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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아버지 ‘덕수’의 인생
'국제시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아버지 ‘덕수’의 인생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5.02.28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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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토크

 
또 하나의 천만 관객 영화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이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1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수 1078만 2359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영화를 둘러싼 보수 논객과 진보 논객 간의 이념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글 송혜란 기자 사진 CJ E&M

<국제시장>은 대한민국 최초 휴먼 재난영화 <해운대>로 ‘천만 관객’ 흥행 기록을 남긴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인 기대작이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휴머니스트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 온 윤 감독이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바로 <국제시장>.
윤 감독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온 격변의 시대를 주인공 ‘덕수’의 인생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자신이 아닌 오로지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윤 감독이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였다.
흥남부두에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집안의 장남이자 가장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덕수. 공부 잘하는 동생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동생 학비를 대기 위해 베트남 전쟁터에 뛰어들며, 집안 가장 노릇을 위해 독일 광부로 떠나는 덕수의 인생.
영화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살아온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중년층 관객들의 눈물을 주룩주룩 뽑아내 가슴 시린 영화가 되었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을 막고 오래도록 우는 남자 관객들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제목으로는 <국제시장>, 영어 제목으로는 <Ode to My Father>. 감독의 제작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는 윤 감독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영화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더욱 중심이 되는 듯하다. ‘독재정권과 산업화 시대를 미화하는 영화’,  ‘시대적 성찰이 없는 영화’라고 비판하는 진보 논객과 ‘산업화 세대의 애국심을 잘 표현한 영화’,  ‘아버지 세대를 그린 가족영화’라고 칭송하는 보수 논객이 맞서고 있는 것.
흥행 열풍 속에서도 뜨거웠던 이들 다툼의 승자는 결국 보수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굳이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진보 논객의 발언들이 일부 진보주의자들의 등도 돌리게 만든 것은 명백해 보인다.
‘독재 권력의 국가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 대신 이를 질 낮은 웃음 코드로 합리화했다’는 그들의 논리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념을 떠나 오로지 가족 관점에서만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을 보수주의에 찬동하고 국가주의를 합리화하는 데 동의한 사람들로 취급한 우를 범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게다가 그들이 영화에서 놓친 부분도 더러 있다. 영화는 오히려 한국의 경제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이나 기업의 덕이 아닌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전쟁과 독일, 월남 파견 노동자에게 국가가 해준 게 무엇인지 이 영화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다.
또한, 주인공이 최고의 가수로 경상도 출신의 나훈아가 아닌, 전라도 출신 남진을 치켜세운 것도 작은 부분이지만 모든 관객을 끌어안으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돋보이는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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