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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의 진주, 드디어 빛을 발하다-해롤린 블랙웰
흙 속의 진주, 드디어 빛을 발하다-해롤린 블랙웰
  • 송혜란
  • 승인 2016.03.28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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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
헤롤린 블랙웰의 첫 독집앨범 <Strange Hurt> 표지

사람은 살아가면서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성악가 중 이런 기회를 잡아 일약 대스타가 된 흑인 소프라노 가수가 있다. 사실 흑인이 성악가로 성공하기 쉽지 않고, 배역도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그런데 일단 경지에 오르면 사람은 변한다. 대표적인 가수가 캐서린 배틀이다. 그녀가 당대 최고의 흑인 소프라노 가수인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속된 말로 성격은 싸가지가 바가지였다. 그녀는 동료 연주자, 성악가들에게는 물론 선배 성악가에게까지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연습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아예 땡땡이치는 사례도 많았으며, 심지어 이미 배정받은 분장실을 마음대로 바꾸고 다른 성악가의 사물을 문밖에 집어 던져 버리는 악행까지 저질렀다.
그러던 중 1994년 한 사건이 터졌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총감독 조셉 볼프가 그녀를 해고해버린 것이다. 예정된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에 마리 역으로 그녀가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더는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악행이 용서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 사건은 1995년 피고용자였던 캐서린 배틀 측이 미국 음악가 조합을 등에 업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모든 연주자와 출연자들이 그녀의 악행을 증언하는 바람에 패소하고 말았다. 이후 그녀의 오페라 무대는 종을 치며 막을 내렸다.

콜로라투라
이때 비어버린 배역에 다시 캐스팅된 소프라노 가수가 해롤린 블랙웰이다. 그녀는 일찍이 레오나드 번스타인에 의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처음 캐스팅된 적이 있다. 1955년생으로 나이도 많고, 1980년부터 소프라노 가수 활동을 시작해서 경력도 풍부하다. 그러나 사실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은 없었다. 말하자면 레퍼토리는 많은데 히트곡이 없는 평범한 가수 수준인 셈이었다. 1994년 이전까지는 자신의 음반도 단 한 장 발매한 적이 없다. 물론 그 이후에는 엄청 앨범을 쏟아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그녀는 ‘서정적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분류된다.
콜로라투라는 가장 화려한 고음을 최고난도의 창법으로 구사하는 부류의 가수를 말한다. 따라서 음색이 투명해야 하며 발음과 음역이 정확해야 한다. 때문에 음표가 콩나물 대가리 쏟아놓은 것처럼 엄청나게 자잘하고 템포도 람보르기니만큼 빠르다. 뿐만 아니라 해변가 곡선 주로를 달리는 트릴과 같은 기교와 신부의 부케처럼 화려한 장식음도 많다. 그러나 기교가 화려하다 보니 내실이 빈약해져 음악적이지 않다는 평도 많아, 점차 쇠퇴해져 가는 양식이 되고 말았다. 대표곡으로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 부분이다.

December Songs
해롤린 블랙웰은 1980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오페라 오디션을 통해 성악계에 등장한 이후 1994년부터 방대한 앨범을 발매했다. 그 가운데 독집 앨범은 3종이다. 최초의 앨범은 그녀가 혼신을 다해 내놓은 음반으로 <Strange Hurt>가 있다. 그녀가 1994년 유명세를 타자마자 RCA에서 광속으로 계약해서 내놓은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December Songs’와 ‘Genius Child’ 의 두 파트 곡이 들어 있다. 각 곡마다 10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고음역에서 숨이 차게 부르는 콜로라투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그리 클래식하지도 않아 그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Where are you now’ 같은 곡을 부를 때는 하도 숨차게 호흡을 해서 대신 숨을 쉬어주고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위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글 사진 김선호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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