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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미디어 김창환 대표의 새로운 도전
라인미디어 김창환 대표의 새로운 도전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06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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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트렌드, DJ 문화로 승부한다

김창환 대표는 가수 김건모와 클론, 박미경, 이정 등을 스타로 만든 프로듀서로서, 1990년대 국내 가요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소 주춤했던 공백기를 거쳐 최근 그가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남에 위치한 라인미디어 스튜디오를 찾았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지금은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과 JYP의 박진영이 최고의 프로듀서로 평가받지만 1990년대에 김창환 프로듀서의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기성 가수도 쉽지 않은 신곡을 가지고 신인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만드는 ‘스타 제조기’라고 불렸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그는 프로듀서로서 활동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가 밝힌 근본 원인은 아이돌에 있었다. 호기롭게 아이돌 그룹 발굴 및 양성을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아이돌 음악이 자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아이돌 음악에 집착하기보다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자 그가 놓치고 있던 음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음반 시장의 ‘트렌드 세터’로서 예리한 선견지명이 무뎌지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 위해 그는 요즘 새로운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돌 발굴 실패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아이돌 시장은 그에게 분명 넘지 못할 산은 아니었다. 김건모, 클론, 박미경, 채연 등 이른바 ‘김창환 사단’을 만들어낸 그의 아이돌 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에 도전한 그는 결국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한국 가요계의 격변기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에 음반 시장의 최일선에서 대중가요의 트렌드를 선도했지만 아이돌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와 달랐던 것이다.
“아이돌 그룹을 키워 보려고 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현 가요계가 아이돌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아이돌 음악을 해보려고 했는데, 음악을 하다 보니 아이돌이 해야 되는 음악이 있고 제가 해야 되는 음악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프로듀서가 아닌 사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했던 아이돌 육성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어요. 예전에 40명 정도 연습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내보낸 상황이죠. 1년 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장이 있는데 주류 시장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음악을 하던 사람이어서 제가 즐겁지 않은 일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걸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1990년대 아이돌 시장은 음악적 다양성 속에서 읽힐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그룹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노이즈, 듀스, R.ef 등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가요시장이 아이돌 일색은 아니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시에는 10~20대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었다면, 20~30대가 선호할 만한 음악도 존재했다는 의미다.
“1990년대만 해도 가요계의 주류를 이루는 시장이 10~20대와 20~30대로 분리되어 있었어요. 단적으로 청소년들은 노이즈, 듀스를 좋아하고 20~30대 성인들은 김건모나 신승훈을 좋아하는 식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음원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음악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음악보다는 팬덤이 가요시장을 장악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면서 산업적으로 가장 피해를 본 분야가 가요시장이다. 30년 이상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그는 김건모나 클론 등 과 함께 1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적도 있다. 때문에 그는 왜곡된 음원시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화한 이후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팬덤 즉, 가수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음원 차트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치자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게 음원 사이트예요. 하지만 그것이 가요시장에는 독이 됐죠. 음악 자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에 집중하기보다 가수를 좋아하는 소위 팬덤 문화가 더욱 강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음원 사이트 순위가 특정 가수의 음악을 듣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죠. 예전에는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고 노래가 마음이 들면 음반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음원 사이트 순위를 보고 음악을 들어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때문에 팬덤이 없는 가수들은 순위에 오르기 힘들어지고 반대로 팬층이 두터운 가수들은 매번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구조가 된 것이죠. 그렇
게 되면서 20대 중후반에서 30대들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이나 음원 사이트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K-pop’이 세계적으로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을 만큼 한국 음악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의 팝을 소비하는 문화가 급격하게 사라졌다. 과거 DJ를 경험했던 그는 팝에 친숙한 세대여서 국내 가요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음악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팬덤 문화에 의해 음악이 알려지고, 가수가 알려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현 주소입니다. 저처럼 10대를 타깃으로 음반을 내놓지 않는 프로듀서들에게 소위 ‘멘탈 붕괴’가 온 거죠. 한순간에 시장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렇게 긴 시간을 고민하다가 한국 가요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팝송을 안 듣는 현상이 보이더라고요. 얼마 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다프트 펑크라는 가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저는 현재 전 세계 음악을 주도하는 흐름 중 하나인 DJ 문화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 ‘K-EDM’을 향한 도전

 
최근 세계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은 파티나 클럽 등지에서 사용되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DJ의 음악이다. 따라서 EDM 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바로 클럽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DJ다. 세계적으로 DJ 음악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현재 일부 스타 DJ는 가수를 뛰어 넘는 팬층을 갖고 있다.
그는 이러한 세계적인 문화 현상에 대해 가수에 열광하는 문화에서 음악을 즐기는 문화로 변화한 시대적 흐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조류를 무시하고 음악 하기가 힘든 세상인데, 제가 DJ 출신 프로듀서인데다 구준엽을 DJ로 재탄생시킨 적도 있을 만큼 클럽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우리나라만 여전히 아이돌에 열광하고 있지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DJ 문화가 크게 확산된 상태예요. 오히려 그들의 공연이 가수의 공연보다 화제를 낳을 정도죠. 예전에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것에 열광하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젊은이들이 파티하고 춤추면서 스스로 즐기는 문화로 바뀐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DJ가 있었지만, DJ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04년도의 일이다. 프랑스 출신의 DJ 데이비드 게타가 세계적인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DJ 문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DJ가 과거에는 뒤에서 프로듀서해 주는 측면이 있었는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DJ가 가수를 활용해 스타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게타가 공연을 하면 적게는 2만 명에서 많게는 5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해요. DJ 게타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면서 다른 DJ들도 하나둘씩 자신의 음반을 발표하기 시작했죠. 예전에는 DJ가 가수들을 뒷받침해 줬다면, 요즘에는 DJ가 가수들을 악기처럼 피처링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 홍대에 엠투라는 일렉트릭 클럽이 생기고 나서 그 문화가 강남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DJ 문화가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죠. 사실 아이돌 그룹들이 EDM을 차용해서 그 기법들을 조금씩 쓰기는 하지만 EDM을 전적으로 하는 뮤지션으로서의 DJ는 아직은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아요.”
그가 EDM에 주목했던 또 한 가지 이유는 현재 국내 음악시장을 다양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클럽 문화에 익숙한 세대는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를 아우르는 성인들이다.
따라서 그는 아이돌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 성인들에게는 EDM이 더욱매력적인 음악 장르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J 문화라는 것이 듣는 것뿐만 아니라 클럽이나 파티에서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는 측면에서 보면 10대의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죠. 1990년대에 제가 지향했던 음악처럼 20대~40대 초반까지의 문화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미 세계적으로 ‘K-pop’으로 불리는 한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주류 문화에 한국적 EDM인 ‘K-EDM’을 만들어서 EDM 시대를 준비해야 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EDM 뮤지션이 나온다면 현재 잠재되어 있는 DJ 문화가 주류 문화에 빠르게 편입이 될 가능성도 높고요. 그런 일들은 제가 DJ 출신이어서 그런지 저와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씩 준비를 하고 단계입니다.”

생애 첫 뮤지컬에서 음악 감독과 각본을 맡다

그는 올해 또 한 가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그의 음악으로 채워지는 뮤지컬 <잘못된 만남>을 극장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음악 감독은 물론, 직접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이번 뮤지컬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대본과 음악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인데 현재 극장이 결정이 되지 않아서 뮤지컬 제작이 지연되고 있어요. 창작 뮤지컬이어서 그런지 극장을 대관하는 것부터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공연을 할 극장이 선점되어야 그때부터 하나둘씩 준비가 될 텐데, 지금은 빨리 뚜껑을 열어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죠.”
그는 뮤지컬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가 크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한 그의 뮤지컬을 통해 ‘한국판 맘마미아’를 선보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 그는 뮤지컬 수출뿐만 아니라 하나의 콘텐트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형식의 뮤지컬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 작품이 뮤지컬 정극이라면 제 작품은 쇼 뮤지컬이 될 거예요. 팝 음악으로 뮤지컬을 제작한다고 해서 초기에 혹평을 받았던 뮤지컬 <맘마미아>처럼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이 호응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제가 30년 넘게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대중이 제 콘텐츠에 열광하고 즐거울 때가 가장 행복했으니까요. 극장 대관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랄 뿐이죠. 만약 이 공연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다면 그 시절 한류를 경험한 아시아권 팬들에 의해 뮤지컬 수출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당분간 사업가로서 해야 할 것들에서 벗어나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이 1990년대 프로듀서로서 많은 스타들을 탄생시키며 가요계에 새바람을 몰고 올 수 있었던 비결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두려운 나이지만, 그는 즐겁고 흥미로운 도전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력투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김건모, 박미경, 이정, 채연 등 소속 연예인들과 수익 배분 문제로 결별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음반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예전만 못한데 소속 가수들을 두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적자를 봐 가면서 소속 가수들을 케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멋있게 헤어지자고 결심했다”며 “작년 연말 송년 파티에서 비즈니스 동반자는 아니지만 친한 선후배 사이로 남자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뜻을 전하며 멋지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 선택에 대해 쇠락의 길이 아닌 재충전과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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