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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는 변화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는 변화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1.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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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오늘날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룩한 일등공신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빛나는 삼성전자. 여느 회사원처럼 신입사원으로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창조해온 그다. 극심한 초경쟁 세계 시장에서 삼선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 그가 최근 자신의 성공 비결을 담은 저서 <초격차>를 펴냈다. 끈기와 집념이 강한 완벽주의자, 권오현 회장이 샐러리맨들에게 전하는 성공 메시지를 만나보자.


어린 시절 권오현 회장의 꿈은 ‘박사’였다. 1960년대 김산호의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에서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제비기 등 다양한 장비를 척척 만들어주는 ‘윤박사’가 롤모델(?)이었다. 그 꿈을 계속 이어가 공대에 진학한 권 회장. 그때만 해도 연구 개발보다 제조 생산이 더 중요했던 한국 산업계에서 박사학위 소지자는 대부분 교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도 당연히 교수가 되리라는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자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1980년대 초, 스탠퍼드 대학 인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애플,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아타리, 인텔 등 창업이 성행 중이었다.

권 회장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수가 되기보다는 기업에 들어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타이밍이 참 절묘하게도, 1983년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중대 선언을 했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에게도 ‘과연?’ 하고 의구심은 있었지만 1985년 삼성 반도체에 입사했다. 권 회장은 반도체를 개발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에게 큰 흥미와 관심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지적 호기심이 저를 삼성으로 이끌었습니다.”

꿈으로 시작해 끝없는 위기와 변신을 거듭하다

회사는 그를 공정개발팀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마다치 않은 이건희 회장의 뚝심으로 지금 한국의 반도체가 존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삼성의 전 임직원이 아침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라고 구호를 외쳐댔다.

단순함 속에 힘이 있다고 했던가. 이러한 구호는 하나둘 현실로 다가왔다. 1992년 삼성은 64Mb, DRA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메모리 분야의 선두 대열에 합류한다. 지금은 세계 반도체 업체 1위로 우뚝 선 삼성이다. 그는 “끝없는 위기, 끝없는 변신”을 성공 비결이라고 전한다.
경영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그가 처음 영업 사업 부서를 맡아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도 다르지 않다.

1997년 비메모리 사업부로 발령받은 그는 연구개발의 결과물은 물론, 그것을 얻기 위한 조직의 운영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다. 그야말로 매일이 새로운 도전의 나날이었으며, 고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데다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그렇다 할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당시는 회사에서 이미 포기한 부서였지만 자신의 경영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험해볼 기회가 주어진 것은 행운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비메모리 사업부에서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쌓은 그는 사업부장, 사장을 거쳐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올라선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뭉뚱그려 ‘샐러리맨 신화’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어린 시절 ‘윤박사’가 되겠다는 꿈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바닥을 치고 위기에 처했을 때 계속해서 변신하려 했던 치열한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변신 없이 생존 없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학생일 때는 기술의 원리를 배우고, 실무자일 때 기술을 개발하며, 경영자일 때 기술을 판매했던 권오현 회장. 그 과정과 경험을 통해 그가 내린 최종 결론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상황에 맞게 변신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할 수도 없다’는 것. 여기서 ‘변신’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이를 비롯해 그의 경영 노하우들은 딱 한 마디 ‘초격차’로 요약된다.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그의 초격차 전략이 통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여다보자.

2008년 세계 1위 업체인 삼성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를 낸 적이 있었다. 당시 권 회장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단순한 노력과 개선으로 경쟁자를 조금 앞서가는 것만으로는 천수답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절대 경쟁력을 얻기 위해 개선이 아닌 혁신이 절실했다.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 말이다.

초격차란 기술의 격차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선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혁신은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세계 1위를 하고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라는 다른 임원들의 의문을 뒤로한 채 과감한 도전의 길을 택했다.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공정 과정을 거치는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어느 한 과정이 잘못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완제품이 생산된 다음 테스트할 때까지 중간에 제품의 정확도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물론 사일로(Silo)화 된 생산 라인 덕에 어느 라인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총생산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부서간 경쟁심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기 보다 기술을 공유하기 꺼리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에 그는 사일로화 된 생산 라인에서 제조팀과 기술팀을 분리해 매트릭스 조직 형태로 혁신했다.

결과는? 중간중간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하나의 거대한 라인 개념으로 생각하니 각 라인에 특화된 공정만 셋업하게 되어 공정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또한 그 공정에 맞는 제품만을 생산하도록 구조를 단순화하자 신공정 셋업도 빨라지고 목표도 명확해져 생산량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혁신으로 ‘초격차’ 이뤄내야

물론 그가 조직개편 후 내린 첫 번째 지시도 좋은 영향을 줬다. 공기(工期)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율(收率)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한 뒤 그것을 반드시 달성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기존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었던 직원들도 스스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완전히 다른 방법,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이후 그는 이러한 혁신의 분위기가 반도체 제조 라인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매우 감동스러워 했다. 이를 개발 부서에도 바로 적용했고, 개발팀에서도 자연스럽게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제조 라인과 개발팀이 기초 연구부터 상호 협력하는 체제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반발하던 연구원들도 현장 근무를 하다 다시 돌아오면 수준이 몰라지게 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역시 실전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다른 부서에서도 기본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대응하는 자세에서 주도하는 자세로 바꾸도록 노력하는 ‘시프트 프론트’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초격차 전략으로 인해 삼성의 경쟁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져 시장 점유율, 매출, 이익 확대가 저절로 따라왔다. 마지막으로 그의 초격자 전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옮겨 보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초격차’라고 하면 으레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것’, ‘승자 독식’ 또는 ‘1등이 혼자 다 가져가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초격차는 단순히 시장의 파워나 상대적 순위를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은 구성원들의 격을 의미해야 합니다. (…)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히 실행에 옮겨 자신만의 ‘격’을 만들기 바랍니다.

-<초격차> 초격차 전략 中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해요.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조직의 선제적 변화는 리더의 책임. 판단의 기준은 미래입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하세요. 혁신만이 생존입니다.”

한편 2017년 10월 경영진의 세대교체와 경영 쇄신을 강조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경영 자문과 인재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 자료 출처 <초격차>(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쌤앤파커스 펴냄) | 자료 제공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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