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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지성파’ 강용석 변호사의 고백
‘독특한 지성파’ 강용석 변호사의 고백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9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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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호감 엔터테이너로 방송가를 누비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강용석 변호사는 문제적 ‘이슈 메이커’였다. 소송과 실언으로 얼룩진 그의 정치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의 인생에 내리막길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예상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방송인으로 변신한 그가 엔터테이너로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것.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호감 정치인’으로 악명이 높았던 그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이용관 | 장소협찬 에반스타일 신사점(02-542-7273)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과 같이 방송하면서 아나운서 생활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고, 저의 실수가 그토록 컸다는 점도 깨닫고 있습니다”

<강적들>, <유자식 상팔자>, <썰전>,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은 현재 강용석 변호사가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이다. 전 국회의원이자 변호사로 방송에 도전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방송인의 이미지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강 변호사의 종횡무진 활약의 비결은 방대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에 있다. <썰전>에서는 시사적인 이슈를 풀어내는데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는 혼자 프로그램을 리드하며 진행하는 발군의 진행 실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유자식 상팔자>를 통해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까지 시청자들에게 드러내고 있다. 정치계에 복귀하기 위한 발판으로 방송에 출연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강 변호사가 방송을 대하는 태도에서 점점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방송 스케줄과 변호사 업무로 요즘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를 만났다.

‘방송 2년 차’ 방송인 강용석의 진심

강용석 변호사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최근 2년 사이 방송에서 그의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시사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두 아들이 고정 패널로 등장하는 <유자식 상팔자>의 진행을 맡은 이후에는 ‘예능인이 다 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이 더 이상 대중에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방송인 강용석의 이미지가 확고히 세워졌다.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로서 많은 방송에 출연하는 그의 진짜 속내가 궁금해졌다.
“사실 방송에서 불러주니 출연한다는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제가 방송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 방송이나 출연할 수는 없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처음부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송에 출연했다기보다는 연속적인 어떤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방송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그 스스로 예상하지 못한 방송 2년 차를 맞은 지금, 그가 방송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그는 요즘에도 방송 녹화에 임박해서는 ‘열심히 하자’는 말을 되뇐다고 했다.
“원래 제가 활동했던 무대가 아니다 보니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면 설레고 떨립니다. 예전보다 많은 방송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방송 녹화를 앞두고 있을 때는 마음속으로 ‘열심히 하자’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죠.”
‘국민 MC’ 유재석에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상당수의 방송인에게는 더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기 마련이다. 데뷔 이후 줄곧 출연한 프로그램이나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하도록 좋은 영향을 미친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터. 그는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애착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질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답해 드린다면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제 판단보다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따라 제 마음이 움직이는 정도로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더 마음이 가는 게 사실이죠. 요즘 제가 맡은 프로그램 가운데 <유자식 상팔자>의 시청률이 아마 압도적으로 높을 겁니다(웃음).”
하지만 그는 방송인으로서 아직 지상파 입성을 못한 상태다.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시청할 수 있는 종편이나 케이블에서는 그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지만, 국민감정이나 여론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지상파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지상파 출연이 갖는 상징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그에게 지상파 출연 가능성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동안 지상파 쪽에서는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방송 출연을 못했던 것 같은데, 현재 ‘초읽기’에 있는 상태예요. 현재까지 지상파 3사 측과 이야기된 부분은 많은데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송 출연이 곧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를 좋아하는 팬도 생겨났다. 방송인 강용석에 호감을 가진 팬들이지만 가끔 ‘빨리 정치를 재개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역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평생 방송인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방송 경험을 정치 수단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저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저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웃음). 그런 분들은 방송인 강용석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간혹 ‘빨리 정치를 재개하라’는 분도 계세요. 그러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국회에 다시 입성하고 싶은 제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죠. 방송이 제가 정치에 입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은 제 이력의 일부인 거죠.”

자녀의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는 아버지

<유자식 상팔자>를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라면, 그가 어떤 스타일의 아버지인지 잘 안다. 조금 과장하면 방임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세 아들에게 자율을 강조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비치는 그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그의 교육 스타일에 관해 해명할 기회를 줬다.
“제가 가진 모토가 ‘아이들이 돈 떨어져 밥 안 굶게 하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겁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다정다감한 스타일의 아버지는 아닌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줄 마음이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돈이 없어서 장학금을 받으려고 고생한 경험이 있는데 제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물려주지 않고,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의 판단을 믿어보자는 거죠.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잘 커줘서 지금은 큰 걱정은 없어요.” 
하지만 모든 부모가 그렇듯 그도 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장남이 이루지 못한 외고 진학을 남은 두 아들이 이뤄주는 것이다. 자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그의 말에 비춰볼 때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듯했다.
“첫째 아들이 대학에 떨어져서 재수 중인데, 대학에 진학하는 부분은 아버지로서 솔직히 잘 챙겨주고 싶어요. 얼마 전 어머니께 전화가 왔는데, 아들이 셋인데 하나 정도는 대원외고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요즘 둘째 아들에게 매일 이야기하는 게 외고에 꼭 가야 된다는 말을 하고 있죠. 네가 못 가면 막내 세준이가 가야 되는데, 너에서 끝내자고 이야기해요. 외고나 대학에 진학하는 부분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아이들에게 제 생각을 전하는 편이죠.”
이처럼 그 역시도 자녀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소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자식이 마음대로 안 돼 속상한 부분도 있다”며 “부모로서 일부 욕심은 내되, 가세를 기울이면서까지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자식이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서 좋은 대학교에 보내자’는 욕심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에 순응하자’는 마음도 생겨요. 그 선택의 기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아이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겠죠. 그렇지만 가세가 기우는 상황에서도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요.”

불미스러운 발언으로 벌금형 받은 후 첫 고백

 
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뒤풀이 회식을 하던 중,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발언을 해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그는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1·2심에서는 모욕 및 무고죄를 인정했지만, 파기 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그는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인터뷰 시작부터 “민감한 사안은 가급적 답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그였지만 최근 이지애 전 아나운서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만큼 그의 생각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이지애 씨가 이렇게 화해의 요청을 먼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손범수, 김성경, 박지윤 씨 등과 같이 방송하면서 아나운서 생활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고, 저의 실수가 그토록 컸다는 점도 깨닫고 있습니다. 이지애 씨도 프리 선언 이후 잘 되길 바랍니다.”
그가 앞으로 방송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방송에서 본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10년 뒤, 아니 5년 뒤에도 그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방송을 대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에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넥스트로 대표 변호사다. 그는 “방송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함께 일하는 변호사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회사 홍보의 기회를 주자 “경기고를 졸업한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들이 만든 구멍가게 같은 곳”이라며 “대신 공장에서 막 찍어내는 느낌보다는 아틀리에 같은 곳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느낌의 회사로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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