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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단장으로 변신한 강지원 변호사의 나눔 인생
오케스트라 단장으로 변신한 강지원 변호사의 나눔 인생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12.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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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일, 권력을 탐하는 일, 명성과 인기를 좇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 세상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이 늘어나다

강지원 변호사가 단장을 맡은 ‘필하모니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지난 5월 창단됐다. 특징적인 것은 대부분의 단원들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20∼30대 신세대 음악인들이라는 것. 이들은 평소 강 변호사가 음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단장직을 제안했다.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단장직을 맡았다고 하니까 좀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예전에 성악 공부를 한 적이 있어요. 젊은 음악가들이 찾아와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데 단장이 되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좀 익숙한 일이라는 생각에 수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단원들을 선발해놓고 보니까   아주 잘하는 거예요. 갓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연주자들 특유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이 엿보였죠.”
오랜 시간을 청소년 지킴이로 활동해온 탓에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기량을 새삼 발견할 때마다 강 변호사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곤 한다. 바로 이들의 재능을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끔 하는 일이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앞으로의 구상을 설명하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가무음곡(歌舞音曲)에 강하죠. 다만 그것이 술과 결부돼 밤 문화로 정착해 있다는 게 문제예요. 청소년 문제에 관여하면서 제가 술집을 비롯한 유흥업소와는 어떤 관계인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밤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좋은 가무음곡의 재능을 더 이상 소모적으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한류라고 하는데, 유럽 콩쿠르에선 한국 음악가들의 참여를 불편해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어버리니까요. 그런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한국에서는 다 실업자예요.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세계에서 통하는 그들의 재능을 상품화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해집니다. 좋은 음악을 통해서 국민들의 정서도 순화되는 것 또한 유익한 점이고요. 이 오케스트라를 그렇게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야심찬 계획을 설명하는 그지만 정작 자신이 맡은 단장직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럼에도 단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수익 공연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 그에 대한 단원들의 믿음은 남다르다. 연습 중 잠시 짬을 내어 만난 단원들은 “연습에도 꼬박꼬박 참관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어서 단장님 덕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하고 싶은 연주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고 기회가 생겨서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강 변호사에 대한 존경을 내비쳤다. 단원들의 칭찬(?)에 강 변호사는 짐짓 멋쩍어하며 “내가 이 나이에 돈을 벌어 어디다 쓰겠냐. 그저 헌신과 봉사의 일환일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 봉사와 헌신으로 살아가는 인생 2막

화려한 이력으로 법조계에 몸을 담은 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만 있었어도 지금 어찌 됐을지 모른다’며 그의 욕심 없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검찰총장 제의를 받기도 했고 정치권에서의 유혹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런 자리나 명예에 대해 철저히 경계하며 살아왔다.
“제 생각에 그런 자리는 소질과 적성이 맞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변호사를 하면서 한때 방송을 하기도 했죠. 해보니 그런 일들도 재미가 있더군요. 그런데 더 이상은 그런 목적으로는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 출연은 청소년 문제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계속하다 보면 저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욕심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한 결심은 올 3월 환갑을 맞으면서 더욱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결심을 산에서 하산하는 것과 직장에서 퇴근을 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60년, 한 갑자의 생을 살았으니 이제는 그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산을 올라갈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고요. 하지만 올라갈 때와는 달리 내려올 때 시간은 짧게 느껴지죠. 출퇴근도 마찬가지예요. 낮에 실컷 일하고 또 퇴근을 해야죠. 공통점이 있어요. 준비하는 시기, 자기 실현을 하는 시기 그리고 하산을 하거나 귀가를 하는 시기죠. 제 생각에 그 정점의 시기가 바로 55세부터 65세 사이예요. 60년을 산 것은 산으로 말하면 정상에 오른 셈이죠. ‘산에 갔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이 보이더라’는 시 구절이 있잖아요. 올라갈 때는 앞만 봤다면 내려올 때는 앞뒤와 좌우를 다 살펴보는 시기인 거죠. 오르는 것을 1막이라 한다면 하산은 2막이라 할 수 있어요. 2막의 과제는 60년을 살아온 삶을 회개하고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변호사 사무실을 정리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감투를 쓰기 위해 권력을 탐하는 것, 돈벌이를 목적으로 일하는 것, 명성과 인기를 좇는 것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한편으로는 너무 강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그의 인생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제까지 그가 살아온 시간 중 단 한 번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던 적은 없었다.
“물론 저를 잘 봐주신 분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저 역시 돈을 벌어야 했고 자식들을 키워야 했어요. 개인적인 성취에 대한 욕구도 있었고요. 그 와중에 이기적인 욕구가 앞섰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더욱 인생의 2막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타적인 덕목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것을 벌충하는 의미에서라도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그는 그외에도 내려놓고 비우는 것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평생 타고 다녔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 또 지난여름에는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만으로 생활을 했다. 그러한 변화를 통해 그가 발견한 새로움은 적지 않다.
“저 자신이 편안하고 누린다는 느낌에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헌신과 봉사를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후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으니 덥더라고요(웃음).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힘은 들더군요. 그런데 의외의 효과가 있어요. 몸은 더 건강해지고 에너지가 절약된 거죠. 에어컨이라는 게 참 이기적인 놈이더군요. 바깥으로는 더운 공기를 내뿜지 않습니까. 이런 시도를 하면서 한편으로 에어컨이 없어지면 도시 전체는 더 시원해질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는 자신의 생각과 실천에서 느낀 경험을 고령화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1막의 인생이 청소년을 위해 살아온 것이었다면 이제는 은퇴 후 마땅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노년층의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는 봉사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년층이 평생 쌓은 노하우를 살려서 이타적인 일을 도모하는 거죠. 강연에 나가보면 용돈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시는데, 연금에 만족해서 사시라고 합니다. 그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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