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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도시농부학교 텃밭지기 이상민 기획팀장
파주도시농부학교 텃밭지기 이상민 기획팀장
  • 송혜란
  • 승인 2016.04.28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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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태 농사짓기
 

콘크리트에 뒤덮인 갑갑한 회색 도시, 바쁘게만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에 잔뜩 지친 사람들! 현대인은 점점 더 옛 자연의 향수, 생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선구자의 삶을 사는 이는 늘 회자되기 마련이다. 도시에서 생태농사를 짓고 있는 파주도시농부학교 이상민 기획팀장을 만나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40분 남짓 달리면 맞닿는 파주의 심학산. 그 언저리에는 샛노란 컨테이너 앞에 ‘심학산 텃밭배움터’라는 안내판이 걸린 파주도시농부학교가 자리해 있다. 파주도시농부학교는 파주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도시생태농사 교육 센터. 모든 운영은 이상민 팀장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창 봄 농사 준비에 분주한 그는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차림으로 기자의 방문을 반겼다. 해맑은 웃음이 가득한 그는 농사꾼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이러한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일했던 그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느꼈을 때 우연히 파주환경연합을 만났다.
“파주환경연합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사실 어린농부학교였어요. 어린농부학교를 운영하던 분이 귀농하게 되면서 제게 대신 제안이 들어왔었죠.”
어린농부학교는 그가 출판사에서 했던 일들과도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어린이 책, 그중에서도 자연 생태 쪽 콘텐츠를 많이 개발했던 그는 경기북부에 있는 화천의 물고기와 개구리, 뱀, 식물들을 많이 조사했었다. 그가 회사에 들어가 처음 만들었던 책도 생태 도감이었다.
“제가 알고 있는 생태적인 것들을 아이들,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파주환경연합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어린농부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저도 도시농부 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도시농부 생활은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도시농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텃밭배움터 인근에 조성된 숲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다닐 수도 있고…. 그간 억압되어 있던 숱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에요.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마냥 행복합니다.”

도시생태농사가 주는 치유의 힘

도시농사가 주는 치유의 힘은 의외로 대단했다. 특히 생태농업을 모토로 운영되는 학교의 특성상 그는 도시생태농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생태농사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한 먹을거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각종 채소와 쌀, 옥수수 등의 곡식류, 조금 넓게는 고구마까지…. 이것들을 직접 건강하게 길러 먹을 수 있어요. 마트에서 파는 채소들은 비료를 써서 키운 게 대부분이잖아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무비료로 키운 채소가 보기에는 못생겨도 굉장히 단단하고 생명력이 넘쳐요. 비료의 힘을 빌려 자란 채소보다 당연히 몸에도 건강하겠죠.”
건강뿐 아니라 생태농사는 심리적인 치유 효과도 톡톡하다. 땅 위에서 흙을 만져 가며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똑같은 시간을 집중해 일해도 농사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집중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마음을 한층 여유롭게 해 준다.
“감수성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죠. 회사에 다니면서는 컴퓨터로만 일하고, 심지어 사람들과도 일적인 이야기만 하잖아요. 그럴 때면 늘 제 감각이 죽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취미 활동으로 목공, 풍물도 해 보았지만 농사만 한 게 없더라고요. 큰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힐링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1인 텃밭이 아닌 여러 사람과 모여 일구는 텃밭은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농사의 즐거움을 더 극대화시켜 준다고 그는 덧붙였다.
“혼자 하면 무슨 일이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쉽게 포기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마을 공동체처럼 농사를 짓게 되면 서로 도울 수 있으니 지치지도 않고, 사계절을 함께 느끼며 진정한 친구도 될 수 있어 이점이 많습니다.”

사계절을 즐기는 가족텃밭배움터

어린농부학교가 크게 활성화되자 도시농부학교까지 기획하게 된 이상민 팀장. 같은 공간에서 운영되는 어린농부학교와 도시농부학교는 각 대상만 다를 뿐 어떻게 채소를 기르고 또 어떻게 기른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 밖에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커리큘럼은 비슷하다. 어린농부학교와 도시농부학교를 합쳐 가족텃밭배움터라고 통칭해도 무방하다. 이에 그는 이제 다시 우리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했다.
“가족끼리 계절마다 놀러 가면 30만 원은 족히 깨지잖아요. 그 시간을 텃밭에서 지내면 돈을 쓰지 않고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고, 엄마, 아빠들은 서로 모여 술도 한잔 기울이며 이웃이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요. 돈을 소비해 가며 노는 문화에서 탈피해 자연으로 돌아와 보세요.”
특히 텃밭배움터는 아이들에게 있어 큰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짧게는 매달 하루, 길게는 사계절을 내내 아이들을 최전선에서 지켜본 그는 처음엔 위축되어 있던 아이가 조금씩 밝게 변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자기만 알며 떼쓰던 아이가 어느덧 친구들과도 잘 지낼 줄 알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계절마다도 다르고 심지어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도 다릅니다. 얼굴에 생기가 가득해요. 숲에서 곤충들을 친구 삼아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 놀 수 있는 데에서 아이들은 큰 성취감을 느끼는 듯해요.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참 뿌듯하고요.”

생태농사가 진리다

인터뷰가 끝을 향해 달려가던 중 다시 흙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팀장.
“아까 잠시 비료 이야기를 했잖아요. 이게 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흙에는 수십만 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러한 미생물이 많이 있는 흙이 작물에 가장 좋은 흙이에요. 대규모로 농사를 짓게 되면 농약과 비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풀과 함께 미생물도 함께 죽습니다. 비닐 때문에 숨을 못 쉬어서 죽기도 해요.”
그래서 그가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무(無)농약·무(無)비료·무(無)비닐, 삼무(三無) 농법이다. 도시농부학교에서는 주로 이러한 생태농법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물론 삼무 농법으로 생태농사를 짓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농약을 안 쓰다 보니 풀이 쉴 새 없이 자라나 좀 더 부지런히 풀 뽑기에 전념해야 한다. 그러나 풀도 어느 정도는 작물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작물도 풀이랑 같이 자라야 더욱 건강하게 큽니다. 풀을 깨끗이 다 없애 버리면 작물이 햇빛에 바로 노출돼 말라 버려요. 풀이 있으면 땅의 수분도 쉽게 증발하지 않아 미생물도 더 잘 번성할 수 있고요. 작물보다 기운이 더 성하지만 않게 한다면 풀도 농사에 이로운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태농업으로 많은 아이와 도시농부의 텃밭지기가 되고 싶다는 이상민 팀장. 텃밭배움터에 음악과 연극 문화를 보태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는 놀이터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그의 바람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길 힘껏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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