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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알려준 미술과 사랑에 빠진 김지은 아나운서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알려준 미술과 사랑에 빠진 김지은 아나운서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8.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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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 알려준
미술과 사랑에 빠진 김지은 아나운서

미술과 아나운서의 조합,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지만 김지은 아나운서와 미술과의 인연은 꽤 깊다. 그림이 좋아 대학원에서 예술학까지 전공한 그녀는 지금 뉴욕에서 또다시 예술학 공부에 빠져 있으며, 미술 관련 서적을 두 권이나 낸 베테랑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고 있다는 김지은 아나운서와 나눈 뉴욕 현지 인터뷰.


취재_ 김소영 기자 사진_ ‘예술가의 방’(서해문집)
 
“우리네 인생과 꼭 닮은 그림에 내가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

“반가워요. 뉴욕은 지금 저녁입니다. 방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어요. 논문 준비로 너무 정신이 없네요.”
아나운서 김지은. 1992년 MBC 아나운서로 데뷔해 ‘뉴스데스크’, ‘출발! 비디오 여행’, ‘즐거운 문화 읽기’ 등을 진행하며 15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시사와 문화, 예술정보를 전해주던 그녀는 지금 뉴욕에 있다. 2007년 9월, 회사에서 제공한 연수기회로 뉴욕의 크리스티대학원에 진학해 공부 중인 것. 마흔이 다 돼, 그것도 남의 언어로 공부하는 게 녹록하지는 않다. 책 읽을 분량이 너무 많아 처음 배운 영어숙어가 ‘밤을 새우다(I pulled an all-nighter)’였고, 쏟아지는 과제에 ‘다시는 공부하지 않으리’를 매일같이 외쳤다고 하니 그녀의 노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정신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걱정보다는 예술학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그녀가 최근에 낸 책 ‘예술가의 방’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 ‘서늘한 미인들’ 이후 4년 만이다. ‘예술가의 방’은 그녀가 직접 권기수, 김동범, 데비한, 배준성 등 회화·조각·사진을 망라한 유명작가 열 명의 작업실을 찾아 그곳에서 엿본 그들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이다. 연수가 완전히 끝나면 예술을 널리 알리는 일로 남은 미래를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 뉴욕 현지에서 이메일로 진행된 그녀와의 인터뷰는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 살가웠다. 질문하는 답변마다 번호를 달아 꼼꼼하게 작성해 보내온 이메일에는 미술과 삶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가득했다.

포기가 주는 안락함 VS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꾸준함
“처음엔 출판사에서 제 방을 보여달라는 줄 알았어요(웃음). 마치 제 속을 다 보여달라는 건 줄 알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여기저기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들이 세월에 번져 그 위에 적어놓은 희망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정리를 안 했거든요. 이런 누추한 방을 어떻게 공개하겠나 싶어 답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우연히 메일을 다시 확인해보고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방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방을 찾아가자는 것이었거든요(웃음).”
예술가들의 방과 그들의 맨얼굴이 진심으로 궁금해진 그녀는 연수를 떠나기 전 열 명의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뉴욕으로 떠났다. 새롭게 시작한 미술공부에 밤샘이 익숙해져 과제가 없는 날에도 불면이 계속되었다. 학교 가는 것이 힘들어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신입사원 이후로는 잘 꾸지 않던 방송사고를 내는 꿈까지 꾸었다. 가슴에 바윗덩어리 하나를 늘 얹고 사는 것 같은 하루하루였다. 그 와중에 손목터널증후군까지 겪으며 힘들게 완성한 글이 컴퓨터의 이상으로 날아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막연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마음을 치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무작정 이과수폭포를 보러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말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표현수단인지 그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방에서 저는 ‘예술가의 방’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기 시작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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