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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역사의 ‘백운산장’ ··· 법정에 서다
94년 역사의 ‘백운산장’ ··· 법정에 서다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09.2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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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들은 백운산장 국가 귀속을 반대하면서 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악인들은 백운산장 국가 귀속을 반대하면서 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산 백운대 아래 위치한 94년 역사의 '백운산장' 주인 이영구씨가 지난 3일 87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법정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이씨가 산장의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심리로 재판이 열릴 예정이지만 피고인 이씨가 숨지면서 피고인 변경과 함께 판결이 늦춰질 전망이다. 산악계와 공단에 따르면 이씨의 아들인 이인덕씨에게 소송이 수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 아래 해발 650m에 위치한 백운산장의 역사는 1924년 이해문씨가 움막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해문씨의 손자인 이영구씨는 15세인 1946년 산장에 들어와 70년 넘게 살았다.

1971년 7명이 사망한 인수봉 참사를 비롯해 산악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백운산장은 구조본부 역할을 했으며 이씨가 구조한 등산객도 1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산장 한자 현판은 마라토너 손기정 옹이 썼다. 손 옹은 양정중학 산악부 출신으로 북한산 등산을 즐겼다. 산장 앞마당에는 6·25전쟁 때 서울이 점령됐다는 소식에 산장에서 자결한 국군 장병 2명을 위로하는 '백운의 혼' 추모비가 있다. 1958년 산악인들이 세운 추모비는 이영구씨가 관리해왔으며 국가보훈시설로 지정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1992년 등산객의 실화로 산장 지붕이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씨는 1998년 산장 신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당시 사비 4억여원을 들여 중축 후 국립관리공단에 20여년 후 기부채납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5월 기부채납 시한이 만료되자 산악인 4만여명은 서명운동을 벌여 '백운산장의 국가귀속 반대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공단은 '국가 귀속 연도가 지났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이기 때문에 이씨로부터 건물을 인도 받을 목적일 뿐 산장 건물을 철거한다는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공단은 백운산장을 '백운대피소'라고 부르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백운대피소는 쉽게 말해 무허가 건물로 시작됐다. 오랜 세월 산악인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하면서 나라에서도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씨와 협의를 거쳐 20여년간 빌려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씨 부부는 굉장한 특혜를 받은 것이다"며 "백운대피소 땅은 산림청 소유였는데 공단에서 구입한 뒤 환경부에 등록하고 사용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산악인 이영준씨는 "백운산장의 국가 귀속 문제는 기부채납 산정 방법 등 행정 절차상의 문제점이 많다"며 "이해문씨가 1933년 경성 영림서에 300여평의 국유지를 임대해 정식으로 석조건물을 지었고 등기돼 있으므로 무허가 건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Queen 김준성 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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