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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⑥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2월호 -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⑥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6.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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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호

검은 마을, 검은 얼굴, 어두운 사랑과 희망

그들도 우리처럼

폐광 직전의 탄광촌을 무대로 잡초같이 살아가는 광부들, 다방 아가씨들···. 노동자를 노예처럼 여기는 악덕 기업주와 그를 싸고도는 경찰관들···. 그 속에 뛰어든 수배중인 노동 운동가···.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은 그 어두운 절망 가운데 피어난 '성냥 한 개비의 희망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1990년 12월호 -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⑥
1990년 12월호 -조관희의 시네마 에세이⑥

 

참으로 오래간만에 잘 만들어진 한국 영화 한편을 보았다.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 최인석 소설 '새떼'가 원작이지만 각색 과정에서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각색자는 윤대성 · 박광수. 주로 박광수 감독 자신의 구상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폐광 직전의 탄광 지대를 배경으로 노동 운동가의 은신 생활과 탄광촌 사람들의 잡초 같은 삶을 리얼하게 그린 사실주의 작품이다. 촬영하기 위해 만든 배경이 아니고 실재하는 동해안의 어느 탄광촌에 카메라를 댔다. 무연탄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나고 거리나 건물이나 심지어 흐르는 시냇물까지도 까만 마을. 그 속에서 무연탄을 캐고 구공탄을 찍는 남녀 인부들의 검은 얼굴들. 열악한 시설과 위험한 환경 속에서 혹사 당하며 사람답게 살기를 부르짖는 노동자들. 그들 주변에 기생하면서 차를 팔고 몸을 파는 다방 아가씨들. 그들을 단순한 섹스의 도구로 상대하는 건달들. 노동자를 노예처럼 생각하는 오만한 기업주와 그를 싸고도는 경찰관. 망나니 같은 기업주 아들의 행패. 이런 것들이 80년대를 휩쓴 노사 분규의 암담한 분위기 속에서 생생하게 엮여진다. 

말하자면 인간 대접 못 받는 노동자들 편에 서서 그들의 어려운 삶을 연민의 눈으로 그린 '의식있는 영화'다.

사실상 몇해 사이 나온 '의식있는 영화'치고 학생 데모, 노사 분규 장면이 안 나오는 영화는 거의 없다. 가진 자와 힘있는 자의 부도독성을 고발하고 약한 자와 가난한 자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영화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직장과 사회를 이분법으로 갈라 탄압과 반발의 갈등을 그린 영화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유행 작품들을 필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 고발성 영화가 성공한 예도 드물며 요즘 와서는 현저히 퇴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그들도 우리처럼'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 현장의 갈등이나 대결을 증오와 비판이 아니고 사랑과 이해로 그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김기영(문성근 연기)은 지하 조직에서 노동 운동을 하다가 경찰의 수배를 받고 가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이 탄광촌에 피신해 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연탄 공장 막일꾼으로 취직을 했으니까 말하자면 위장 취업이다. 

지난날의 그는 노조 파업을 선동하고 데모대의 앞장에 서는 등 극렬 투쟁을 했지만 지금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 그런 식의 투쟁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서동을 하거나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게 아니고 그저 묵묵히 그 힘든 막노동을 해내며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 주변 인물들이 재미있다. 연탄 공장 사장의 망나니 아들(박중훈 연기)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안하무인의 무법자 노릇을 한다. 수김이 늦어지면 기물을 때려 부수고 다방 아가씨를 제것처럼 농락하며 마음에 안 들면 누구한테나 주먹질이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박규채 연기)에게 반발하며 덤벼들고 제 몫의 재산을 챙긴다. 탄광촌의 한 마리 이리새끼 같은  그이지만 김기영에게만은 호감과 존경심을 품고 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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