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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의 유기농연구기술센터 ‘트렌톨스트 연구소’
독일 정부의 유기농연구기술센터 ‘트렌톨스트 연구소’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7.04.16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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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 유기농
▲ (위)트랜톨스트 연구소 건물.(아래)트랙터를 타고 시험 농장을 견학하는 모습.

[2010년 10월호] 독일 정부 소속의 요한 하인리히 폰 튀넨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과 같은 곳이다. 이 조직 안에는 총 15개 연구소가 농업 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중 유기농법 연구를 담당하는 트렌톨스트(Trenthorst) 연구소를 찾아가 본다.

트랙터 여행

지난 9월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국제 유기농 축산 컨퍼런스에는 40개국에서 15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학술대회장에는 각별히 친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참가자들을 안내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우리가 방문하고자 하는 트렌톨스트 연구소의 소장이자 함부르크대학교 교수인 제롤드 라만이었다.

라만 교수는 허름한 등산복 차림새였지만, 그의 푸른색 눈동자에는 학술대회를 잘 이끌고자하는 무한한 책임감이 넘쳐흘렀다. 두 번째 날 공식프로그램으로, 라만 교수의 안내 하에 학회 참가자 모두가 함부르크시 외곽에 있는 트렌톨스트 유기농법 연구소를 방문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아담한 잔디 마당은 가든 파티를 위해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풍기는 멋진 연구소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연구소 직원들은 직접 맥주를 따라주며 즐거운 점심식사를 베풀어 주었다.

붉고 신선한 유기농 베리에 연유를 부어 맛있게 디저트를 먹고 나서야 우리는 염소, 소, 돼지, 동물복지로 나누어진 4대의 트랙터 짐칸에 올라탔다.

건초로 의자를 만들어 놓은 짐칸에 사람들이 모두 올라앉자 트랙터는 중세시대에 조성된 나무숲을 가로질러 600㏊의 드넓은 연구소 밭과 목장을 향해 출발했다.

염소 목장으로 가는 트랙터에는 연구소 소속의 게오르그 박사가 지나치는 밭들을 가리키며 올해 유기농 옥수수가 매우 잘 자랐다느니, 꽃을 이용한 유기농법을 실험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해주었다.

연구소 밭의 토성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했다. 트랙터가 도착한 염소 목장 앞에서 우리를 보고 수줍어하는 젊은 연구원들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방문객을 바라보고 있는 한 무리의 염소가 있었다.
 

▲ (위)염소몰이 를 하는 젊은 연구원. (아래)연구소 헛간에서 건초더미에 앉아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외양간에서 열린 세미나

염소 우리가 있는 외양간 안에, 그런대로 허연 벽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포스터 발표회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방문객이 궁금했던 염 소들이 우리로 들어왔다. 조금 있다가 숫염소 두 마리가 각각의 무리를 이끌고 들어왔다.

숫염소의 위엄은 대단했다. 암염소에게 잔소리를 하기 도 하고, 덤벼드는 어린 것들에게는 위협적으로 째려보곤 했다. 숫염소 의 카리스마에 사람들도 얼었다. 그때였다. 젊은 연구원 아가씨가 막대 기를 하나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가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숫염소를 툭 툭 치면서 한쪽으로 몰고 갔다. 그곳에는 숫염소만 혼자 먹을 수 있는 특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숫염소가 식사를 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이 아가씨는 암염소 수십 마 리를 몰아 줄을 세우고 한 마리씩 젖을 짜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달인이 따로 없었다. 젊은 연구원이 혼자서 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래저래 외양간에서 펼쳐진 세미나는 염소와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하며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저녁까지 연구소 외양간과 헛간에서 열린 학술회의를 마치고 연구소 앞 마당으로 돌아온 우리는 멋진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역시 연구소 직 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였다. 총 40여 명의 연구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나 소시지를 구웠다.

쌀쌀한 날씨 탓에 사람들은 잔디밭 한가운데 마련된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연구소 동아리로 보이 는 록밴드의 그럴듯한 노래솜씨를 즐기며 오순도순 식사를 즐겼다.

이 시간은 드디어 사람들이 사귀는 시간이다. 영국 토양협회 부장, 호주에 서 엄마를 따라 온 여덟 살 아들, 소가 온실가스 주범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는 여성 과학자, 40년간 전 세계 사막화를 막는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사보리 연구소 소장, 독일 카셀대학교에서 이제 막 박사학위를 마 친 친구 등 여러 사람을 만났다.

유기농 연구소 사람들

이번 여행에서 만난 트랜톨스트 연구소 소장, 팀장, 그리고 젊은 연구원, 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도 그들에게는 자율과 여유가 있었다.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자랑하기 보다는 각국의 연구자들과 협력을 모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직이나 개인 간의 서열 경쟁이 아니라 봉사와 연대감, 상호 존중을 바탕에 둔 연 구원들의 태도에서 진심어린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겐 넓은 시험 농장도 부럽고 예쁜 연구소 건물도 부럽지만 그런 시설은, 마치 트 랜톨스트 연구소 밭의 토질처럼, 여건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부족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부러운 것은 여유와 배려의 마음씨 를 가질 수 있는 연구소 문화였다.

글 사진 | 이민호(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 원 유기농업과에서 농업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국제유기농학술상인 오피아 (OFIA)상의 코디네이터. 한국응용곤충학회 평의원.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유기농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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