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11:55 (목)
 실시간뉴스
영화 <타짜>로 보는 도박·사기·상해죄
영화 <타짜>로 보는 도박·사기·상해죄
  • 송혜란
  • 승인 2016.06.29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 속 법률

선풍적인 흥행몰이를 한 영화 <타짜>. 이 영화의 명대사들은 유행어가 되어 아직도 온라인 공간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특히 아귀 역을 맡은 김윤석은 어마어마한 포스를 보여주며 일약 주연급 일류배우로 급부상했다. 아귀가 주인공인 고니(조승우)를 화투판에 끌어내기 위해 절친인 고광렬이 대결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첫판부터 화투패 하나를 손에 감추는 속임수를 쓴 고광렬은 바로 아귀에게 적발되어 오함마로 손목을 공격당하는 불행을 겪는다. 그 뒤 주인공인 고니가 아귀에게 통쾌하게 복수하지만, 위 장면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에게 어떠한 범죄들이 성립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도박죄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아귀와 고광렬의 대결에서 도박에 참여한 자들은 모두 5명이다. 비록 단판으로 끝났지만 실제로 화투를 쳤으므로 도박죄는 성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다소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이들 중 그 누구에게도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형법상 ‘도박’이란 ‘우연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고 승자가 금전적 이득을 취득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속임수를 쓰는 사기도박의 경우 승부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므로 형법상 ‘도박’의 개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도박판에서 누군가 속임수를 썼을 때는 속임수를 쓴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도박을 할 목적을 가지고 게임에 참여한 사람에게도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도 사기도박의 경우 속임수를 쓴 사람과 속임수를 당한 사람 모두에게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단지 속임수를 쓴 사람에게 사기죄가 성립해 속임수를 당한 사람이 사기죄의 피해자가 될 뿐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속임수를 쓴 고광렬에게 성립하는 범죄는 무엇일까? 사기도박에서 속임수를 써 돈을 딴 사람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고광렬의 경우 아귀에게 속임수가 적발되는 바람에 애꿎은 손목만 헌납했을 뿐 돈도 따지 못했다. 즉, 사기의 실행에는 착수했지만 다른 장애요소로 인해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 취득이라는 결과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로서 ‘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

고광렬의 손목을 공격한 아귀의 범죄는?
 
영화에서는 속임수를 쓰다 걸리면 손목을 공격당하는 것이 마치 공인된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어디를 가나 통하는 원칙일지 몰라도 법에서 그러한 사적인 보복행위를 허락할 리 없다. 아귀는 칼로, 부하직원은 오함마로 고광렬의 손목을 차례로 공격했는데, 이는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서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상해죄를 범한 자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즉, 아귀와 아귀의 부하직원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가 성립한다.
만약 고광렬과 아귀가 법정에 선다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까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앞선다. 고광렬은 크게 놓고 보면 피해자다. 속임수를 쓴 잘못은 있지만 적발돼서 돈도 따지 못했고 손목을 다쳐서 장애까지 얻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고광렬에게 사기미수죄가 성립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처벌은 경미할 것이다.
고광렬에게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귀의 경우 상대방이 속임수를 쓰긴 했어도 칼과 오함마라는 매우 위험한 흉기로 손목을 공격해 중상을 입게 했으므로 실형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법정형의 하한은 징역 1년 6월이다. 죄질이 나쁘고 상해의 정도가 중하므로 아귀는 적어도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 강신범 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