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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1.0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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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티보길 Primitivo(上)

발걸음 길 끝에 머물 듯 태양도 지평선에 머무네

▲ 폰사그라다 마을 들어가는 길. 카미노 길은 늘 아름답고 편안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늘 한 점 없이 모래 폴폴 날리는 힘든 길도 끝없이 이어진다.
오지여행가 조숙희씨가 ‘순례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그녀는 여러 순례길 중 가장 험난한 코스이자, 국내에선 소개된 적 없는 ‘프리미티보길’을 따라 20여일간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기를 2회에 나누어 연재한다(편집자 주).

글·사진 조숙희 오지여행가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제자 중 하나이자 첫 번째 순교자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순례의 길로, 그의 이름을 붙여 ‘성 야고보의 길’이라고도 부른다. 야고보가 순교한 뒤 아스트리아스의 왕 알폰소 2세는 그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선언하고, 무덤 위에 성당을 건축한다. 그 후 이곳의 지명은 ‘Campus stella(별들의 들판)’라고 불리게 되었고, 성당은 야고보의 스페인어 이름인 산티아고를 붙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지가 되었다. “7월 25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성스러운 해에 성지순례를 하면 죄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칙령이 발표된 후, 지금까지도 7월 25일 일요일이면 엄청난 순례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산티아고로 향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1987년 유럽 문화유적으로 지정되었으며, 199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1993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산티아고 길

성 야고보의 최초 순례길인 ‘프리미티보(Primitivo)길’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대도시 오비에도(Oviedo)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향하는 길이다. 여러 순례길 중 가장 험준한 코스지만, 1000m 고도에서 펼쳐지는 자연경관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프리미티보길을 가려면 이룬(Irun)에서 출발하는 북쪽 길을 걸어 오비에도에 입성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오비에도에서는 북쪽 길을 따라 계속 걷는 코스와 프리미티보길로 나뉜다. 북쪽 길은 해안을 따라 휴양도시를 지나는 코스라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순례자를 만날 수 있다. 반면 표고차가 심한 산길을 걸어야 하는 프리미티보길은 순례자 연령대가 대체로 낮고, 여성보다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유는 이 길 위에는 알베르게(순례자 숙소)가 자주 있지 않으며, 수용 인원도 줄어들어 성수기에는 숙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프리미티보길의 총 길이는 314.5km이며, 완주할 경우 16~18일 정도 소요된다.
그리스도교도의 성채 역할을 했던 오비에도는 유서 깊은 성당과 대저택을 비롯한 많은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 구석구석 둘러볼 곳이 많은 도시다. 오비에도 알베르게의 개점 시간은 오후 5시다. 만약 일찍 도착했다면, 정원에 배낭을 줄세워 놓은 다음 관광을 하고 5시 정각까지 다시 돌아오면 된다. 알베르게에서 순례자 카드(크레덴시알)를 발급받은 후 본격적인 순례에 나선다.

▲ 그라도 마을 들어가는 길. 그늘 한 점 없는 벌판 구간이다
오비에도를 벗어나 본격적인 트레일에 닿는 데만 40분이 소요된다. 마을을 벗어나자 곳곳이 전망대며, 그 경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오전 7시에 출발한 우리는 6 시간 반 만에 그라도(Grado) 마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마을까지 들어가는 3km 남짓 되는 길은 그늘 한점 없는 벌판인데다, 그곳엔 알베르게도 없다. 결국 그라도에서 4km 떨어진 빌라파나다(Villapanada) 마을까지 끝없이 올라가,  다시 순례길에서 1km를 더 벗어나자 비로소 알베르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부터 29km를 걷는 강행군을 하고 나니 체력이 고갈된 듯하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이 8시로 규정되어 있어 배고픔을 참을 수밖에 없다.
이튿날 아침 1.5km 정도 산길을 오른 후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중간에 고속도로 공사 중인 것만 빼고,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에 좋은 날씨다. 오늘의 종착지인 살라스(Salas) 마을의 알베르게는 새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마을 터널을 지나자 바로 여행자 안내센터가 있어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셋째날은 아침부터 오르막길이 7km나 이어진다. 완만하고 밋밋한 오르막이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길이지만, 아침 숲의 싱그러운 초록빛이 잠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보데나야(Bodenaya) 마을 1km 전부터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인지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아주 많다. 이 마을을 지나고 나면 고요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운이 좋으면 순례 도중에 양떼들에 둘러싸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티네오(Tineo)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빽빽하게 우거진 숲길인데, 사람과 가축이 함께 다니는 길이라서 그런지 오물투성이의 기름진 진흙길이다. 티네오 마을 알베르게는 방 하나에 30명까지 수용하지만, 취사장비라고는 커피포트밖에 없다.

300여 킬로미터 보름 이상 걸어가야

새벽 6시면 순례자들은 하나둘 새벽길을 나선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걸어야 하는 게 첫번째고, 성수기에 알베르게 자리를 빨리 확보하기 위함이 두번째 이유다. 시에스타(Siesta)는 라틴계에만 있는 낮잠 시간으로, 낮 12시부터 4시까지 바(bar)를 제외하고는 관공서까지 문을 닫는다. 그 시간에 마을을 지나다 보면 밥 먹을 곳이 없기 때문에, 무겁더라도 먹을 것을 챙겨서 걸어야 한다. 폴라 데 알란데(Pola de allande) 마을로 가는 길은 끝없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15.56km 지점에는 호스피탈산(Mt. Hospital·1292m)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이 산의 아름다움 때문에, 순례자들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5일째 되는 날은 프리미티보길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팔로산(Mt. Palo·1146m)을 넘는다. 오지 산골 마을과 이끼계곡을 지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이 끝없는 숲을 이루며 펼쳐진다. 정상 직전 2km지점부터는 그늘도 없는데다, 정상으로 오르는 도로가 산을 휘감아 돈다. 이 산의 정상에서 만나는 이들은 힘들게 올라온 이방인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6일째, 부스폴산(Mt. Buspol·1120m) 정상에서부터 10km나 되는 지그재그 하산 길은 엠발세 데 살리메(Embalse de Salime) 댐까지 이어진다. 이틀 동안 올라온 것만큼 내려가는 길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하산 길 내내 펼쳐지는 장엄한 경치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댐을 건넌 후 달콤한 케이크와 진한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로 들어서니 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2km 정도 걸은 후, 다시 산길을 넘으면 그란다스 데 살리메(Grandas de salime) 마을에 도착한다. 작은 마을치고 박물관까지 있는데, 날짜를 잘 맞추면 무료로 박물관을 관람할 수도 있다. 이곳의 알베르게 시설은 깔끔하며, 취사도 가능하다.

▲ ‘하이디가 나오는 마을’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침의 모습. 자욱한 안개가 만들어내는 아침풍경이 프리미티보길의 최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다음날, 이른 아침 카스트로(Castro) 마을로 들어가는 목장 길은 밤새 떨어진 기온과 태양열로 인해 자욱한 안개로 뒤덮여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가히 알프스에 버금가는 아름 다운 풍경이다.
카스트로 마을을 벗어나면서 꾸준하게 높아지는 고도에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폰 사그라다 (Fonsagrada) 마을로 가는 순례 길은 도로와 평행을 이루며 걷는 길이 대부분이라 심적 부담과 함께 체력소모 또한 엄청 나다. 알베르게를 찾으려면 1.5km 떨어진 파드론(Padron) 마을까지 더 가야 하는데, 그 거리가 마치 15km는 되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오비에도에서부터 파드론까지 155.4km를 왔으니, 절반을 걸어온 셈이다. 남은 기간을 잘 갈무리하기 위해 오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밤하늘이 아름다운 스페인에서 꼭 새벽별을 한번은 보기를 기원하며….(계속)

<information>

교통

프랑스 파리에서 오비에도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열차(www.voyages-sncf.com)를 이용하거나, 유럽 내 저가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다. 열차는 프랑스 몽파르나스(Montparnasse)와 오스탈리츠(Austerlitz)에서 운행한다. 몽파르나스에서는 하루 3회(7:10 15:50 17:50) 운행하나 2 회 환승해야 하며, 오스탈리츠에서는 1회만 환승하면 되나 하루 1 회(17:45)만 운행한다. 16~17시간 소요. 야간 운행 시에는 침대칸을 예매하는 것이 좋고, 여성의 경우 여성 전용칸을 이용할 수 있다. 일찍 예매할수록 가격이 저렴하며, 취소·환불이 안 되는 표가 있으니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저가항공사는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마드리드를 경유해 레옹까지 가는 이베리아 항공(www. iberia.com)을 이용하면 된다. 레옹에서 오비에도로 가는 기차는 하루 4대(10:19첫차~21:19막차) 운행하며, 2시간 소요.

카미노 델 산티아고 용어

페레그리노(pilgrim) 순례자-어떠한 종교를 가지고 있든, 카미노 길을 걷고 있는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순례자가 된다.

크레덴시알(Credencial) 순례자 여권- 알베르게, 성당 등에서 발급해준다. 알베르게 뿐 아니라 바, 레스토랑, 안내센터, 성당 등에서 각양각색의 스탬프를 받는 재미도 좋다. 산티아고 입성 100km전부터는 크레덴시알에 찍혀 있는 스탬프로 100km 완주 를 했는지 확인해 ‘순례증’을 발급해 주기도 한다.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전용숙소-크레덴시알 소지 시 13유 로의 비용을 지불하면 취사, 세탁,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방 하나에 보통 침대가 두 개에서 수십 개 있으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용한다. 알베르게마다 오픈하는 시간이 다르며, 시설 또한 차이가 있으므로 다음 출발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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