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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무용의 대가 정재만·용진 부자
한국 전통무용의 대가 정재만·용진 부자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4.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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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보려면 숲 밖으로 나가야 하듯, 길을 벗어나
‘현대’를 보아야 ‘전통’도 볼 수 있는 것”
지난달 2일 서울 워커힐호텔 가야금 홀에서는 조금 특별한 무용 공연 ‘Mr. 춘향’이 올려졌다. 벽사춤 3대 승계자인 정재만 교수(숙명여대 전통무용과)의 전통무용 인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었던 ‘Mr. 춘향’에서는 성춘향과 이몽룡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었다. 무대에는 또한 비보이 그룹 ‘T.I.P’의 춤까지 더해졌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고수하는데 치중할 것 같은 전통무용 공연, 그것도 환갑을 맞은 무형문화재 정교수의 공연치고는 꽤나 파격적이었던 셈. 전통과 현대미학이 어우러지는 그 파격적 공연의 무대 뒤편에는, 서로 다른 춤 인생을 걸어온 정재만·용진 부자(父子)가 있었다.

대 잇는 예술혼에 ‘정직한 땀방울’이 맺히니
지난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환영무 안무를 맡은 바 있는 정재만 교수는 무형문화재(승무 예능보유자)이다. 전통무용가이기는 하지만 그의 춤은 정체되지 않고 늘 새롭게 진보하고 있다는 세인들의 극찬을 받는다. 정교수가 추는 승무에서 보여 지는 심오하고 아름다우며 격조 높은 동작은 완벽한 ‘몸짓언어’의 정수라 칭해지기도 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조차도 “그저 묵묵히 삶 자체를 춤 속에 용해시켜가며 진솔하게 추어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런 연유로 이번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무용 총감독, 부산 아시안게임 무용 총감독, 월드컵 전야제 안무 총괄, 아시안게임 폐막식 안무 등을 맡으며 전통무용계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존재로 위치하고 있는 정재만 교수. 지난 1975년 백년가약을 맺은 부인 박순자 여사는 무용극 ‘별의 전설’ 주역과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명성을 떨치던 최고의 무용수였으나, 지금은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무용단을 떠나 있다. 아들 용진 씨와 딸 형진 씨 역시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의 전수생으로, 대를 이어 전통무용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교수는 1948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동네에는 경기도당 굿판이 자주 벌어지고는 했다. 그는 하루 종일 굿 구경에 빠져 있다, 배가 고파지면 ‘가난’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옹기를 굽는 집안의 12남매 중 다섯째인 그를 둘러싼 가난의 고통은, ‘차라리 굿판에나 따라다녔으면 좋겠다’싶은 생각을 품게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일까, 대여섯 살 때부터 굿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당 흉내를 내면서 춤을 추었다. “아마도 옹기를 만드셨던 아버지의 예술적인 끼를 그대로 물려받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승님들을 만나 그 끼를 예술적으로 다듬어가고 승화시켰던 과정이 있었지만요. 이따금 옹기장이의 삶 속에서 가난을 운명으로 알고 사셨던 아버님과, 아버님이 굽던 옹기들이 생각날 때면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그리움에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하죠.”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버지가 남의 빚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집안이 망해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큰형과 세 누나는 뿔뿔이 흩어지고, 그는 남은 동생들을 안고 부모님을 따라 방배동 단칸방에 정착했다. 어머니가 동작동 국립묘지 앞에서 꽃을 팔아 간간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그 때, 중학교에 가지 못한 어린 정재만 교수는 낮에는 집안일을 하며 동생들을 돌보다 저녁밥까지 지어 놓은 후, 동작동으로 나가 어머니가 팔던 꽃 모판을 받아 이고 돌아오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다가다 손에 쥐게 된 헌 잡지에서 조택원 선생의 춤추는 사진과 일대기를 읽고는 막연하나마 춤꾼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후 인천으로 출가한 큰누나의 집에 얹혀살면서 낮에는 조카들을 봐주고 밤에는 중학교를 다니다, 우연히 외가댁 잔치에 가서 추게 된 즉흥 춤을 보고 영화감독을 하던 친척 아저씨의 권유로 송범 무용연구소에 입문하게 된다. 처음에는 잔심부름과 청소나 하며 지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에 재빠른 동작을 눈여겨본 송범 선생은 그에게 조금씩 춤을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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