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내 고향마을이 아침 안개에 싸여있다. 200여 가구 남짓 되는 제법 큰 마을이다.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산은 거류산이다.
그 산아래에 가려리가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십리 좀 못 되는 곳에 내 모교 광일 초등학교가 있다.
왼쪽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입학하던 날이 기억난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두 갈래였다. 차가 다니는 큰길이 있었고 산길이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간혹 산길로 다녔다. '지맛등'이라고 불렸던 작은 산에 난 길이었다.
초봄이면 진달래가 피었고 봄소풍을 갈 무렵이면 송홧가루가 날렸다. 어린 솔순과 지천으로 널린 삘기는 우리의 간식이었다.
마을 앞으로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천이 있었는데 우리는 거기에서 여름에는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썰매를 탔다.
우리가 그 들판에서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를 몰고 나가 둑에서 풀을 먹였고 개천의 뻘에 박혀 있던 조개를 잡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 조개를 우리는 '태평조개'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돈이 되었다.
그 무렵 가려리에는 통영 자개장의 재료로 쓰이는 조개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어서 조개껍질을 개당 백 원 넘게 쳐주고 사갔다.
열 개만 잡아도 천 원 돈이 벌렸으니 꽤 짭짤한 수입이었다.
나는 조개를 판 돈으로 '소년중앙', '어깨동무' 같은 어린이 잡지를 사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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