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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태후앓이’ 시작되다
여성들 ‘태후앓이’ 시작되다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6.05.0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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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최종회 시청률 38.8%
 

2016년 봄 국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가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월 24일 첫방송에서 14.3%(전국 기준)으로 시작해 점점 인기를 더해가다 9회부터는 30%를 돌파하더니 최종회에서는 38.8%를 기록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동시 방영된 중국에서는 20억 뷰 이상의 조회 수를 올렸으며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지에서도 매회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등 아시아 권역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글 김은정 기자 사진 서울신문, KBS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휴머니즘과 멜로가 절절히 녹아들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시청자들까지 <태양의 후예>의 열기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태양의 후예>는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해외파병 군인과 해외파견 의료인을 다뤘다는 점에서 소재의 차별화와 설정이 돋보였다.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이럴 때 재벌남이 구원의 남자가 되어 줄 것인가? 재벌남이 그런 상황 속에 들어올 리도 없지만 들어온다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태양의 후예>는 그동안 우리가 드라마에서 무수히 봐왔던 재벌남과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었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낸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로 휴머니즘과 멜로가 절절히 녹아들어 있었다.
또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스케일이 크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전개는 김은숙, 김원석 작가의 시너지 효과인 듯 빛을 발했다. 원래 <태양의 후예>는 김원석 작가가 <피스 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준비했던 소재인데 여기에 로맨스의 귀재 김은숙 작가가 합세해 드라마를 더욱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스케일이 큰 이야기지만 감미로운 로맨스가 있었고 유머도 적절히 배치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의 완급을 잘 조절한 것이다.
전장에서 핀 사랑이야기가 긴장감을 주면서도 그토록 달달할 수 있었던 것은 김은숙 표 멜로 대사의 힘이 아닐까 싶다. 군인으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유시진이 내뱉는 달콤한 대사는 연령에 관계없이 여성 시청자의 '태후앓이'를 몰고 왔으며 군인식 말투 '~지 말입니다'는 유행어로 회자되며 인기를 얻었다.
 
매력적인 캐릭터 송송커플, 구원커플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제대 후 복귀작에서 다시 군복을 입은 송중기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정공법을 보여주며 여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갓 군대를 제대한 송중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유시진 대위의 역할에 적격이었으며, 강모연 역의 송혜교도 여성스러우면서 약간은 속물적인 면도 있는 친근한 캐릭터로 그려져 더욱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몇 번을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원(진구, 김지원)커플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도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었다. 최종회에서 전사한 줄 알고 있었던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한 결말은 국적을 떠나 모든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동안 군인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잘 다루지 않았는데 송송커플과 구원커플 때문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까지 군인 판타지가 심어졌다. 중국 공안에서는 급기야 송중기에 대한 상사병을 조심하고 드라마를 시청할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를 했을 정도니 얼마나 큰 반응을 얻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곳곳에서는 마지막 회를 함께 모여 단체로 시청하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지난 4월 홍콩을 방문한 송송커플이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룬 데 이어, 마지막 회 시청을 팬들과 함께하기 위해 중국을 첫 방문한 진구도 베이징공항 일대를 마비시키는 등 주인공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태양의 후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아름다운 OST의 멜로디였다. 드라마에 삽입된 곡들이 나올 때마다 음원 차트를 휩쓸며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샀으며 총 10곡의 OST 음원은 한국과 중국에서 한마디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 방영이 시작된 2월부터 발표된 OST는 ‘송송커플’ 또는 ‘구원커플’ 곡이니 하며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줄곧 상위권에 랭크됐다.

사전제작 드라마로 이례적인 성공케이스

 

태양의 후예는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 작이자 국내 제작 드라마 사상 최초로 유일무이하게 130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기획한 한중 동시 방영작이기도 하다. 그동안 빠듯한 일정에 쪽대본과 밤샘 촬영이 난무하던 국내 드라마는 방송을 해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때론 드라마의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으로 제작되어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으며 높은 시청률 또한 올렸다.
첫 방송 되기 전 중국에 판매된 판권과 PPL수익으로 제작비 130억 원을 회수, 손익분기점을 넘어 제작사는 더욱 드라마의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지나친 PPL이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됐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막대한 제작비를 확보해야하는 제작사의 현실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종영 시점엔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32개국에 판권수출이 완료돼 앞으로 거둘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드라마 판권뿐만 아니라 후속 마케팅도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중국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서는 송중기, 송혜교에 대한 반응이 뜨겁고 각종 프로모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도 태후마케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드라마의 주요 촬영 장소였던 경기도 파주의 캠프 그리브스를 복원하고 5월부터 <태양의 후예> 체험 관광상품을 마련해 군복 및 막사체험 등을 시행하는 등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캠프 그리브스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인 파주의 옛 미군 주둔지로 우르크 태백 부대의 본진 기지로 촬영됐다.
태양의 후예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인류애와 젊은 군인과 의사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한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태양의 후예>는 큰 의미를 남겼다. 사전제작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낭설을 깨고 성공했으며 어려움이 많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현실에 해외 자본투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장시킨 것이다.
‘태후’를 기점으로 우리 드라마 제작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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