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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인물인터뷰/김일성 앞에서 노래 부른 전 경남도당 여맹위원장 권은해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인물인터뷰/김일성 앞에서 노래 부른 전 경남도당 여맹위원장 권은해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8.09.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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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인물인터뷰/김일성 앞에서 노래 부른 전 경남도당 여맹위원장 권은해
1990년 11월호 -인물인터뷰/김일성 앞에서 노래 부른 전 경남도당 여맹위원장 권은해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인물인터뷰/김일성 앞에서 노래 부른 전 경남도당 여맹위원장 권은해

"노대통령과 김주석이 악수하는 것 보고 죽을 겁니다"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여인 권은해. 일제시대와 해방직후 그리고 휴전 후에 '적색분자'로 수감되어 이제 인생의 황혼에 이르렀다.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요즈음 수의를 준비해 죽음을 준비하는 그녀가 털어놓는 젊은 날의 혈기와 한 많은 인생.

경남 양산군 기장면 관할서의 '요시찰'인물로 감시를 받고 있는 권은해 할머니(88세)를 찾아간 것은 남북총리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 지 얼마 안되는 어느 날이었다. 권할머니는 지주집안의 딸로 태어나 기장으로 시집을 온 후 사회운동을 하다가 해방후에는 남로당 경남도당 여성위원장으로 활약 중 월북, 김일성이 참석한 최고인민회의에 대의원자격으로 참가했다. 6.25동란 중에는 경남 여맹위원장을 지냈다가 휴전후 광주에서 체포돼 67년 출감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빨갱이'다. 

권할머니의 화려한(?) 전직 때문에 기장일대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낡은 대문 앞에는 권할머니의 이름으로 된 문패가 걸려 있었다. 기자가 대문을 들어서자 권할머니는 낡은 돋보기 안경을 쓰고는 조카손녀의 결혼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낡은 천을 덕지덕지 붙여 밥상보를 마름질하고 있었다. 권할머니는 기자의 방문이 의외라는 표정이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다 안다는 듯 질문에 관계없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사상가도 아니요, 정치에 뜻이 있어서 사회운동을 한 것도 아닙니다. 시집 와서 보니 일본놈들의 횡포가 더러워서 이걸 타도하기 위해 나섰던 것이지요. 나야 권세있는 지주집안의 딸이어서 먹고 사는 걱정이야 없었지만 내 성격은 그런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권할머니는 어릴적부터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문에 통달했다. 이런 까닭에 소작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었는데 당시에는 양반이 상놈과 어울린다고 주위의 반발이 심했던 모양이다. 1928년에 일제타도와 봉건제철폐를 내세우는 조선공산당에 가입했는데 당시 소련에서는 기장을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렀다. 공산당 거물인 김두봉은 권할머니 올케의 사촌동생이었고 사회주의자 김약수는 외가 집안이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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