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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추리의 여왕' 인기 비결은?
드라마 '추리의 여왕' 인기 비결은?
  • 송혜란
  • 승인 2017.06.02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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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수목극 왕좌 굳히고 ‘종영’
 

생활밀착형 추리 퀸 설옥과 하드보일드 열혈형사 완승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어내며 범죄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드라마 <추리의 여왕>. 원래 추리물을 별로 안 좋아했다는 배우 최강희가 대본에 반해 선택한 이 드라마는 수목극 왕좌를 굳히며 연일 호평을 받았다. 설옥과 완승의 투덕거리는 케미가 심심치 않은 재미를 선사한 것일까? 여느 수사물에 비해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되짚어 보았다.

<추리의 여왕>에서 가장 빛나는 타이틀 롤은 단연 최강희였다. 그녀가 맡은 주인공 유설옥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대 동안에 호기심 많고 4차원의 푼수기와 허당스러운 빈틈을 지닌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그러나 사건만 일어났다 하면 눈을 반짝이며 숨겨둔 추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태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아줌마예요.(웃음)”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그녀는 설옥에 대해 “경찰 시험을 보려고 10년 동안 꿈꿔왔다. 남편이 검사인데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해 집안일만 열심히 하다가 우연히 사건 현장을 기웃거린다. 거기서 하완승도 만나며 많은 일이 펼쳐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워낙 추리물을 안 좋아하던 터에 처음 대본을 읽은 후 ‘아, 내가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는 최강희. 드라마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그녀의 말에 첫 방영일 본방을 사수한 이도 수두룩하다. 결과는? 첫 회부터 대박이 났다. 전작 <김과장>이 떠난 자리를 제대로 메꾼 <추리의 여왕>은 1회 시청률 11.2%로 출발해 3회 만에 수목극 왕자로 올라섰다.

코믹과 추리 코드의 유쾌한 만남

첫 회부터 죽음의 위기에 몰린 설옥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추리의 여왕>. 권상우, 최강희 조합에 코믹과 추리 코드의 유쾌한 만남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드라마 인기 요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점은 서로 다른 수사 스타일을 가진 설옥과 완승의 투덕거리는 케미다. 완승은 직관을 발휘해 과감하게 사건에 접근했고, 설옥은 남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증거를 잡아내는 섬세하고 창의적인 추리력을 뽐냈다. 두 사람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흥미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자주 다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협동해 보는 이들의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기도 한 그들이다.
 
가볍고 재미있는 추리 과정 역시 여느 수사물과 확연히 차별화됐다. 특히 완승과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논리적으로 사건을 추리해 가는 설옥에게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그녀의 추리 과정이 곧 애청자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사람의 행적을 기막힌 추리력으로 풀어내 범인을 잡는 과정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장도장의 살인 미수 사건을 비롯해 김호순의 결혼 사기 사건, 며느리 살인 사건 등 재미를 주는 스토리도 꽤 다채로웠다.
 
뿐만 아니라 매번 다른 에피소드를 보여 주되 장대산과 완승 간 얽힌 과거와 설옥의 부모 사망 사건 등 드라마 전반을 이끌 큰 줄기도 배치해 시청자의 이탈을 방지하기도 했다.

 

NO 로맨스

<추리의 여왕>은 지난해 ‘KBS 미니시리즈 경력작가대상 극본 공모전’ 당선작이다. 이성민 작가가 수년간 정교하게 다듬은 극본에 <굿닥터>, <힐러> 등으로 주목받은 김진우 PD가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더해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만들었다.

사실 시작부터 강점이 분명했던 이 드라마는 ‘한국에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여성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란 가정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설옥을 8년 차 평범한 주부로 설정하면서 생활밀착형 사건을 다룬다는 정체성이 확립됐다.

특히 <추리의 여왕>은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화제몰이를 했다. 사극부터 법정물, 의학물 등 요즘 드라마에 무조건 등장하는 필수 요소가 로맨스인데도 말이다. 물론 14회분에서 설옥의 남편이 외도를 저지르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폭풍 눈물을 쏟아 내는 그녀에게 완승이 다가가 위로하면서 잠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환상적인 콤비를 자랑할 뿐 설옥과 완승은 오히려 명탐정 셜록과 그의 조수 왓슨에 더 가깝다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래야 이야기의 중심이 사건 수사와 인물들의 공조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뻔하지 않은 편한 드라마를 지향한 제작진의 고뇌와 열의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배우 최강희와 권상우의 힘을 다시 확인하며 이원근, 김현숙, 안길상, 김민재 등 6인 3색 케미까지 두루 즐길 수 있었던 <추리의 여왕>.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無러브 열린 결말’이라는 엔딩을 선보여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후속 드라마 <7일의 왕비>가 방영된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추리의 여왕>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나날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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