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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한없이 자유로운 동경 여행기
고현정의 한없이 자유로운 동경 여행기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3.10 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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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출판, 사업, 뭘 해도 ‘되는’ 여자
 

드라마 <여왕의 교실> 이후 잠시 모습을 감췄던 고현정. 그녀가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조용히 여행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나 싶더니, 이내 자신만의 뷰티 브랜드 론칭을 통해 대박 사업가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첫 번째 여행 에세이를 출간한 지 불과 1년 만에 신간 <현정의 곁,>으로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2016년은 그녀만을 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새 여행 에세이 출간과 그 여정을 담은 영상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 방송을 앞두고 마련된 기자간담회 현장에 고현정이 등장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로 시선을 확 사로잡은 그녀는 인터뷰 내내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호탕한 여자’가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 같았다.

배우에서 여행 에세이스트가 된 사연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선을 시작으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말숙, 〈모래시계〉의 혜린, 〈봄날〉의 정은과 〈선덕여왕〉의 미실, 〈대물〉의 서혜림 등으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2011년 <고현정의 결> 출간 후 3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신의 프로필에 〈미쓰Go〉의 천수로, 〈고쇼〉의 호스트,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을 추가했다.
2014년에는 앞으로의 10년을 여행과 책을 쓰며 살기로 한다. 고현정이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영향이 컸다.
“제가 너무 밖에 안 나오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니까 가족들이 제 건강을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동생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 식구들이 건강도 챙길 겸 여행을 통해 책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오셨어요. 마냥 감사했죠.”
그렇게 그녀는 ‘여자가 행복해지는(女幸) 여행’이라는 뜻을 담아 ‘여행,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해 바로 출간한 책이 <고현정의 여행, 여행>. 그리고 2015년 겨울, 생애 두 번째 여행 에세이 <현정의 곁,>을 내놓았다.

도쿄에 대한 특별한 애정

이번에 그녀가 택한 행선지는 도쿄다. 도쿄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특별하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서 도쿄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 후 첫 2년 6개월을 도쿄에서 보냈다고 한다. 식료품을 사서 혼자 밥을 먹고 자전거로 산책하는 그 모든 ‘처음 하는 일’을 시작한 곳도 도쿄였다. 
“결혼 후 첫 신혼 생활을 했던 곳이 도쿄였어요. 곳곳에 아이들과의 추억이 많이 남아 있지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비로소 어른으로 생활한 도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여행을 여덟 번 더 해야 하는데, 이곳을 먼저 들려야 다음 여행지로의 출발이 순조로울 것 같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꾸 마음에 걸릴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과감히 한 번 가 보자고 마음먹게 된 거지요.”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

두 번째 여행 프로젝트는 꽤 스케일이 컸다. 그녀가 도쿄 여행과 저서를 기획하는 모습부터 과거 도쿄에서의 신혼 생활까지 낱낱이 담긴 영상이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이름하여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 SBS플러스가 촬영한 이번 영상에는 인간 고현정의 진솔한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녀도 모르게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한다. 여행하는 여정을 영상으로 담아 저서와 함께 선보이자는 촬영팀의 제안을 그녀가 극구 거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행 자체를 편하게 즐기고 싶었던 그녀는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처음 여행 에세이스트의 길을 걷고자 했을 때 아시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조용히 진행하고 싶었어요. 오로지 제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굳이 홍보도 하지 않았던 거고요. 편하게 여행을 즐기고 싶은데, 카메라와 동행하면 아무래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고 포기할 촬영팀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그녀의 소속사와 함께 몰래카메라를 도입할 계획을 짰다. 그러나 25년 차 배우의 예리한 눈을 속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계속 따라오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외우는가 하면, 기어코 몰래 주위를 맴도는 카메라맨을 적발하고 만다.
“설마, 내 동의를 받지 않고 소속사가? 반신반의했는데 사실이더군요. 그때 촬영을 모두 접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곳까지 찾아온 스텝 분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니까 차마 돌려보낼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카메라와 함께 여행하게 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안정을 찾아갔다. 촬영팀의 성과도 대단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우 고현정의 이미지나 선입견, 오해를 모두 뒤집을 만한 그녀의 진짜 모습이 카메라 안에 속속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기자간담회에 함께 온 SBS플러스 권민수 PD는 그녀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모습에 대해 “그동안 고현정 씨에게 가지고 있었던 ‘센 언니’, ‘무섭다’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녀는 굉장히 재미있는 것은 물론 뜻밖에 소심하면서도 소녀 감성까지 잃지 않은 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고현정의 여행 스타일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뿐 아니라 이번 에세이에는 도쿄의 모습이 그녀의 필터를 걸쳐 새롭게 묘사되었다. 그녀가 표현한 도쿄는 더 이상 거대한 코스모폴리탄이 아니었다. 횡단보도 위를 쫓기듯 뛰는 사람들이 나오는 사진을 보는 데도 마음이 한갓지다. 복잡한 몰에서도 사람이나 시간이 아니라 자신만의 페이스로 움직인다. 그녀에게는 나름대로 여행 속도가 있다. 이건 어느 도시에서나 통하는 그녀의 여행 노하우라고 전해진다. 그녀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뒷골목을 걸으며 버스정거장과 작은 가게에서 쉰다. 그러다 마주친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법도 안다. 고향 시즈오카의 녹차 맛을 도쿄 젊은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판매보다 시음에 열중하는 청년부터 평생을 성실한 장인으로 살아온 친구의 공예품을 쓸모 있는 생활용품으로 전환하려 노력하는 중년의 에세이스트,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사귄 아티스트들에게 아지트를 제공하고 싶어 살롱을 만든 청년까지…. 이내 그녀는 도쿄를 변함없이 아름다운 도시, 살 만한 도시로 만드는 사람은 바로 그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20여 년이 지나 다시 마주친 도쿄는 그녀에게 있어 그런 도시였다.

그녀를 한없이 자유롭게 만드는 도시, 도쿄

카메라와 함께했지만 그녀는 도쿄에서 굉장히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버스정거장에서 넋을 놓고 옆자리 할머니의 가방 속을 구경하는 것은 물론, 주차장에서 몰래 촬영을 하다가 주인이 다가오면 냅다 도망을 치는 모습도 가공 없이 그대로 영상과 사진 속에 펼쳐졌다. 수시로 깔깔대고, 오늘 처음 만난 청년을 골려 먹고, 뛰고 싶을 때는 뛰고, 바닥에 주저앉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기존의 고현정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아니면 오히려 그게 진짜 그녀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호기심 충만한 모습은 마치 그녀가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이 호기심 천국이 되는 듯한 양상을 보여 준다. 언제나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간과 사물을 관찰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를 닮았다. 이러한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가능한 빨리, 다시 도쿄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는 우아한 것은 우아한 대로, 귀여운 것은 귀여운 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이기도 하다. 흔하지 않은 것의 귀함을 말해 주지 않아도 알며, 쓸모가 정해지지 않은 물건의 쓰임새를 잘도 창작해 내고, 물건을 만들거나 모은 이들의 재능을 대개 한눈에 알아본다. 그것이 그녀가 숱한 세월 동안 만들어 온 그녀만의 취향이었다.

고현정 인생의 다음 종착지는

아쉬운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그녀가 던진 한마디에 간담회 현장은 이내 폭소로 가득 찼다.
“제가 사주를 한 번 봤는데요. 이제 더는 남자가 없을 거래요.”
도쿄 이후 다음 여행지로 고려 중인 곳은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 스웨덴을 꼭 가 보고 싶어졌어요. 왜 그곳에 사는 여자, 남자들이 다 멋있다고 하잖아요. 딱 어떤 장소보다는 일단 잘생기고 멋진 여자가 많은 나라를 조금이라도 활기찼을 때 가 보고 싶습니다.(웃음)”
최근 자신의 뷰티 브랜드도 론칭한 그녀는 배우+여행 에세이스트+뷰티 사업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화장품 브랜드 <코이(Koy)>가 지난해 10월 벨포트 이태원점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오프라인 사전 예약 완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벨포트의 첫 해외 매장인 홍콩의 코즈웨이베이점을 통해 해외에 진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여행 에세이스트로서, 뷰티 사업가로서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법한데, 그녀는 다시 배우로서의 본업에 열중하기 위해 복귀 작을 검토 중이다.
“여행 에세이…. 제가 좋아하는 종이에 제 순간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제 생애에 무슨 횡재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아직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작품을 매번 띄엄띄엄 하다 보니까 매 작품이 복귀 작이 되는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올해 새 작품으로 다시 브라운관에 복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 출판, 사업, 뭘 해도 ‘되는’ 여자 고현정. 그녀가 올해도 그 행운을 쭉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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