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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이런 의사 어디 없나요?
이 시국에 이런 의사 어디 없나요?
  • 송혜란
  • 승인 2016.12.2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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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방영된 12회 시청률만 해도 21.6%!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뻔한 의학 드라마를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 시인 고은이 쓴 편지글 중에 있는 말이다. 드라마는 바로 이러한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해 그린다. 사회적 니즈에 부합하는 이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짚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SBS 방송 캡처

또 의학 드라마야? <낭만닥터 김사부>가 방영되기 전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의학 드라마가 풍년이다 못해 범람하고 있으니, 이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영 초반부터 드라마는 모두의 우려를 뒤로한 채 기존 의학 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드러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이다 같은 명대사

존재만으로 드라마의 무게를 더하는 배우 한석규는 물론, 그의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유연석과 서현진까지 그들의 연기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돌담병원의 수간호사 역을 맡은 오명심부터 임원희, 변우민, 양세종까지 인물 구석구석 빈틈도 없다.
특히 한석규가 맡은 김사부 캐릭터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사부의 본명은 부용주. 한때 신의 손이라 불리다 지금은 낭만닥터라고 자칭하며 은둔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마디로 괴짜 의사다. 성격은 다소 삐뚤어졌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물불 안 가리고 덤빈다. 그때마다 그가 펼치는 언변은 마치 사이다 같아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유쾌, 통쾌하다.
“네가 저기 누워 있는데 널 담당한 의사가 어쩔 수 없단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면 네 기분이 어떨 것 같냐구.”
여기에 심장이 뜨거운 열혈 의사 윤서정 역을 맡은 서현진이 더 보탠다.
“술 처마시고 운전대 잡지 마세요. 그거 살인죄입니다. 개자식아.”
“똑바로 쳐다봐!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바로 알아야 반성도 할 거 아니야. 돈이 실력이고 부자 엄마가 스펙이고 다 좋은데, 그래도 최소한 양심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어디 그뿐이랴. 김사부가 뱉는 말은 모두 촌철살인 명대사로 남고 있다.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데, 못난 사람은 되지 맙시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들의 주옥같은 대사는 드라마 인기의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정의를 외치는 드라마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와 좋은 드라마는 엄연히 다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의 고민을 끄집어내 이를 이야기로 재구성했다면 어떨까? <낭만닥터 김사부>는 재미를 넘어 좋은 드라마로 칭송받고 있다. 시청자에게 던지는 화두가 꽤 정의롭기 때문이다.
매회 유연석(강동주)의 내레이션을 통해 드러나는 대한민국 사회의 병폐. 흙수저, 금수저로 차별받아야 하는 출세 만능의 시대 등 우리네 현실을 의학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 올리고 있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보고 사회 고발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흙수저로 태어나 돈의 시대를 몸소 경험했던 강동주의 성장기 자체가 그렇고, 군대 왕따 문제, 사망진단서 허위 작성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도 곧잘 녹여냈다.
지난 11회분에서는 집단 구타로 탈영한 군인이 돌담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수술 이후 탈영병이 살았다면 좋으련만, 구타의 후유증은 컸다. 탈영병은 수술 이후 사망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주치의 강동주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망진단서를 어떻게 써야 할까? 병원장에게 사인을 병사로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장이 원하는 대로 써 출세 길을 열 것인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적은 사망진단서를 유족에게 건넸다.
조금씩 잊혀 갔던 군내 내 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것만 해도 드라마는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병사냐 외인사냐를 두고 고민하는 강동주를 보며 우리는 금세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망진단서는 외압 때문에 팩트가 바뀌면 안 된다.”
강동주에게 던진 윤서정의 일침은 누군가의 가슴팍에 내리꽂혔을 것이다. 이 시국에 이런 의사 어디 없나, 모두가 묻고 또 물었다.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소중한 가치들이 죽어가고 있다. 때로는 촌스럽다고 때로는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 아련하게나마 사람다운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다던 <낭만닥터 김사부>. 이 드라마가 끝까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드라마를 완성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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