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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일상으로 세상과 만난 작가 공지영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
가벼운 일상으로 세상과 만난 작가 공지영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4.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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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며

가벼운 일상으로 세상과 만난
작가 공지영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

작가는 특별한 삶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부질없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묶어 에세이집으로 펴낸 소설가 공지영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 힘을 뺐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전작들보다 한결 명랑해진 느낌이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김승환(프리랜서)

"너무 모든 것을 무겁게,단기간에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멀리 보고 천천히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면좋은 날이 꼭 올 거예요"

공지영은 바쁘다. 글을 써야 해서 바쁘고 세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다. 더욱이 요즘은 한창 독자들을 만나는 중이다. 예전 같으면 잠적 아닌 잠적을 선택했을 텐데 이제는 다르다. 독자를 만나 소통하는 것도 글쓰기의 일부라 여긴다. 지난해 여대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사랑학’에 대해 특강을 해보았고,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설 ‘도가니’를 연재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악플이 무섭다며 엄살 댓글을 올려놓았다. 꽤 재미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벗은 공지영을 만나보니, 재미있게 말을 할 줄 아는 편안한 옆집 언니 같았다.

 
 
이제는 좀 힘을 빼고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 이제 조금은 따분하게 들릴 수도 있는 칭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책을 읽다가 문장 아래 밑줄을 치게 만드는 작가, 울컥하는 순간을 연거푸 만들어주는 작가’라고 표현해보면 어떨까. 사실 공지영은 일상적인 단어 몇 마디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람이다. 그동안 써온 글이 그랬고, 또 삶이 그러했다.
작가 공지영의 신작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한 일간지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책이다. 출간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반응이 뜨겁다. 작가는 언젠가 이 ‘부질없는’ 이야기를 꼭 한 번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을 좋아해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게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 나라에서는 책을 묶어주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저도 언젠가 부질없는 이야기로 책을 묶어준다면 한번 써보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한테 책은 장난감, 제일 좋은 오락기구가 되기도 하거든요. 오락에는 지적인 유희가 되는 오락도 있고, 위로가 되는 것도 있어요. 정말 키득키득할 수 있는 오락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고요. 요즘 성인 책에는 키득키득한 게 별로 없어요.”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글이 너무 엄숙주의로 흘렀다는 반성도 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 만나고 의외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종종 “어머 공지영 씨, 정말 소탈하고 재미있는 분이군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저, 원래 그런데요. 어릴 때부터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게 다 글을 너무 심각하고 까탈스럽고 엄숙하게 쓴 탓이라 여기고 만다.
“글쓰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너무 심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를 쓰면 인간이 아닌 취급을 받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너무 심각해져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좀 힘을 빼고 싶어요(웃음).”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한낱 깃털처럼 가볍다. 마흔여덟이라는 나이에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동안 타령’을 하며 나이를 속이는 소띠 친구들, 어렸을 때부터 ‘공씨’라는 성씨 때문에 겪게 된 ‘이름 사건’, 20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친구로 인해 겪는 괴로움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보니, 지인들의 협박 전화(?)를 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사실 굉장히 힘들었어요. 친구들이 ‘너 지금 우리 부부싸움하기 일보 직전이야’ 하면서 전화를 걸기도 했고요. 그래서 술을 많이 샀어요. 원고료 받은 것보다 술값이 더 든 것 같아요(웃음). 친구들은 술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다음에는 이거 꼭 써라’ 하면서 소재를 주기도 했어요. 두 아이는 어려서 아예 안 읽으니까 상관 안 했고, 첫째 아이는 읽을 수 있으니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시험기간이어서 안 읽었으면 하는 마음만 있었죠.”
작가는 세 아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도 많이 썼다. 하필이면 꼭 강연만 하면 사고치는 아이들, 병원만 가면 아픔을 참지 못해 난리를 치는 막내아들 제제, 2주일 치 용돈을 포기하며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목걸이를 사준 아들 등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 짜증 부리고 그랬는데, 에세이를 쓰면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게 만들어볼까’ 하고 궁리했어요. 오랜만에 아이들을 예뻐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죠(웃음).”


상처는 살아 있다는 징표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외에도 지난해 펴낸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3만 부를 찍었다. 지금껏 펴낸 작품 중 최고의 반응이다. 저자 사인회에 가보면 “책 제목을 그대로 적어달라”는 요청을 하는 독자들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어렸을 때 저는 남들보다 많이 남의 말에 아파하고 또 그것에 크게 흔들렸어요. 저 사람은 저렇게 태연한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고 분하고 눈물이 나고 이럴까, 이런 생각을 오래 해왔어요. 그래서 늘 그것에 의문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이것이 ‘살아 있는 증표’라는 걸 알았어요. 요즘에는 상처를 그렇게 많이 받지 않아요. 노쇠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또 아니기도 해요. 항상 보면 찬바람도 쐬어보고 더위도 겪어보고 힘든 계단도 올라가본 사람이 몸이 튼튼해지고 어른이 되듯이,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걸 말하고 싶었어요.”
조금만 뚫고 나가다 보면 다른 세계가 있고 더 넓고 자유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 작가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과거에 겪은 고통과 시련이 왜 존재하는지를 깨달았다.
작가는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에필로그에서 ‘자기 인터뷰’를 했다. 스스로가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는 소감으로 “참 즐거웠다”고 고백한다.
“왜 글을 쓸 당시에는 괴롭다가 끝날 때가 되면 즐거웠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사는 것도 이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이 시대의 작가로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며, “편견과 소문과 비방과 비난 속에서도 나는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을 늘 쐬고 있으며 내게 덕지덕지 묻은 결점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고통 속에서도 내게 또 다가올 자유가 그립고 설렌다”고 말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털어놓는 작가는 흔치 않다. 유명한 사람이 아닌 우리도 속내를 비치는 데는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지만, 사람들은 그 작품을 쓴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유독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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