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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대장 '에베레스트 여왕, 국립공원 홍보대사 되다'
오은선 대장 '에베레스트 여왕, 국립공원 홍보대사 되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08.04 0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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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8주년기념 특별 초대석
▲ 국립공원 홍보대사 오은선 대장과의 인왕산 등산 토크.


2010년 세계 여성 최초 8,000미터 14거봉 완등에 빛나는 오은선 대장. 그녀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산악인이다. 요즘도 간간이 국내외 산행을 떠나는 그녀는 동시에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원 체육학과에 들어가 박사 논문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국립공원 홍보대사로 위촉됐다는 근황을 알린 그녀를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만났다. 내친김에 인왕산을 함께 오르며 나눈 대화 속에서 그녀의 자연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산악인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또한 남달랐는데…. 오은선 대장과의 인왕산 등산 토크.

산이 주는 행복, 경이로운 자연 이야기

푸르른 6월, 어느 한가로운 날 오전은 딱 등산하기 좋게 화창했다.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산속에서는 바람 소리마저 귓가에 크게 맴돌았다. 이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부터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 계곡물이 쪼르륵 흐르는 소리, 운동화로 흙을 지그시 밟는 소리…. 어디 그뿐인가. 울창한 나무들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콧속 가득히 퍼지는 풀내음, 흙냄새, 손에 잡히는 시원한 약수터 물, 입안을 톡 쏘는 청량한 물맛까지. 얼굴과 가슴을 젖히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자연이 오감을 마구 자극하는 듯했다.

“저도 이렇게 자연 소리 음미하며 오르는 산행이 참 좋아요. 마음이 심란할 때 제격이지요.”
어느덧 정상에 올라 몸과 마음이 긴장이 풀릴 때쯤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언니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요즘 마음의 병을 앓는 현대인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이 좀 더 자연을 접했으면 좋겠어요. 산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경험하다 보면 삶에 대해 달리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자기 치유력이 있기 마련인데, 자연과 더불어 있다 보면 그 힘이 더욱 강해진답니다. 그만큼 자연은 경이로워요. 일단 한번 산에 몸을 맡겨 보세요.”
 

산과 교감하다

▲ 에베레스트 여왕, 오은선 대장.


실제 그녀 역시 오랫동안 산에 오르며 얻은 삶의 지혜가 수두룩하다. 1966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의 한 시골 마을 그리고 지금의 서울 면목동에 자리 잡은 오은선 대장. 어린 시절 늘 집 뒤에 산이 있었던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등산을 시작했다. 이때 쌓은 기초 체력은 향후 대학에 들어가 산악회 활동을 할 당시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암벽 등산은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에게 의외로 여린 면모도 역력했다.

“처음엔 그냥 따라만 다녔죠. 그런데 북한산 인수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몸은 좀 지쳐 있는데 무엇인가 뿌듯해하는 멋진 아우라가 풍겼어요. 이윽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산행에 대한 감수성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더군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산을 배웠어요.”
당대 군인이었음에도 나름대로 사고가 확 트인 아버지는 그녀의 결심에 대해 늘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다.

공무원 그만두고 에베레스트로

여성임에도 남성적인 성격이 매우 강했던 오 대장. 1991년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접고 2년 뒤 기어코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제 성격상 큰 갈등은 없었어요. 돌아온 뒤 무슨 일을 하든 먹고살 자신은 있었거든요. 그 힘든 에베레스트를 오르며 무척 고됐지만, ‘내가 도대체 이 일을 왜 하고 있나’라는 의문은 갖지 않았어요. 그저 이 어려움을 어떻게든 극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무엇보다 히말라야를 떠나기 전에 만년설을 만져 보고, 그 속에서 호흡하고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니까요. 그 자연은 우리나라 자연과는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러나 자신은 단 한 번도 정상을 목표로 등산한 적이 결코 없다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단지 현재 자신의 위치, 그곳에서 해야 할 일에 충실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정상까지 가겠다? 왜 죽어요? 죽으면 끝인데요. 저는 그보다 살아서 돌아오는 데 집중했어요. 정상은 나중에도 갈 수 있는 걸요.”
 

수많은 실패 속에서 깨달아

▲ 오은선 대장에게 듣는 산이 주는 행복.


다행히 산과 자기와의 교감이 좋아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에 완등할 수 있었던 오 대장. 사실 그녀는 남들이 알아주는 성공보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배운 게 훨씬 많다고 자신했다.
어언 25년 전 처음 에베레스트 등반에 참여하며 직장을 그만뒀을 때만 해도 그녀에게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젊음이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 그녀는 등반하면서 남모를 실패, 실수를 수없이 경험했다.

“언젠가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다른 팀의 사고로 인해 제 셀파를 그 팀원에게 투입해야 했을 때도 있었고요. 산과 저와의 교감이 안 좋을 경우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일들이 있어요. 그때마다 무리하게 정상에 오르려고 하기보다 ‘아, 다음번에는 이러한 점을 더 주의하고, 이러한 준비를 더 탄탄히 해야겠다’며 하나둘씩 깨우치고 오는 게 저희 산악인들의 임무인 셈이에요.”

이에 그녀는 아직도 자기 꿈을 향해 가는 길목 앞에서 머뭇거리며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사뭇 냉정한 조언을 늘어놓았다.
“제가 보기엔 두려움보다 욕심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남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다 갖추고 싶은 마음이 많아서 선뜻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발을 딛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특히나 젊은이들에게는 젊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는 젊음의 에너지가 있잖아요.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면 거기에 목매야 해요. 다 가지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이게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과감히 거기에만 몰입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물론 과감한 결단력에 철저한 준비 또한 따라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무엇인가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일을 하며 얻는 것 자체가 무척 많다고 한다.

독불장군… 불굴의 도전 정신

이때 그 누구의 의견도 중요하지 않다는 오 대장. 불굴의 도전 정신 못지않은 그녀의 삶도 오로지 스스로 결정한 결과다.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에 현혹되지 마세요. 정작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것은 자신 마음속 이야기입니다.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해요. 저도 처음 히말라야에 갈 때 그 누구의 자문도 구하지 않았어요. 모두 저 혼자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알고선 성을 좀 냈지만요.(웃음) 그리고 저는 가자고 마음먹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마는 성격이에요. 독불장군이요.”

물론 그녀라고 해서 현실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이 전혀 없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잠시 느껴지는 후회 속에 자기를 매어 놓으면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그녀는 단단히 되짚었다.
“그럴 땐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에 충실하면서요.”

국립공원 홍보대사의 포부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그녀가 고민하던 일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곤 했다는데…. 이제는 산에 갈 때 원정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상생활에 넉넉할 만큼 월급도 받게 되었다. 지금껏 알뜰히 모아 놓은 돈으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데 큰 어려움도 없다.

“누군가 제게 그러더군요. 제 나이에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느냐고요. 뒤늦게 못다 한 공부를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글자도 눈에 잘 안 들어온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저에게 허락된 것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저는 이 난관도 다 딛고 일어설 거예요. 앞으로가 100세 시대인데 이왕 시작한 박사 과정은 잘 마무리해야죠.”

그 이후엔? 여전히 박사 학위로 무엇을 하겠다는 큰 계획은 없다는 오은선 대장. 이를 계기로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자신이 기회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이를 토대로 언젠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그녀는 소원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국립공원 홍보대사로서 국립공원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어마어마한 등산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산을 보호할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너무 특정한 산만 계속 오르는 것 같아서요. 특히 북한산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고 있는데 얼마나 애처로운지…. 이 인원을 옆으로 좀 분산했으면 좋겠어요. 산에서 삼가야 할 행동도 스스로 돌이켜보고요. 국립공원의 경우 매일 입산할 수 있는 인원을 한정시키는 사전 입산 허가제를 시행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향후 그녀가 보여줄 국립공원 홍보대사로서의 활약도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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