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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성대 연영과 교수, 피지컬 드라마 연출자로 주목
김현희 성대 연영과 교수, 피지컬 드라마 연출자로 주목
  • 송혜란
  • 승인 2018.01.26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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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예술
 

배우 문가영과 에이핑크 멤버 김남주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로미오와 줄리엣>. 지난해 12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 작품은 여느 연극과 확연히 달랐다. 일단 배우들의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극은 원활히 흘러간다. 몸으로 펼치는 ‘무용’이 입에서 나오는 ‘속사포’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다. 섬세한 심리마저 신체로 묘사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신은 마치 현대무용을 보는 듯 아름다웠다. 이름 하여 피지컬 드라마. 요즘 극장가에 융복합극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서 김현희 성균관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피지컬 드라마란 언어극의 한계를 극복, 한 단계 더 높은 예술적 표현을 위해 무언극이나 무용극적 요소를 결합한 융복합극을 말한다. 다른 말로 피지컬 시어터라고도 부른다. 이는 러시아 국립예술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움직임 학위를 받은 김현희 교수가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신체 연극이 성공하기 힘들어요. 한국인 사고는 대개 드라마 위주로 따라가니까요. 언어가 배제된 극을 굉장히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녀가 국내 피지컬 드라마의 첫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정한 이유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많은 사람이 다 아는 고전이다. 일반인도 신체적인 장르를 접하는 데 덜 부담스러울 게 분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이야기보다 전체 구성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김현희 교수.

무엇보다 극엔 그녀 스스로 상상해 낸 것들이 유독 많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에는 없는 ‘운명’이 나타나 다이내믹한 무브먼트를 선보인다. 운명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게 꽤 흥미롭다. 과거와 현재 시점도 오롯이 신체로 리드미컬하게 오간다. 관객이 하나의 판타지 영화를 본 듯한 착각에 빠지는 가장 큰 요소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우 입장에서도 춤과 율동이 가지는 힘이 언어보다 더 강력했을 거예요. 스스로의 몸짓, 움직임을 통해 자신도 현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감독과 배우, 관객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 <로미오와 줄리엣>. 그녀의 실험 정신으로 인해 작품성, 예술성,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한 편의 명작 피지컬 드라마가 탄생했다.


작품으로 말한다

더욱이 이 작품에는 현대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도 담겨 있지 않은가! 그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룬 작품은 상당했지만, 그들의 집안이 왜 원수가 됐는지 푼 이야기는 없었다. 연출뿐 아니라 각색에도 참여한 김 교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을 그들 부모 세대에서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기성세대가 낳은 고통의 상징 인물이었다.

“서로 사랑한 죄밖에 없는 이 불쌍한 아이들이 왜 이렇게 죽어야 했을까요? 기성세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들로 인해 아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 거지요. 지난 세월호 사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극 말미 영주의 마지막 대사 한마디가 문득 귓가를 맴돌았다. ‘오늘도 죄 없는 두 아이가 죽었다. 내일은 몇 명의 아이가 죽어야 하는가?’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

시간이 갈수록 가족해체가 낳은 사회적 폐해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김 교수. 예술을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상처투성이라고 그녀는 안타까워했다. 이는 곧 무엇인가 발산하고 싶은 아이들이 곧 예술을 택하고, 예술에는 그만한 파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교육자, 연출자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학창 시절 한창 가정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을 때 유일한 탈출구가 연극뿐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세상에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원망을 연극으로 다 쏟아 냈었지요. 스스로 치유하고, 짜릿함도 경험했어요.”

부모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기어코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녀는 장학금과 과외, 심지어 방문판매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와 용돈을 마련할 정도로 연기를 향한 열정이 대단했다. 지금 대스타로 불리는 황정민, 설경구, 송강호 등과 함께 무대에 섰던 그녀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하던 연기 과외에 나름 노하우가 생겨 지금은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대에서 꽃 중의 꽃은 단연 배우이지요. 저는 지금도 교수나 연출자보다 배우로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해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이제 며느리, 엄마, 아내 역할까지 더해져 쉴 틈 없이 바쁨에도 1년에 꼭 한 작품에는 출연하려고 애씁니다. 연기가 주는 어마어마한 매력 때문이지요.”

<맥베스>, <여보 나도 할 말 있어> 등 여자 중심의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해 온 김현희 교수. 앞으로도 그녀는 연기는 물론 교육자, 연출자로서 배우의 신체성과 심리를 살린 움직임 공연과 융합 공연에 앞장설 계획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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