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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 된장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 된장
  • 유화미
  • 승인 2017.02.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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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토리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인 된장. 된장은 예로부터 우리와 함께해 오면서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 되어 주었다. 특히 음력 정월에는 집집마다 메주 냄새가 떠나질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의 전통 음식인 정월 된장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진행 유화미 기자│사진 매거진플러스

정월 된장이 특히 맛있는 이유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간장과 된장. 된장은 콩을 삶아서 띄운 메주에 소금물을 옹기 독에 넣어 숙성시킨 다음 우러난 간장을 걷어 내고 남은 건더기를 계속 숙성시켜 만든 발효 식품이다. 특히 음력 정월이 되면 메주 뜨는 구수한 냄새가 온 동네에 가득했는데, 이때 담근 장은 다른 날에 담근 것보다 숙성 기간이 길어 깊은 장맛을 볼 수 있고 기온과 습도가 낮아 상하거나 변질되지 않고 발효가 잘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주술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데, 정월에 장을 담그는 일을 가정의 한 해 안녕을 기원하는 신성한 의식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 기간에도 아무 때나 장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좋은 날을 택해 담갔다. 대개 정월 대보름부터 삼월삼짇날까지의 기간에 날을 정했다. 12간지 중에서도 일진에 말날, 범날, 돼지날, 소날 등 덩치가 크고 털이 있는 동물의 날에 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여겨져 왔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된장의 역사

290년에 중국에서 저술된 <삼국지>를 보면 우리나라 된장의 역사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다.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을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라고 기록된 사실을 통해 고구려 때 이미 우리 선조들은 장을 담그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된장은 콩의 원산지인 고구려에서 발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대에 따라 장의 모습과 담그는 방법이 조금씩 발전해 왔는데, 500년대의 <제민요술>이라는 서적에서는 장 담그는 법에 대해 저술하고 있다. “콩을 쪄서 볕에 말리고 열탕에 넣어 껍질을 벗긴 다음 소금, 밀가루, 향이 나는 풀을 섞어 발효시킨 후 소금물에 넣어 저어 주면 20일이 지난 후부터는 먹을 수 있고 100일 지나면 그 맛이 좋다”라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부터는 된장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초기 세종 때 발간된 <산가요록>에는 최초로 재래식 장류의 종류와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18세기의 <증보산림경제>의 동국장법에서는 메주를 이용한 재래식 된장과 장 담그는 과정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데, 이 방법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전통 재래식 장 담그기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된장의 효능

우리나라 발효 식품에 대한 효능이 하나 둘씩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된장은 전통 발효 식품 중에서도 항암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한암예방협회의 ‘암 예방을 위한 수칙’에도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된장국을 매일 먹은 사람에게서 위암이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보고가 있었다. 된장은 콩에서 유래된 트립신 인히비터, 이소플라본, 리놀레산, 피틴산 등의 성분으로 인해 암세포를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된장 속에는 혈액의 응고를 막는 용혈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섭취 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혈관에 침착물이 쌓이는 것을 막아 심장병, 고혈압, 뇌졸중 등의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된장의 성분 중 하나인 레티신은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사포닌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줘 노인성 치매, 그리고 노화를 예방한다. 된장에 함유된 갈색 색소 성분에는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된장에는 해독 작용과 간 기능 개선에 좋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피로 회복과 원기 회복에 탁월하다. 또한 여성이 섭취하면 특히 좋은데, 천연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해져 골다공증과 폐경기 증세를 예방해 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개선해 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된장의 기본, 메주 띄우는 법

메주는 보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입동 전후에 쑨다. 벌레 먹었거나 썩은 것이 없는 누런 메주콩을 골라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다. 잘 불린 메주콩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비벼 보아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푹 삶는다. 충분히 삶지 않으면 효소가 침투하지 못해 색이 혼탁하고 맛도 떨어진다. 푹 삶은 메주콩을 건져 내어 물기를 충분히 뺀 후 절구에 찧어 준다. 네모지게 모양을 빚어 볕이 잘 드는 곳에 쭉 늘어놓아 말린다. 며칠간 그대로 말려 표면이 꾸덕꾸덕하게 마르면 밑에 짚을 깔아 따뜻한 온돌방에 2주 정도 두면 표면에 곰팡이가 골고루 덮인다. 메주가 알맞게 뜨면 짚으로 엮은 줄로 묶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말려, 약 2~3개월 후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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