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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과학자’ 남호성 고려대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 교육법
‘언어과학자’ 남호성 고려대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 교육법
  • 송혜란
  • 승인 2018.04.02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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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수학’과 ‘코딩’ 교육입니다”
 

남호성 교수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이자 미국 예일대 해스킨스 연구소 시니어 과학자다. 그의 직업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단어는 언어과학자.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음성학을 연구, 직접 코딩을 입력하는 등 언어지능도 개발하고 있다. 그 자체가 언어와 과학을 융합한 집합체인 셈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려대에서는 ‘남호성 키즈’를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AI 시대,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남 교수에게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언어와 과학을 융합하다

서울 고려대. 이곳에서는 언어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언어지능은 시각지능, 공간지능, 감성지능 등으로 이뤄진 인공지능 개발의 한 분야로, 이를 산업적으로 구현한 것이 음성인식 기술이다. 가장 쉬운 예로 아이폰의 시리(siri)와 카카오 미니,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들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곳 연구원들이 다 인문대생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공학도가 아닌 국어국문학도와 영어영문학도가 머리를 모았다. 이들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컴퓨터 스크린에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수학적 기호들과 코딩 암호로 가득했다.

“아이들이 언어지능을 연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형 로봇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거든요. 언어지능 관련 연구와 개발을 문과 학생들이 한다는 게 이례적이긴 하지요? 최종 목표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 인지의 복합체라 할 수 있는 언어와 뇌를 이해하고 이를 컴퓨터와 융합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핵심이다. 언어학, 뇌과학, 컴퓨터공학 등 학문이 일심동체화된 음성학의 메카 예일대 해스킨스 연구소에서 수학한 융합형 인재 남호성 교수가 인문대생에게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는 새로운 시도로 후학을 기르는 재미에 푸욱 빠져 있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고요? 단연 ‘수학’과 ‘코딩’입니다.”
 

수학 예찬

인문학이나 의학, 법학 등 어느 분야든 수학은 필수 학문이라는 남호성 교수. 고려대 영문과 졸업 후 미국에 유학을 가서야 뒤늦게 수학 공부를 시작한 그도 공부하면 할수록 수학에 대한 흥미가 더해진다고 기뻐했다. 수학은 철학과도 통한단다. 어떻게 보면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라는 남 교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이 자기는 총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게 성립될까요? 수학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수학 공부할 의무를 면제받았다고 생각하는 고등학교 문과생들은 사실 수학을 공부할 권리를 박탈당한 겁니다. 수학이 주는 힘은 가히 대단해요.”

코딩 또한 수학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할 터. 수학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코딩이 또 웬 말이란 말인가. 많은 이들의 푸념 섞인 한숨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나 인문대 영문과 출신인 그도 코딩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지금 이 연구소에 있는 친구들도 다 신입생인데요. 코딩 실력이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능가하면 했지 절대 뒤지지 않아요. 처음부터 수학이나 코딩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뽑은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물론 그의 교육법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4년 전 처음 고려대학교에 온 남 교수는 한 학생만 붙잡아 그동안 자신이 배운 수학과 코딩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1대 1 과외 수업 하다시피 가르쳤다. 이어 그 학생은 어떻게 했을까? 남 교수가 했던 방식대로 다른 학생에게 똑같이 전수, 이는 또 다른 수십 명의 학생에게로 대물림되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배울 때 충분히 터득했다고 생각하지만, 제3자에게 다시 가르쳐 주면서 비로소 그 지식이 자기 게 되었다고 느낀다. 남 교수는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름하여 ‘이타적 이기심 학습이론’. 이곳에서 그 나름대로 한 교육 실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꼭 수학에 코딩까지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옛날에 영어 잘하고 컴퓨터 타자수 높은 사람이 주목받던 시대가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영어, 컴퓨터 능력은 필수잖아요. 앞으로 수학과 코딩도 AI 시대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재능이 될 거예요.”

한때 오바마 대통령이 곧 신 계급사회가 올 것이라며 그중 수학과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높은 계급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이야기가 그의 말에 더 힘을 실어 준다.

 

 


여러 우물을 깊게 파라

무엇보다 이제 더는 융합이 사람 간의 결합일 수 없다는 남호성 교수. 수십 년 동안 인문학자부터 사회과학자, 물리학자, 컴퓨터 공학자들끼리 숱한 교류가 있었지만, 이는 물리적인 결합이었을 뿐 화학적인 반응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만약 언어학자인 그가 공학 쪽에 관심 있어서 공학자랑 일한다고 해보자. 일단 커뮤니케이션조차 순조롭지 못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명이 둘 다 잘하면 됩니다.”

그는 요즘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이 ‘말’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냐는 질문이 생긴다. 이 속에 융합적인 게 얼마나 많이 들어갈까? 뇌과학을 비롯해 입으로 해야 하니 의과학, 로보틱스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게 또 다 수학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미적분과 선형대수학이 핵심이란다.

“인간이 이야기할 때 성대에서 바람이 나오므로 음향물리학과 공기가 움직이는 자연과학까지 다 이해해야 합니다.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야 하니 인지심리학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이것을 구현해 내려면 또 컴퓨테이션도 필요하고요. 이 모든 게 하나하나 다 모여 또 다른 큰 학문이 됩니다. 각 전문가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면 대화가 통할까요? 안됩니다. 한 사람이 모두 잘 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옛말에 한 우물만 파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아주 안 좋은 속담이에요. 제 말의 포인트는 여러 우물을 깊이 파라는 겁니다. 대신 필요한 것만 쏘옥 골라서요.”


스스로 교육자가 되어보기

그럼에도 여전히 수포자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 남 교수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 교육자의 탓이에요.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 수학을 가르치는 교제의 문제입니다.”

언젠가부터 수학은 원래 좌절해 가면서 공부하는 게 당연시된 것도 사실이다. 그 역시 너무나 어렵게 수학을 배웠기에 자신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를 뼈저리게 고민했다고 한다.

“가령 인공지능이 하는 주된 일은 패턴을 찾는 거예요. 강아지 그림을 보여 주고 이를 강아지라고 소리, 이미지, 텍스트로 입력하면 후에 로봇이 패턴을 찾아 그대로 인식합니다. 사람과 똑같지요.”

그런데 이것을 컴퓨터에게 학습시키려면 반드시 숫자로 변환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소리는 웨이브의 높고 낮음을 숫자로 나타내고, 이미지는 픽셀을 숫자화 한다.

“예컨대 검은색은 0, 흰색은 1이라는 방식을 쓰지요. 이는 행렬인데 길게 펼치면 벡터가 됩니다. 텍스트 역시 벡터로 설정하고요. 즉 모든 로봇이 받아들이는 것을 모두 벡터로 처리합니다. 벡터는 숫자의 연속입니다. 벡터는 선형대수학의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벌써 인공지능의 세 가지 특징과 벡터의 의미를 파악하게 하는 겁니다. 참 쉽죠?(웃음)”

이에 한국의 수학 교육도 이렇게만 바뀐다면 수포자는 더 안 나올 것이라고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우선 부모가 수학과 코딩을 공부해 아이들에게 전수해 주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이후 아이들이 누군가의 교육자가 되게 하면 금상첨화다.

“앞서 이야기했듯 누군가를 가르치며 학습하면 공부 효율이 100%이니까요. 이게 현재 언어치료사 등 자녀를 인공지능 시대에 주목받을 직업인,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랍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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