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봉황이 머물다 간 곳, 봉정사
봉황이 머물다 간 곳, 봉정사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8.12.0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네스코 산사를 가다 3
봉정사 전경.
봉정사 전경.

 

우거진 나무들이 단풍바다를 이룬 천등산 산기슭에 자리 잡은 봉정사는 산봉우리에 둘러쌓여 있는 더없이 아늑한 곳이다. 종이 봉황이 내려앉은 곳에 세워졌다는 절, 봉정사가 있는 그 곳으로 떠나보자.

한 편의 동화 같은 봉정사의 창건 설화

안동의 천등산에 위치한 봉정사는 문무왕 12년 능인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창건 설화가 한 편의 동화 같은데, 능인대사가 자신의 불심을 담아 접은 종이 봉황을 바람에 날려 보내 봉황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이름을 ‘봉정사’라 했다고 전해져 온다. 한편으로는 능인대사가 화엄기도를 올리려 산에 오르니 선녀가 나타나 횃불을 밝혀주고, 청마가 나타나 길을 인도해 이 자리에 이르게 했으므로 이 산을 천등산이라 하며 청마가 앉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봉정사’라 했다는 설도 있다.

봉정사로 가는 길목에 작은 정자 한 채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본래 낙수대라 불리던 곳이었는데, 퇴계 이황이 봉정사에 머무르며 공부할 때 자주 쉬어 가던 곳이며 이 곳에서 듣는 폭포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같다 하여 ‘명옥대’라 직접 이름 붙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계보를 간직한, 살아있는 건축박물관

1972년 봉정사의 극락전을 보수공사 하던 중 발견한 상량문에 쓰인 문구 때문에 우리나라 목조건축물의 역사가 뒤바뀌게 된다. 원래는 부석사의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된 상량문에 “신라 문무왕 때 능인대덕이 창건하고 고려 이후 여섯 차례나 중수하였으나 지붕이 새고 초석이 허물어져 지정 23년에 용수사의 축담 스님이 중수한 것을 지금 다시 지붕이 허술하여 수리한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정 23년은 고려 공민왕 12년으로 1363년이다.

한 건물이 세워져 다시 중수하기까지 대개는 150년에서 200년 정도가 소요되곤 했다. 따라서 이 극락전은 13세기 초 또는 12세기 중엽에 지어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부석사의 무량수전에서 봉정사의 극락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극락전은 국보 제 15호로 지정되었다. 극락전 외에도 조선 초기 건물이며 보물 제55호인 대웅전, 조선 후기의 건물로 보물 제449호 고금당과 보물 제448호인 화엄강당까지 봉정사에 가면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건축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봉정사 극락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알려진 봉정사의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집으로, 옆면의 기둥이 배열이 독특하다. 7m 정도의 기둥 5개를 1.75m의 간격으로 촘촘히 세웠다. 5개의 기둥들이 초석부터 도리까지 이어졌고, 가운데의 고주는 용마루까지 닿아있다. 바닥과 주위에는 검은 전돌이 깔려 있는데, 이런 방식은 고려시대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공포와 결구방식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극락전이 고구려계 건축물이라 추측할 수 있게 한다. 극락전 마당에는 까만 삼층석탑 하나가 서 있다. 높이가 3.35m로 그리 높지 않아 아담한 마당에 잘 어울린다. 이 석탑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82호로 지정되었다.

아름다운 봉정사의 건축물

봉정사의 여름.
봉정사의 여름.
봉정사의 가을.
봉정사의 가을.
봉정사의 겨울.
봉정사의 겨울.

극락전 외에도 대웅전과 고금당, 화엄강당, 무량해회, 우화루 등 총 21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봉정사에는 볼거리가 많다. 다포계 구조로 오래된 예 중에 하나인 대웅전은 후불벽에 새겨진 벽화로 유추해보았을 때 15세기에 창건되었다고 여겨진다. 가로 4m가 넘는 이 벽화는 석가모니가 여취산에서 관무량수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테두리의 모양이나 꽃비가 내리는 모습 등이 고구려의 변상도와 매우 유사해 고려시대의 변상도와 상당한 관련성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자리 잡은 화엄강당은 큰방 2칸과 부엌 1칸으로 구성된 건물이다. 벽채에 비해 지붕이 큰 독특한 모양 등을 보면 전체적으로 과장된 비례와 후기적 구조 형식을 가진 변화기의 건물이라 짐작된다. ‘원래의 금당’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금당은 봉정사의 원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616년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어 16세기 초반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정사의 역사는 매우 화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0년도 대웅전 보수공사 때 발견한 묵서명에는 봉정사에서 조선시대 초 팔만대장경을 보유하였고, 당우도 75칸이나 되는 대찰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봉정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봉정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6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방문 정보
주소 :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222
문의 : 054-853-4181

[유화미 기자] 사진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