘찬이가 좋아하는 열무 비빔국수라도 만들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동행] ‘알뜰왕 힘찬이와 가로등’

√ 하나뿐인 운동화

키 190cm에 몸무게 120kg. 발 크기는 무려 300mm인 힘찬이. 건장한 체격 때문에 시골에선 맞는 옷이며 신발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왕복 2시간이 걸려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차비도 만만치 않아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구하면 좋으련만 허탕 치는 날이 많아 늘 마음을 동동거리는 할머닌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손주가 고마우면서도 눈 깜짝할 사이 커버릴 때면 제대로 갖춰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티셔츠 네 장으로 여름을 나고 운동화도 한 켤레뿐이지만, 힘찬이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만 안 새고 흙만 들어오지 않으면 되고, 떨어지고 찢어지면 접착제로 붙여서 신으면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일이라 익숙하다며 덤덤히 말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안 하는 걱정을 해야 하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부모에게 일부러라도 정을 떼며 할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쓰는 힘찬이. 꿈인 제빵사가 되어 전등 한 번 제대로 못 켜고 살아온 할머니의 날들을 보상해 드리고 싶고, 할머니의 여생을 든든하게 지켜드리고 싶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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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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