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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서울 야경 투어
봄바람 휘날리며 서울 야경 투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7.05.2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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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행

바야흐로 봄이 왔다.
여전히 겨울잠을 자고 있던 여행 감성을 봄바람이 들춰냈다.
살랑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면?
국내여행인 듯 해외여행 같은 서울 야경 투어가 곧 출발하니 함께 떠나보자.

 

영국 런던에 갔을 때 무엇보다 빨간 이층 버스에 마음을 뺏겼다. 대중교통 수단일 뿐인데 바라만 봐도 좋았다. 2010년 50년 만에 디자인을 바꾼 런던 버스는 세상을 바꾸는 발상으로 유명한 헤드윅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매끈하게 잘 빠진 버스 외부뿐 아니라 세심하게 신경 쓴 내부, 승차감이 굉장히 편안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영국의 일상 풍경은 잠시 여행자 신분을 잊게 해주었다.

서울시티투어버스를 봤을 때 문득 그때의 감정이 피어났다. 호랑이 기운을 담은 서울시티투어버스의 디자인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렇다면 같은 빨간색이라서?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 영국의 빨간 버스와 한국의 빨간 버스는 분명 다르다. 다만 마음이 같았다. 여행을 향한 열망. 이 설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방금 막 찾아온 봄이건만 심술궂은 여름 때문에 봄이 빨리 가버리기 전에 선수 치기로 했다.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조금 걷다 보면 매표소에 도착한다. 야경 코스는 두 가지가 있다. 봄이 왔으니 천장을 열어줘야지! ‘D. 하이데커 오픈 탑 버스 코스’를 골랐다. 가격은 성인 기준 1만2천 원. 일찍 가서 야경을 즐기기 좋은 오른쪽에 앉았다. 통유리창으로 경치를 볼 수 있는 맨 앞자리가 명당이라지만 뒤쪽의 오픈 탑 좌석이 먼저 차례로 찼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별이 쏟아지고 달빛이 비쳤으면 좋겠는데, 자연의 입장에서는 야경이 공해인지라 이 얼마나 모순된 바람이었는지.

출발 시각인 7시 30분 전에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대부분 외국인이었고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차창 밖 풍경은 익숙한 한국이었지만 버스 안만큼은 낯선 해외나 다름없었다.

버스가 출발한 후 곧 소등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빛은 밝아지는 법. 야경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천장을 통해 휘날리는 봄바람 사이로 잔잔한 음악이 귀를 간지럽혔다. ‘봄밤이란 이런 것이지!’ 야경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도 전에 감상에 젖었다.
 

 

어느새 마포대교에 다다르며, 한강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장소에 대한 소개와 서울의 역사 등을 설명하는 오디오가 중간중간 흘러나왔다. 여의도를 지나면서 윤중로 벚꽃 축제를 떠올렸다. 뚫린 천장으로 벚꽃이 떨어진다면 낭만적이지 않을까 상상했다. 상상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흩날리는 벚꽃 잎에 낮에도 밤에도 마음이 살랑거릴 텐데…. '벚꽃엔딩'의 가사처럼 손잡고 걷는 것도 좋지만, 앉아서 편안하게 벚꽃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손은 버스에 앉아서도 잡을 수 있으니까.

밤섬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는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진 않지만, 가로등을 품고 있는 듯한 아치형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강변북로를 달리며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 반포대교의 야경이 이어졌다. 어둠을 물들이는 다채로운 빛깔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분명 어둠이 깔렸는데 눈이 부셨다. 그만큼 화려했다. 봄처럼 싱그러운 초록빛의 한남대교를 거쳐 동작대교에 정차했다.

평일에는 세빛섬에, 주말에는 동작대교에 선다. 20분 동안 포토타임을 가졌다. 3층 동작구름카페에서 차 한잔할까 하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야간 라이딩과 러닝을 즐기는 이들이 보였다. 괜스레 질 수 없어 마치 운동하듯 분주히 움직이며 알차게 구경했다. 저 멀리 보이는 남산 서울타워, 아치 형태의 전철교, 동작구름 카페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은 사진으로 꼭 담아야 한다.

성수대교를 찍고 남산순환로를 따라 가까이 마주한 남산 서울타워! 조명으로 미세먼지 경보를 해주는데 오늘은 붉은색으로 '매우 나쁨' 상태였다. 봄바람 맞으며 기분 좋았는데 미세먼지가 초를 친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즐기다 보니 남대문을 지나 종착지인 청계광장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서울의 야경은 흡입력 있다. 유명 관광 도시에 뒤지지 않는 야경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감탄사를 듣다 보면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대도시 서울을 길게 관통하는 넓은 강줄기 한강! 다리들이 저마다 뿜어내는 야경은 한강을 매력 발산의 장으로 만든다. 이곳에서 여행의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면, 서울시티투어버스는 나비가 되어줄 것이다.


(Queen 2017년 4월호) 글·사진 [Queen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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