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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검사의 싱글벙글 소박한 희망을 듣다
김웅 검사의 싱글벙글 소박한 희망을 듣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1.26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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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요? 일반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김웅 검사.

비리 검사의 무서우리만큼 싸늘한 레이저 눈빛부터 으리으리한 요정에서 술 접대 문화까지…. 그동안 우리가 TV 뉴스나 드라마, 영화에서 보아 온 검사는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 여전히 ‘검사’ 하면 악의 근원이나 정의의 사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터. 그러나 이는 미디어가 다룬 환상이나 선입견일 뿐이란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현실 속에서 만난 인천지검 공안부장 김웅 검사는 여느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97년 39회 사법시험 합격,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검사가 된 김웅. 현재 인천지검에서 공안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첫 인상부터 남달랐다. 18년 차 김웅 검사는 예상을 깨고 의외로 싱글벙글 미소 일색이었다.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웃음)”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도 곧잘 띄우는 그를 누군가는 ‘생활형 검사’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인생을 거창하게 계획해 본 적이 없어요. 야망? 생활신조조차 없는걸요.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을 하자! 이 정도가 다예요. 원체 타고난 성격이 둥글둥글하지요. 가능한 한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거나 무거운 이야기 나누기를 꺼리는 편이에요. 늘 일상이 즐거워요. 저 같은 검사도 꽤 많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검사를 본 적이 얼마나 될까? 워낙 한 검사 당 배당받는 사건이 많다 보니 잦은 야근으로 밖에 나가기 힘들다는 게 검사들의 불평불만이다. 밤에는 물론 낮에도 길거리에서 검사를 볼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이에 그는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항상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 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 저서 <검사내전>을 펴내기도 했다.

생활형 검사의 민낯

국민들이 검사를 싸잡아 불신하는 것은 오래된 경험이 축적된 탓이 크다. 이 부분은 김 검사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출세만 하려는 검사, 정치인과 결탁해 사건을 덮어 버리는 검사 이미지를 만든 게 지금의 검사들이지요. 그렇지 않고는 그런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 일도 없었을 거예요. 때문에 검사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거악의 근원이라는 손가락질이 후배로서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TV 보면서 ‘세상에 저런 나쁜 놈이 다 있네!’라며 같이 욕하는걸요. 일반 국민들이 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인천지검 공안부장 김웅 검사의 싱글벙글 소박한 희망 이야기.
인천지검 공안부장 김웅 검사의 싱글벙글 소박한 희망 이야기.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 ‘너도 대기업에 스폰서가 있어서 다 밀어 주고 하잖아’,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여자들 끼고 대접도 많이 받지?’라는 단정적인 말을 들을 때도 그저 헛웃음치고 만다고 그는 덧붙였다. “절대 화를 낼 일이 아니지요. 일일이 아니라고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오랫동안 저를 옆에서 지켜봐 온 친구들이니 알아서 판단해 줄 거라고 믿어요.”

진정한 검사의 역할이란

거악의 근원이라는 오명뿐 아니라 검사가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비치는 데도 문제가 있다는 김웅 검사. 검사는 결코 정의를 세우라고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그는 단단히 꼬집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검사의 직업적 정의다. 더 나아가 검사는 나쁜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사람도 아니다. 대신 그 사람이 우리 형법,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 절차상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보장됐느냐를 확인한다. 모두가 이 사람이 정말 나쁘다고 했을 때 증거가 있느냐고 물어 줄 이, 그가 검사인 것이다.

“여기에 정의가 들어가면 오히려 더 잔인해질 수 있어요. 정의의 사도가 악의 근원이 되기는 무척 쉽습니다.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려면 어쩔 수 없이 힘센 사람이랑 손을 잡아야 하잖아요. 정의를 지킬 힘을 얻기 위해 올라야 할 자리도 있지요. 어쩌면 검사가 정의를 운운하는 것마저 특권 의식일 수 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개인마다 갖는 정의가 각기 다르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검사는 더욱 가치중립, 상대주의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윤리다

검사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그의 꿈은 소박하다. 다음에는 집 근처에 있는 지검으로 발령받는 것, 다음 달에 집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이 보증금 안 올렸으면 하는 것,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월급도 올려 줬으면 하는 바람 등이다. 또 하나. 아침에 출근할 때 직장 가는 버스가 좀 빨리 왔으면…. 그에게는 이렇게 소소한 것들이 곧 희망인 셈이다. 그가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되는 데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

특히 그가 인터뷰 내내 일관되게 유지한 가치 하나가 더 있었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업윤리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해요.”

다행히 그가 여태껏 검사로서 생활하는 데 별 탈은 없었다. 설사 수사에 정치적 외압이 들어오거나 권력이 유혹하더라도 직업윤리에 맞게 행동하면 그만이다. 검사로서 갖는 사명감이나 소명의식 또한 없다. 그저 시험 성적이 좋아 검사가 됐다는 그는 사기꾼 등 범죄자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덕을 쌓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공소시효가 며칠 안 남은 희대의 사기꾼을 거미줄 같이 촘촘한 수사망으로 아슬아슬하게 잡아 구속, 기소했을 때 제일 뿌듯했다고 이야기하며 말이다.

이게 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유연하고 열려 있는(?) 조직 문화 덕분이란다. 검사는 철두철미한 상명하복 체계로, 매우 경직돼 있거나 보수적이라는 통념도 모두 오해란 말인가?

“검사도 사람이다 보니 사건을 자기 주관대로 처리할 경우 누구에게 일이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법적인 안전성과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지요.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공통된 기준을 만들고, 부장이나 차장 검사에게 권한을 줬어요. 최종적으로 검사장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판사나 다른 검사들도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요. 그게 다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편이긴 하지요. 이게 밖에서 볼 때 상명하복으로 비친 것 같아요.”

성에 대처하는 검사들의 자세

이어 김 검사는 현재 검찰도 비리로 찌든 과거와 달리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다고 희망찬 어조로 말했다. 올 초 터진 서지현 검사 사건을 계기로 다들 의식하지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잔재해 있었던 남성 우월주의에 대해서도 서로 반성하는 분위기란다.
“아무래도 조직의 대의를 위해 개인사는 묻혀야 했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특히 생리휴가, 출산휴가도 자유롭게 못 쓴 여검사들이 피해를 많이 봤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종족 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인데, 일 때문에 다음 세대를 포기했던 것인데요. 주객이 전도됐던 거예요.”

또한 소위 검사가 사내 성범죄 문제 때문에 잘려도 변호사 사무실 차리면 그만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의식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검사에게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표 쓰고 나가는 게 가장 강력한 벌이었어요. 대형 로펌에도 알게 모르게 소문이 퍼져 재취업은 어려울 테니까요. 검찰 내에서 징계를 내려 봤자 고작 감봉인데,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피해 여성에게 오히려 안 좋은 게 아닐까, 나름의 배려였지요. 그런데 그게 도리어 그 검사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어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처사였다는 점에서도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나사못처럼 살겠다

생활형 검사로 열심히 살아온 그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와 이를 둘러싼 속마음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 물론 그가 대한민국의 검사를 다 대변할 수는 없다. 국내에 2,000명이 넘는 수많은 검사 중 각광을 챙겨 정치에 입문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스스로 조직에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인물 군상은 어느 직장에서나 볼 수 있지 않는가. 다만 드라마와 달리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처럼 살아가겠다던 선배를 기억한다는 김웅 검사. 그가 오늘도 아침을 여는 청소부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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