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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 성공한 예술가로서 만난 두 친구 가수 양희은 & 화가 김점선 ‘유쾌한 수다’
여자로서, 성공한 예술가로서 만난 두 친구 가수 양희은 & 화가 김점선 ‘유쾌한 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6.12.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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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특히 인생의 중반을 넘은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만큼 중요한 화두도 없다. 여기 마음 맞는 새 친구를 만나 앞으로 더욱 행복해질 두 사람이 있다. 가수 양희은과 화가 김점선의 즐거운 인생 대담.

글_ 윤혜진 기자 사진_ 박민철 기자

언제나 자신의 노래 ‘아침이슬’처럼 영롱할 것 같은 가수 양희은(55). 그녀가 자꾸만 늙어간다. 인생의 중반쯤 왔다고 느껴졌을 때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을 부르더니 이제는 가수생활 35주년을 맞아 새 노래 ‘당신만 있어 준다면’을 내놓았다. 더 나이 먹어 보니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거다. 새 앨범 겉지와 속지가 예전의 그녀 스타일과 많이 다르다. 얼마 전 새로 사귄 친구인 화가 김점선의 그림을 덧입혀 알록달록 꽃이 피었다. 나이 들면 빨갛고 노란 원색이 좋아진다더니 정말 그녀가 늙어 가는 게 맞는 듯싶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새 음반에 핀 꽃이 어느덧 쉰다섯 살이 된 그녀와 참 잘 어울린다. 천진난만하고 거침없기로 유명한 화가 김점선(61)이 워낙 꽃을 예쁘게 그려 놓기도 했지만 어쩐지 닮은 두 사람을 노래와 꽃으로 표현해 놓은 것도 같다. 꽃은 젊은 청춘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식물일 뿐이지만 나이 들어 다시 바라보는 꽃은 생명의 열매를 품고 있는 어머니가 아닌가. 기가 막힌 조합이다.
처음 만난 순간 서로 ‘노래하는 김점선’과 ‘그림 그리는 양희은’으로 알아봤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은 인생에 대해 구성진 이야기판이 벌어졌고 나이 어린 기자가 겁 없이 함께했다.


양희은(이하 양) : 형님, 전화 울린다. 얼른 받아. 난 또 내 휴대폰이 울리는 줄 알았네.
김점선(이하 김) : 그러게. 정작 주인은 못 들었네. 이게 다 우리 벨소리가 똑같아서 그래. 가뜩이나 벨소리 잘 못 듣는데 같이 있으면 더 모르겠어.

: 두 분이 벨소리를 같은 걸로 일부러 맞추신 건가요?
양 : 아니. 우린 50년 넘게 따로 살다가 내 나이 쉰다섯에 처음 만났는데 만나 보니 똑같더라. 참 신기해.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벨소리도 똑같고, 말하는 것도 똑같아. 하여튼 우린 많이 만나면 안 돼. 안 봐도 뻔하구만 일부러 바쁜 시간 내가며 만날 필요 없잖아.

퀸 : 만난 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김 : 두 달 됐어요. 사람들이 우리 둘을 보면 몇십 년 친구 사이인 줄 알아요. 신기하지? 그래서 내가 희은 씨 새 노래를 처음 들어본 날 희은 씨한테 ‘너는 나다. 노래하는 김점선이다.’ 그랬어.
양 : 형님은 만날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야. 게다가 발이 어찌나 넓은지 내 친구들을 다 훑었어요. 오늘 형님이 도와준 광희 패션 전시회만 봐도 그래.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야. 나보다 여섯 살 위인데 꼭 친구 같아. 솔직히 어린아이 만나도 친구하죠?
김 : 실제로 동네에 내 남자친구가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야. 걔가 네 살 때부터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어. 그런데 하루는 내가 외출하는데 그 아이가 흙장난하다가 날 부르더라고. 같이 놀재.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화가 났는지 흙을 확 뿌렸어. 나름대로 애정 표현을 한 거지. 그 꼬마는 내 삶의 활력소야.
양 : 형님도 참 엉뚱하셔. 난 걷는 게 좋아. 나지막한 산을 걸으면 상쾌해져요. 그리고 나는 장 봐서 요리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것도 꼭 내 손으로 직접 장 봐서 요리를 해야 기분이 좋아.
김 : 얘는 집에 불러다가 막 먹이고 그래요. 나는 그냥 매일 똑같은 반찬 한두 가지 놓고 먹고 누가 와도 음식 안 차려주거든. 계속 말만 하지. 그럼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 먹어. 그런데 얘는 평상시에도 반찬을 일곱여덟 개 놓고 먹어요. 요리 참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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