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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가시고기 아빠’
[동행] ‘가시고기 아빠’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09.2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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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가시고기 아빠’

오늘(23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24화에서는 ’가시고기 아빠‘ 편이 방송된다.

√ 편도암 수술을 받은 아빠 정일 씨

작년 2월, 편도암 수술을 받은 아빠 정일 씨. 6개월만 늦었어도 수술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16시간이 넘는 대수술과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낸 아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딸들을 두고 떠나면 어쩌나. 1년이 넘는 치료 기간 동안 아빠의 걱정은 온통 두 딸 아영(7)이와 아랑(3)이었다. 편도 수술로 음식을 삼키는 것도 어려웠던 아빠. 하지만 먹어야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토하면서도 억지로 죽을 넘겼고,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암 수술 이후 보통 5년은 지나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데, 항암치료를 끝낸 지 이제 겨우 일 년. 아빠는 두 딸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아빠가 아픈 이후부터 아빠를 걱정하고, 도와주는 일이 많아진 첫째 아영이. 혹시나 또 아빠가 병원에서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 항상 아빠의 건강을 살핀다. 그런 아영이의 모습을 보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건강히 아이들 곁을 지키겠다 다짐하는 아빠다.

[동행] ‘가시고기 아빠’

√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가시고기 아빠

아빠 정일 씨에게 두 딸들은 살아가는 이유다. 오랜 시간 아이가 찾아오지 않아 포기하고 지내던 아빠에게 선물처럼 와준 귀한 자매. 결혼 생활 16년 만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보건소와 센터까지 다니며 이유식 만들기와 육아에 대한 것들을 배운 아빠. 그렇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며 아이들을 돌봐왔다. 그랬기에 아빠의 부재를 특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아영이. 아빠의 투병으로 몇 개월을 떨어져 지내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부쩍 말수가 줄어드는 등 심리적 불안 증세까지 보였다는데. 입원 기간 동안 아는 지인이 아이들을 살뜰히 돌봐줬지만, 아빠랑 떨어져 지낸 시간이 어린 마음에 더욱 무섭고 불안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아빠의 퇴원 이후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심리 상담을 병행하면서 전보다 안정되고 밝아진 모습을 보이는 아영이. 아빠가 없는 사이 동생 아랑이도 척척 챙기고, 아빠가 뭐라도 하려 하면 쪼르르 달려와 손을 보탠다. 밝아진 아영이의 모습을 볼 때면, 아빠는 아이들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던 시간들이 미안하기만 하다.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홀로 두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빠. 아직은 본인의 몸을 돌봐야 할 시기지만, 아이들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기에 아빠는 잠시도 쉴 새가 없다.

[동행] ‘가시고기 아빠’

√ 열심히 일하지만 막막한 형편

오늘도 거리를 다니며 마을 게시판마다 스티커를 붙이는 아빠 정일 씨. 일을 맡길 사람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자신의 홍보용 스티커다. 건축 시공 일을 해오던 아빠. 아프기 전엔 일을 불러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한 달에 일을 나가는 날이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암 투병 이후 20kg 가까이 빠진 몸무게. 지금은 남들만큼 일을 할 수 있는 체력도, 일을 구하는 것도 어느 하나 마음 같지가 않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수술을 받았던 편도 부위가 부어오르고, 기력이 떨어지는 아빠. 하지만 갚아야 할 빚과 생계를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쉴 수가 없다. 산정특례 혜택을 받긴 했지만, 보험도 없던 탓에 2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 했던 아빠. 게다가 일을 하지 못한 동안 생활비로 사용한 카드 빚에 과거 공사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얻은 빚까지. 원금을 갚지 못해 불어나는 이자를 볼 때면 눈앞이 캄캄하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한 번씩 농사일을 거들며 일당을 받는 아빠. 사실 일손이 필요한 일들은 아니지만, 그냥 도움받기 미안해하는 아빠를 위한 마을 사람들의 배려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마다할 처지가 아니라는 아빠. 아이들을 생각하면 몸부터 챙겨야 하는데, 또 아이들을 위해서는 쉴 수가 없으니 아빠의 마음과 어깨가 더욱 무겁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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