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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에 물든 비무장지대, 슬픈 역사의 땅을 달리다
가을빛에 물든 비무장지대, 슬픈 역사의 땅을 달리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0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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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자전거 투어
 

한반도 분단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장소다.
철책에 가로막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이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에는 생태보존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의 자연은 개발이란 괴물의 무자비한 폭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하고 풍요롭다. 그런 DMZ의 생생한 모습을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지원 신청을 받아 매달 한 번 굳게 닫혀 있는 철책 통문을 열어주는 DMZ 자전거 투어다. 가을빛에 물들어가는 비무장지대,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금단의 땅을 자전거로 달렸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매달 한 번 자전거 여행을 위해 열리는 DMZ 통문
매달 넷째 주 일요일이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광장은 녹색 자전거 물결로 일렁인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경기관광공사가 진행하는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자전거들이다.
이 자전거 투어는 DMZ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자전거 행사이다 보니 인기가 무척이나 높다. 자전거 동호회원과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이 모인다. 자전거를 타고 직접 DMZ를 달려 보는 경험은 이 행사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둘러보기 힘든 지역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라이더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DMZ 자전거 투어에 참가하려면 2주 전에 미리 참가 등록을 하고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참가비는 1만원. 그리고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임진각에 모여 출발한다. 임진각 평화센터 앞에서 신분증을 맡기면 비무장지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자전거를 가져가도 되지만 주최 측에서 3천원에 자전거와 장비 일체를 빌려주기 때문에 부담도 덜하다.
참가자 중에는 역사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참가자가 많았다. 코스는 임진각∼통일대교∼군내삼거리∼초평도 일원을 돌아오는 1시간 반∼2시간 코스(17.2km)여서 초보자도 큰 어려움이 없다. 전체 코스 중 10km가량은 비포장 군(軍) 순찰로이고, 나머지는 통일대교와 국도 1호선을 달린다. 중간중간 고개와 내리막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출발 전 간단한 규칙 교육이 이루어진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사진 촬영이 안 되고 쉬어갈 수도 없다는 등. 그렇게 간단한 교육을 마치면 정확히 오후 2시, 굳게 닫혀 있던 철책이 열리게 된다. 군인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통문이 개방되면서 드디어 미지의 세계 DMZ으로의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철책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참 묘하다. 총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며 잠깐이지만 긴장감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고 나면 도대체 어떤 땅일까 하는 호기심에 하나같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도 사방을 살펴보느라 바쁘다. 철책 옆으로 난 비포장을 따라 통문에서 1km 정도를 달리면 개성으로 갈 수 있는 통일대교와 만난다.

철책 너머 임진강 고요히 흐르고…
자전거는 통일대교 위로 오른다. 다리는 판문점까지 연결되는 국도 1호선과 연결된다. 개성공단과 판문점이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이정표를 보니 이 길이 북한 땅으로 향하는 길임을 실감한다. 왠지 페달을 밟는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내친김에 개성까지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포장도로를 10여 분 달려 개성공단과 판문점으로 갈라지는 군내삼거리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이곳에서 자전거는 유턴을 해야 한다. 다시 통일교를 건너 왼쪽으로 이어진 순찰로가 자전거 투어의 정해진 코스다. 이곳부터는 다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다. 자전거가 덜컹거리고 간간이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피해야 하지만 벌써 마음의 긴장이 다 풀어져 라이딩이 즐겁기만 하다.
30분 넘게 달리는 철책길 왼쪽으로는 임진강이 고요히 흐른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신비롭고 평화롭다. 그 위를 철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다. 전쟁과 평화가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느껴진다.
코스의 말미에는 갑자기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난다. 이때쯤이면 그동안 쉬지 않고 페달을 밟은 탓에 저마다 언제 쉬느냐며 한마디씩이다. 그렇게 길을 따라 조금 더 달리자 마침내 반환점인 초평도 60T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드디어 휴식이다. 이곳에서 진행 요원들이 물과 초코파이를 나눠주는데 그 맛이 꿀맛이다.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설치돼 강 너머에 있는 초평도를 바라볼 수 있다. 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 섬에는 수풀이 무성하다. 겉모습은 평온해 보였지만 지뢰가 많아 군인들조차 출입하지 않는 무서운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비무장 지대를 바라보니 시나브로 느껴오는 분단의 현실에 마음 한구석이 쓰려왔다.
전망대엔 조그만 우체통이 하나 있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다. 잠시 휴식한 후에는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면 짧지만 강렬했던 DMZ 자전거 투어도 아쉬움을 남기고 끝이 난다. 자전거 투어 뒤에는 임진각 근처에 분단의 현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유의 다리와 임진각역 등이 있고 바람개비가 인상적인 바람의 언덕이 있어 들러 볼만하다.

DMZ 자전거 투어에 참가하려면
DMZ 자전거 투어는 늘 열려 있지 않고 미리 신청을 해야만 참가할 수 있다. 참가 희망자는 매월 둘째~셋째 주에 임진각 평화누리(peace.ggtour.or.kr)나 경기도 DMZ 홈페이지(dmz.gg.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11월까지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진행되며 참가비는 1만원, 장비 대여료 3천원에 자전거는 물론이고 헬멧까지 빌려준다. 031-952-7805
2009년 시작돼 올해로 4년째. 지난 60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임진강변 군(軍) 순찰로 등 DMZ 일대를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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