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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드라마로 보는 '직장인 코드'
예능과 드라마로 보는 '직장인 코드'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1.21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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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대는 회사다!

회사에 찌든 직장인들도 미디어를 통한 '공감'을 원한다. 군인, 학생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연이어 화제가 된 가운데 직장인들의 심리를 자극할 방송이 안방극장에 선보인다. 교차 출격으로 시너지를 노리는 직장인 버라이어티 tvN <오늘부터 출근>과 직장인 필독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동명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호응을 끌어낼 지 기대해 본다.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SBS tvN 제공
 
직장인의 애환,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는 아주 일상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영화, 다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면에서 ‘직장’이라는 공간은 주된 배경이기도 했고 에피소드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고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 상황을 겪으며 헛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함께 나눈다. 이제는 좀 더 자세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해보고 갈등의 원인과 관계성들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쳇바퀴 굴리는 햄스터처럼 출근하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두통에 시달리며, 막상 떠나기 힘든 이곳을 늘 벗어나고 싶어 하니까. 요즘 ‘직장인’을 말하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다.

설레고도 두려운 <오늘부터 출근>

 
연예인들이 실제 기업에 취직해 일반 회사원들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실제 상황에 투입된 출연자들의 출근, tvN <오늘부터 출근>은 이들의 리얼한 회사 생활을 담는 관찰 예능이다. 조직 생활을 처음 경험해보는 이들을 통해 좌충우돌 ‘직장인 일상’을 미세하게 담고 있다.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로 녹화장을 옮기고 5일간 출퇴근하며 생활한다.
직장에서의 모든 것이 서툰 누군가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팀장에게 꾸중을 듣기도 하고, 들뜬 마음으로 차려 입은 복장을 지적당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 규칙적인 일상과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가수 박준형, 모니터를 보며 혼자 전략을 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왔던 프로게이머 홍진호, 화려한 무대 위에서의 안무와 노래가 익숙한 아이돌 출신 김예원 등의 캐스팅은 직장이라는 공간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나이, 성별과 관계 없이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의 어설픈 모습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심어주기 때문. 기획 의도에 따라 연출을 줄이고 ‘직장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의 모습은 우리시대 회사원들의 추억과 공감을 안겨 준다.
<오늘부터 출근>을 기획한 고민구 PD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 직장이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해 현대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제 2기 동료들로 재구성되는 <오늘부터 출근>은 늘 촉박하고 유쾌하지 않은 출근 준비와 험한 출근길, 직장생활을 우울하게 느끼게 하는 잡무들, 지나치게 짧은 휴식, 욕먹을수록 더 잦아지는 실수 등 다양한 테마를 다뤘다. ‘신입사원 체험기’라는 대제로 직장 리얼리티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로 하여금 늘 옆에 앉아 있는 동료들과 지겹게도 공감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다시 보고 자신의 모습을 다른 방식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직장은 늘 험난하지만 울상만 지을 수 없는 소중한 터전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에 문외한인 봉태규, 은지원, 김도균, 박규리 사원이 2기 신입으로 고충과 좌절 속에서 새 일상을 시작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의 ‘수 싸움’ <미생>

 
이 드라마는 윤태호 작가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재한 웹툰 <미생>이 원작이다.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는 청년 장그래가 종합상사에서 초보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바둑의 특성을 직장인의 삶에 절묘하게 빗대어 찬사를 얻었다. 2012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만화상 등을 휩쓸며 웹툰의 최고 권위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직장 구성원들끼리 맺는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 제목의 뜻은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馬)로 상대에게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는 말'을 가리킨다. 즉 아직 미생 신세인 신입사원을 뜻하고 있다.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기로 한 김원석 감독은 “<미생>의 가장 큰 매력은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지만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진행되고 있는 전쟁터 같은 직장의 치열함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데 있다”며 “드라마 <미생>은 비상식적인 상황과 처세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나가는 묘수가 제시된 원작의 쾌감을 해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연출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일에 갇혀 매일 울고 웃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과 안의 감동적이고 애틋한 인간관계를 그리고자 한 작품 <미생>은 드라마화 되면서 보다 실감나게 그들의 고군분투를 그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태호 작가는 이번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아직 미생>을 통해 “드라마에서는 만화의 가치나 재미를 강요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다 가족적인, 청춘적인 이야기를 담아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드라마 ‘미생’ 제작진은 원작 웹툰의 담담한 서사적 구조나 묵직한 감동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데에는 부침이 있었다고 전한다. 각색에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던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의 본질적 갈등 요소를 녹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입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웹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의 캐릭터로 완전히 재창조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종합무역상사 원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드라마 속 이야기는 ′전문직′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의사, 변호사 등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평범할 수 있지만, 비범하고 무료할 수 있지만 생생한 우리들의 일상을 드라마 속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오상식 과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은 “직장인들을 볼 때 일상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역할에 뛰어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다. 매제가 해외사업팀에서 근무하는데 이제는 대화가 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촬영과 현실 생활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윤정 작가는 각색을 거치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정립하면서 직장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은 직장인들의 가족들조차 남편이, 아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오는지, 야근이 왜 그렇게 많은지 등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계도를 넓혀 보았다”고 밝혔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거친 길, 자신의 과거일 수도, 현재 모습일 수도 있는 <미생>의 생존기가 시청자들에게 강하고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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