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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퀸 공효진, 괜찮아 ‘공블리’야
드라마 퀸 공효진, 괜찮아 ‘공블리’야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8.2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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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공효진이 노희경 작가의 신작 <괜찮아, 사랑이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공효진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참 재미있다. 이야기 속 캐릭터보다 먼저 돋보이는 매력적인 얼굴, 사랑스러운 미소.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여배우 공효진을 탐구해 본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최근 공효진의 활약을 본 것은 드라마 <주군의 태양>. 귀신을 보는 태공실은 눈 밑이 시퍼렇고 몰골은 초췌한 첫인상으로 등장했다. 소재 자체도 파격적이었지만 귀신처럼 서늘하면서도 꾀죄죄한 모습은 정말이지 ‘여주인공’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종 두려워 보이는 공실의 눈빛, 어두운 표정은 신경쇠약을 앓는 사연 있는 여자의 불안한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로써 공효진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캐릭터의 세밀함은 한 챕터가 더 늘었다.

공효진의 ‘태양’이 남긴 것 

언뜻 신데렐라 스토리를 표방한 것도 같지만 이 드라마는 내내 신선했다. 주군(남자 주인공 소지섭 분)은 공실에게 첫눈에 반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끔찍이 귀찮아했고, 스토리는 ‘환상’이 아름답다는 환상을 보기 좋게 깨고 있었다. 중심에 선 인물은 역시 공효진. 대체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택해 왔던 그녀는 늘 꾸준한 인기를 누렸고 이슈몰이를 해 왔었다. 이번에도 그 비슷한 성적을 기대했는데 웬걸, 자칫 식상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공효진의 선택은 역시 달랐다. 인물의 얼굴색은 으스스한 초반 신들에서의 모노톤에서 벗어나 희망과 사랑을 말하기에 알맞은 밝은 톤으로 달라졌고 남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사연의 주인공’들에게도 핀을 맞춘 이 드라마는 점점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로코퀸’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로 망가질 것 같다’던 공효진의 우려는 기우였다. 기대가 더 커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신비스러움과 친근함 사이의 공효진

 
1999년 12월 개봉한 <여고괴담2>가 공효진의 데뷔작이다. 10년을 훌쩍 넘기고 이제는 ‘모델 출신 배우’란 긴 수식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 초기에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많이 보였고, 점차 여성스러움을 드러냈다.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많았다. ‘공블리’라는 예쁜 닉네임을 얻게 된 것은 다양한 면면 중 ‘사랑스러운 공효진’이 가장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효진이라는 배우를 생각할 때 ‘깎아놓은 듯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지만 너무나 매력 있는’ 같은 수식을 떠올릴 것이다. 어쩐지 친구 같고 만나도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패션모델 출신,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필모그래피, 소위 말하는 ‘완판 패셔니스타’이기까지 한 공효진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친근함만 느끼고 있을까? 오랜 공개연애, 매번 길지 않은 공백, 대중은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공효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일부러 신비주의를 내세운 것은 아님에도 여배우로서 그녀는 자주 얼굴을 드러내거나 많은 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다. 명랑하고 유쾌한, 모니터 속 공효진이 진짜 공효진인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공효진이 사랑한 캐릭터

조금 허술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순둥이’, 드라마 <파스타>에서의 서유경은 많은 사람들이 공효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고 기억하는 인물이다. 공효진 스스로도 ‘아마 배우가 아니었다면 그런 모습으로 살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유경은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이탈리안 셰프를 꿈꾸게 되는 캐릭터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구김살 없이 즐겁게 하루하루를 이겨 나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한편 선글라스를 낀 채로 비닐장갑을 끼고 신나게 닭발을 뜯어먹는 ‘피해의식, 과대망상 비호감녀’ 양미숙은 또 어떤가. 공효진에게 여우주연상의 감격을 안겨준 작품 <미쓰 홍당무> 이야기다. 이런 주인공을 연기해 본 여배우는 많지 않다. 공효진 역시 안면홍조증 분장까지 해야 하는 이 캐릭터를 처음부터 사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매 순간 분노로 온몸이 뻘겋게 달아오르고 주위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미숙의 삽질은 황당한 웃음을 자아낸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엉뚱하고 못난 미숙 캐릭터에 대해 공효진은 “고민을 많이 했다.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못난이로 망가졌는데도 영화가 잘 안 되면 어쩌나 겁이 나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았다”고 털어놨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참 애처로운 캐릭터 미숙이 자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느낌 때문에 동정이 가는 그 캐릭터를 매정하게 떨칠 수 없었던 공효진은 그야말로 ‘일’을 냈다. <미쓰 홍당무>의 DVD 코멘터리 메뉴에는 이 같은 우여곡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다들 이렇게 나한테 안 했을 거면서! 내가 나니까 다들 일부러 나만 무시하고!”
미숙의 쓸쓸함과 홀로 앓았을 속앓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 대사의 OK컷 직전, 공효진은 터지는 눈물을 주체 못해 그대로 앉아 종희 역의 서우를 끌어안고 한참을 운다. 어쩐지 그 아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울음이 그치지 않더라는 공효진은 그 시간이 살짝 민망했던지 녹화 중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DVD를 통해 공개된 그 장면은 <미쓰 홍당무>의 숨겨진 백미라 말해도 손색이 없다.

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그녀가 이야기할 사랑은 또 어떤 것일까. 이 드라마에서 공효진이 맡은 ‘지해수’는 정신과 전문의다. 그녀는 겉으로는 시크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지해수가 만나게 되는 사람은 완벽한 외모와 빼어난 언변을 가진 로맨틱한 추리소설작가 ‘장재열’(조인성 분). 독특한 플롯과 대사로 유명한 작가 노희경은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일들을 의미 있게 다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촬영은 지난 5월 초 분당의 한 타운하우스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공효진은 냉소적인 느낌과 부드럽고 사랑스럽기도 한 지해수를 만들어내며 첫 촬영부터 제작진의 만족감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는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자’는 의도를 내세운다. 공효진이 먼저 만난 지해수도 이전의 캐릭터들처럼 참 괜찮기를 바라본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헤어스타일과 드레스로 눈길을 사로잡을지가 먼저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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