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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꽃 같은 이름, 장미희
여전히 꽃 같은 이름, 장미희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4.30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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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우

나이가 무색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 ‘여배우’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른다 해도 무리가 없는 아름다운 얼굴. 장미희는 젊었을 적의 화려함에 더해진 깊이로 다시금 붉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 서늘한 인상과 부드러운 자태, 고고한 목소리가 참 긴 시간동안 그대로다. 장미희의 다작(多作)을 환영하며 그간의 그를 추억하고, 또 기대해 본다. 

 

30대도 안 돼 보인다는 속 없는 수식을 더하고 싶지는 않다. 50이 훨씬 넘은 나이로 이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장미희는 분명 달라졌지만, 눈부시게 아름답던 그 에너지를 여전히 뿜어내고 있다. 아주 동양적이면서도 낯설은 류의 관능미는 아직도 묘한 설렘을 일으킨다. 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추앙받던 미모는 여전하다기보다 이전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윽히 바라보는 눈빛은 상대를 꿰뚫는 듯 그 끝이 날카롭고 여운이 길다. 부드럽고 섬세한 몸짓은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한다. 연기 경력 40년, 장미희의 새 시절.

장미희, 천성적 배우
고매하게 살짝 올라간 눈썹과 선명한 콧대, 붓으로 그린 듯 부드러운 입술은 젊은 시절의 생기로움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그 시절이 아쉽지 않을 만큼 다시 또 아름답다.
언뜻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지배적으로 떠올리지만 장미희의 필모그래피엔 그 이상의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다. <춘향전>으로 얼굴을 알리고 <겨울여자>의 ‘이화’를 연기하면서 파격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장미희는 겨우 스물을 조금 넘긴 나이였다. TBC 특채로 뽑혀 활동을 시작하고 <해녀 당실이>로 동양방송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80년대 초에는 2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으며 주로 연기했던 멜로물 뿐 아니라 코믹, 액션 등에 도전하기도 했다. 30대가 채 되기도 전에 그는 너무나 많은 역할과 마주했다. 한껏 무르익을 시절의 장미희는 우리 영화계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치명적인 농염함, 붙잡아둘 수 없는 자유로움을 가진 숙명은 새로운 인물로 변화할수록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유수의 감독들에게 장미희는 뮤즈가 됐다. 세월을 오래 거쳐 왔음에도 여전히 패셔너블하다는 인상이 드는 것은 그가 천성적인 배우일뿐더러 그 스타성이 바래지 않았다는 증명일 것이다.

‘장모란’에 대한 찬미
2000년대의 장미희는 모르는 사이 여러 영화에 주, 조연으로 출연했고 드라마 역시 꾸준히 작업해 왔다. 여유롭게 말을 아끼는 입매와 표정은 그를 도도하고 히스테릭해 보이게 하기 쉽지만 앞서 짚었던 것에 이어 활동해온 내력을 살펴보면, 역할과 작품에 대해 꾸준히 도전해 온 부지런함이 빛난다. 안타깝게도 대중에게는 강렬한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어 어떤 사람으로 나오든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이 그런 성향을 드러내는 데 방해가 됐을 뿐.
어찌됐건 장미희의 시대는 다시 도래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유현기 CP는 비밀을 품고 있는 슬픈 얼굴의 ‘장모란’역할을 두고 장미희를 염두에 둔 캐릭터라고 밝혔다. 베일에 쌓여있지만 잘 뜯어보면 귀엽고 엉뚱한 장모란 여사는 정말이지 장미희에게 착 맞는 옷 같다. <엄마가 뿔났다>의 ‘고은아’를 연기했던 장미희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 기막힌 캐스팅에 박수를 칠 것이다. 아주 우아하고 사치스러우며,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부잣집 사모님인 고은아는 알면 알수록 순수하고 귀여운 여자다. 다가가기 힘들게 하는 도도한 말투와 상대를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 특유의 기품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연기하다가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투정을 부리거나 토라지는 얼굴은 아주 신선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장모란’ 역시 비슷한 모양새의 앞뒤 반전이 있는 인물이다. 느릿한 말투의 자산가, 비밀을 갖고 있는 묘령의 여인으로 소개되지만 김혜자가 분한 강순옥과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귀엽고 황당하다. 전작에선 불편한 사돈 관계로 만났던 김혜자와 함께 독특한 역할로 열연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활력이 넘쳐 보인다. 물론 장모란은 늘 아름다운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나비처럼 움직이면서 나긋나긋 말하지만. 한 10년 쯤 더 지나더라도 장미희의 아우라는 그대로일 것 같다. ‘장모란’이 된 지금도 장미희를 완전히 지울 수 없듯.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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