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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금산자연농원 김형신 대표의 인생 2모작
제주 금산자연농원 김형신 대표의 인생 2모작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05 0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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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농장 탐방
 

1993년에 세워진 제주금산자연농원은 수년간 농업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김형신 대표가 각종 친환경 자재를 제조해 농작물을 가꾸고 농원을 체험학습 장소로 제공하는 곳이다. 규모로 보나 품질로 보나 국내 유기농가의 표본이 되는 곳이다. 연평균 5억원이라는 대박 농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더불어 삶’ 덕분이다.

취재 | 이시종 기자 사진 | 양우영 기자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에 소재한 제주금산자연농원은 친환경의 의미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15년 전부터 김형신 대표가 친환경 농업과 관련한 국내외 연구논문의 이론을 실제 농사에 적용해가며 시행착오 끝에 일군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장이다. 농장이 있는 곳이 비교적 고지대 (해발 180m)여서인지, 겨울철 따뜻한 제주의 날씨답지 않게 금산자연농원을 찾은 날은 꽤 쌀쌀했다. 이런 곳에서 감귤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난대성 작물인 감귤은 고지대에서는 재배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친환경 제재로 병충해를 이겨내고 유기퇴비로 영양분을 빨아들인 엄동(嚴冬) 속 감귤나무는 검푸름을 드러내며 튼실하기만 했다.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각종 채소밭까지, 농장에서는 뭔가 모를 비범(非凡)함이 느껴졌다.

흙으로 돌아오다, 교사직 그만두고 농부로 전직

그동안 많은 농장을 다녀봤지만 100% 유기농법(3년 이상 농약·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 중 금산자연농원만큼 넓은 규모의 농장은 없었다. 면적만도 약 3.3ha(9천982.5평)로 감귤, 단감, 배, 배추 등 39개 품종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의 작물은 학교의 급식과 현대, 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 수도권 생협에까지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 또한 활발하다. 연평균 매출액만도 5억원 정도니 금산자연농원은 국내 유기농가의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농고와 농대를 졸업한 것이 저를 농부의 길로 가게 했나 봐요. 조상이 물려준 땅에 감귤나무를 심고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죠. 처음에 모두 그렇듯이 여간 고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끝내 꿈을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김형신 대표는 교사로 재직하던 1993년 농장을 열고 2006년에는 본격적인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허리를 굽히고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그는 타고난 농사꾼이다.
땅을 밟으며 자연과 대화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무공해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사계절 내내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그에게 붙은 별명이 ‘친환경 전도사’. 17년 동안 애쓴 결과 오늘에 이르렀지만 “유기농이 쉽지는 않았다”며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자리잡게 된 고통 어린 속내를 내비쳤다.
“제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친환경 유기농법에 대한 어떠한 이론도 정립되지 않았고,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좀 나아졌죠. 친환경 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제주의 청정이미지를 부각시킨 농산물은 경쟁가치가 있다고 보거든요. 제주 농업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친환경 농업이 우선돼야 해요.”

가장 좋은 비료는 작물 그 자체

인터뷰를 하던 중 그는 “직접 보고 맛을 봐야 안다”며 밭으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이곳 길가에 자라는 잡초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허브예요. 로즈마리, 파인민트, 라벤다 등 여러 가지죠. 양파와 벼(밭벼)밭 구석에는 호박을 심어놓았어요.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농장이지만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죠.”
그는 작물을 그 자리에서 뽑아 취재진에게 건넸다. 콜라비며 감자, 무 등 흙만 툭툭 털고 맛을 봤다. 신선함은 말할 것도 없고, 채소가 원래 이토록 달았나 싶을 정도로 단맛이 났다. 감귤도 몇 개 따서 껍질째 먹었다. 난생 처음 껍질째 먹어본 감귤은 전혀 아리지 않았고, 껍질을 까서 먹었던 귤보다 더 상큼했다.
“과일의 영양은 껍질에 있다고 하잖아요(웃음). 감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감귤은 드물어요. 농약이며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바르기 때문이죠. 그렇게 된 데는 모양 좋고 큰 것만을 원하는 소비자들 탓도 있어요.”
이곳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작물은 지난 2009년 말 일본 농림수산성이 인정한 민간 인증기관인 JASS 유기인증과 국제농업운동연맹(IFORM) 세계유기인증, 미국농무부(USDA)인증 등을 획득했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공인 받은 셈이다.
그의 농장에는 버리는 것이 없다. 먹다 남은 음식물은 지렁이를 놓아 ‘지렁이 분변토’로 만들어 유기질 거름으로 사용한다. 그의 액비 제조통에는 파치 귤, 고추, 들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과 풀이 가득했다. 독성이 있으면 있는 대로, 향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활용한다.
“대학원에서 제가 쓴 논문의 사례를 가지고 직접 실증단계까지 적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가장 이상적인 양분은 그 작물체 내에 있어요. 이것이 농업생태적 원리죠. 예컨대 버려야 할 감귤을 이용해 감귤의 병해충을 방지하거나 퇴비로 사용하면 그 작물이 가장 생태적으로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농장의 토양관리는 콩, 쌀겨, 어분 등 16가지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발표퇴비를 사용하고, 병해충은 농원에서 재배하는 각종 제총국, 허브, 약초 등으로 없앤다. 그가 친환경 재료를 퇴비로 활용하는 것은 흙을 살리는 길이 유기농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친환경 유기농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환경보전이란 것이 그의 소신이다.
“친환경 농업이라 하면 농약만 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농업인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사람도 아프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듯 우선 농업인들은 토양분석을 통해 알맞은 농작물을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환경 농업을 지키는 고단한 열정

 
그는 제주도를 친환경 유기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농장에 체험학습장을 만들고 농민교육만 한 해 3천 명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진행하는 실습교육은 친환경 자재 생산부터 농사기술까지 다양하다. 4,290㎡(1천300평) 규모의 주말농장도 운영한다. 또한 그 스스로는 농업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2003년에는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까지 공부 중에 있다.
“주말농장에서는 배추, 양파, 무, 콜라비 등 맛있고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키웁니다. 주말농장을 하는 분들이 직접 파종하고 수확하도록 하죠. 유기농 노하우를 지역 농가와 학생들에게 직접 체험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1998년부터 홈페이지(http://chejuij.pe.kr)를 열고 영농일기를 기록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희망하는 농가에 신기술과 노하우를 보급하기 위함이다. 또한 제주보타리친환경연구회를 만들어 유기재배로 연구했던 채소류와 과일류 재배방법을 회원들에게 전수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국내 대표 친환경 영농조합인 보타리영농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아직 제주의 친환경 농업은 걸음마 단계다. 그는 “생산은 하고 있지만 판매의 어려움 등으로 지레 겁을 먹은 농가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 농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농가의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 농업이 갈 길은 이 길뿐이고, 후대를 위한 농업은 이것뿐인데 이런 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제주도의 친환경 농가는 약 1천 가구다. 전체 농가 3만5천 가구로 보면 1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도 차원에서 대도시 판매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예산이
들더라도 장래를 생각해 홍보 부스도 만들고 상설매장도 열어야 하죠. 전라남도와 강원도는 친환경 농업이 잘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략적 마케팅을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추진사업단을 구성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만큼 제주의 친환경 농업이 정착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는 도내 친환경농업 육성방안으로 체계적인 생산, 유통 표준화를 주문했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축적된 각종 친환경 농법을 과학적으로 입증, 재배기술로 표준화해 제대로 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청정제주에 유기농업 꽃피우겠다

친환경 농업은 ‘우수농산물 생산의 꽃’이라고 한다. ‘소비자 식탁 안전의 종착점’이란 말도 있다. 친환경 식재료는 현재는 물론 미래를 이끌어갈 영원한 녹색 아이콘이다. 농가에서는 애쓴 만큼 가격이 뒤따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교 급식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농가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큰 문제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또한 좋은 농산물을 고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농가와 소비자들이 서로 각자의 입장과 생활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금산자연농원에서 진행하는 여러 노력은 농가와 소비자가 소통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FTA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친환경농업을 제대로 알고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려낸다면 FTA를 기회로 고부가가치 1차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꿈꾸는 제주의 친환경 농업의 길은 아직 어려움이 쌓여 있지만, 그의 야심은 끝이 없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해외 수출 개척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업대안학교를 만들어 농업지식인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일본 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입니다. 일본 바이어들에게 반응도 좋아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습니다. 농업도 지식산업입니다. 우수한 농부 몇 명이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수 있어요.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자꾸 교육 쪽으로 눈이 가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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