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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대석-한국여성유권자연맹 김성옥 중앙회장
신년 초대석-한국여성유권자연맹 김성옥 중앙회장
  • 송혜란
  • 승인 2016.02.1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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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행동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립니다”
 

21세기 들어 여성의 지위가 급격히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엔 가부장적 전통과 보수적인 사고가 남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평등한 주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김성옥 회장. 더욱 큰 꿈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김성옥 회장의 새로운 비전과 대한민국 여성들을 향한 메시지를 들어 본다.

취재 김은정 사진 양우영 기자

한국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 온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여성의 권익이나 정치 참여라는 말이 생소하던 1969년, 당시 여성 사회운동가였던 김미희, 김정례, 이범준, 이태영, 최이권, 황신덕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 관련 여성 단체다. 여성 유권자의 권익 실현과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NGO 단체로, 중앙 본부와 광역 시도에 17개 지방 연맹, 전국에 147개의 지부, 청년, 청소년, 다문화 연맹을 두고 있다. 지난 47년간 한국 여성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많은 활동을 해 왔는데, 김성옥 회장은 그 중 대표적인 업적으로 1987년 대선 당시 후보들에게 최초로 여성 할당제를 요청한 것을 꼽았다.

“대통령 후보들에게는 물론 당선 후에도 여성 국회의원 10~15%를 할당해 달라는 요구를 했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여성 할당제를 요구한 결과, 지금은 지역구 30%, 비례 대표 50%이상으로 비율이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금은 권고 조항으로 되어 있는데, 의무 조항이 되도록 여성유권자연맹이 주축이 되어 여성 단체들과 연대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의회 모니터링,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상 제정, 국회 청년인턴제, 청소년 정치캠프 등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올바른 주권 의식을 심어주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2010년부터 중앙회장을 맡아온 김성옥 회장은 굵직굵직한 행사를 통해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위상을 높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 NGO로서 <G20과 여성 의제>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던 일.

“당시 G20 위원회는 정상회담 준비만으로도 너무 바빠 위원회의 도움 없이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양 당의 외교통상 위원이었던 정몽준 의원과 신낙균 의원과 함께 특별 세미나를 주최했어요. 그런데 민간단체가 주최한 이 행사에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올 만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요. 그런 성과로 G20 정상회담이 끝나고 대통령과 함께하는 G20 평가회 자리에도 초청이 돼, 한국 여성운동의 위상을 보여 줬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온 연맹의 사업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초창기에는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생경한 일이었다. 그후 80년대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를 할당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여성 정치인들의 배출에 적극 나섰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의회 모니터링, 국정감사 참여 등 국정 모니터링 역할을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청년연맹과 청소년연맹을 발대해 여성뿐 아니라 청년과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 왔다.

또한,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권 의식을 가지게 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다문화연맹도 발대했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치며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올바른 시민 의식과 주권 행사를 위해 더 큰 개념의 사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여성유권자연맹이라고 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해 달라는 투쟁만 하는 곳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 관련 활동 외에도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펼치고 있지요. 환경 캠페인도 펼치고 있고, 자녀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인 학부모들을 위해 바른 교육을 주제로 강연도 하고, 청소년 캠프를 열어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 주고 있으며, 다문화 여성들의 결혼 지원 사업 등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년연맹과 청소년연맹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여성만을 위한 쟁취가 아닌 모두 함께 행복하자는 공존의 문제라는 것.
“여성 유권자 운동이 내 어머니, 아내, 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이 문제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어머니와 아내와 딸이 행복해진다면 가정이 행복해지는 일이고, 그건 결국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 일이지요.”

 

 

아직은 갈 길이 먼 한국의 여성 정치 현실

예전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도 여성인 시대에 이제는 여성 할당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여성이 출마해 남성들과 당당히 경쟁해야 하지 않나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일부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 정치인의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고.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많이 있지만, 재력이나 조직력 등이 남성들에 비해 약해 경쟁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치에서든 기업에서든 의사 결정 기구에 여성들이 더욱 많이 진출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구 30%, 비례 대표 50% 할당도 권고 조항이지 의무 조항이 아니어서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실질적인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정치라고 하면 왠지 나하고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문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정치는 내 삶의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이 법과 제도 등을 아무리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내 삶은 나아지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

김 회장은 정치라고 해서 꼭 내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정치인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일을 챙기다 보면 스스로 역량이 강화되고, 이런 살림 정치에서 출발해 구의원, 시의원, 더 나아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우리 지역의 삶을 개선시켜 볼까 하는 적극적인 마음 자세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집에서는 살뜰한 맏며느리, 엄마, 아내

김성옥 회장은 사회 활동을 다소 늦게 시작한 편. 연맹에 몸담기 전에는 맏며느리로 시부모와 시동생까지 챙기며 매일 저녁 밥상 메뉴를 고민하는 살뜰한 주부였다.
“우리 친정어머니가 항상 하신 말씀이 있어요. ‘여자는 저녁 밥상만큼은 꼭 메뉴를 매일 바꿔가며 정성껏 차려야 한다. 그래야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다.’ 그래서 저도 저녁 밥상은 항상 장을 봐서 매일 다르게 차렸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날 시동생이 그러더군요. 형수님이 오늘은 또 뭘 차렸을까 기대하며 집에 왔었다고.”

이렇게 맏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서의 직분에 충실하면서도 결혼과 함께 미루게 된 공부를 시부모님 두 분 작고하시고 나서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에 적을 두게 되었고 대학의 강단에까지 서게 됐다고. 그러다가 동창회장 등 처음엔 소박한 모임의 리더를 맡다가 성실히 임무를 다하다 보니 점점 더 큰 역할이 맡겨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친구가 어느 날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활동을 권유해 17년 전 처음 몸담게 되었고, 여기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아 2010년 연맹의 중앙회장까지 맡기에 이르렀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듯 매순간 자신이 속한 삶 속에서 성실히 직분을 다하다 보니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큰 임무까지 맡게 됐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성유권자연맹의 회장을 맡고 나니 학교 다닐 때 운동권이었냐, 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등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학창 시절 김 회장은 이과를 전공한 학구열 높은 학생이었을 뿐, 그리고 여성유권자연맹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정치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엔 저도 정치라는 것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연맹에서 하는 많은 사업에 동참하다 보니 여성의 유권자 의식과 참정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6년 더 큰 도약을 꿈꾸다

올해 1월 여성유권자연맹의 회장 임기가 끝나면서 김 회장에게 더욱 큰 활동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례 대표로 나아가 의원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힘써 주기를 바라는 것. 이러한 주변의 권유에 조심스럽기도 하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한다.

“처음 제가 여성유권자연맹 일을 시작할 때 저의 멘토라 할 수 있는 김정례 고문님께서 정치에 관심 갖지 말아라, 연맹 일만 잘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 말씀을 항상 새기고 연맹 일을 해 왔는데, 회장 임기 6년을 마칠 즈음이 되니 정치에 관심 갖지 말라던 고문님께서 이제는 정치 일선에 가서 더욱 큰일을 해 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김 회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민간단체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들을 해 내기 위해 더 큰 곳으로 나아가 활동하라고 독려를 하고 있다. 사실 NGO 단체에서는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을 건의만 하는 역할이지만, 국회의원은 직접 법안을 만들고 시행할 수 있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16년간 여성유권자연맹의 일을 하며 몸소 부딪치고 체험한 일들을 국회에 들어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민간단체의 장과 일선 정치 현실의 자리는 느껴지는 무게가 다를 터. 그래서 정치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을 지키는 것이 바른 정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성유권자연맹 활동을 해 온 만큼 보다 능력 있는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선 무엇이 시급한 문제일까?
“여성이 경제력으로 당당하게 독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편이 돈을 벌어오면 아내가 남편에 의존하기 쉽거든요. 그리고 당장 내가 배고픈데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력도 생기지 않고요. 그래서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독립할 수 있으려면 경제적 주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여성에게 유독 문턱이 높은 금융권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합니다.”

민간 NGO 단체든 정치 일선에 나가게 되든 김성옥 회장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한결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정에서 역할을 잘 해 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의 능력이 가정에만 갇혀 있지 않고 사회로 나올 때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일인 것이지요.”

그리고 김성옥 회장은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힘주어 말한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할 때 세상은 더욱 밝고 아름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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