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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사진 '망종'
김도형의 풍경사진 '망종'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6.05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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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사진 '강화도, 2019'
김도형의 풍경사진 '강화도, 2019'

 

내일이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망종이다.

'망종'에 관해 세시풍속사전을 찾아보니 벼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란다.

이 시기는 보리베기와 모심기에 알맞은 때이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얼마 전 강화도 촬영을 갔다가 이미 모가 심겨진 논 사이의 밭에 보리가 누렇게 익은 것을 보고 요즘도 보리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가가 보았다.

그리 가까이 가지 않았어도 훅 끼쳐오는 잘익은 보리의 내음이 예전 시골에서 유년을 보내면서 있었던 기억의 한 토막을 불러왔다.

그 날은 무슨 마음이었던지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집 뒷산의 두어 마지기 되는 밭의 보리를 베러 낫과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챙겨서 올라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보리를 베면 심심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라디오를 가지고 간 것이었는데 라디오를 켜고 한 참이 되었어도 유행가는 나오지 않고 '잘있거라 고국산천~' 같은 장송곡 분위기의 노래만 나와서 이상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그날이 현충일 이었던 것이다.

가수 배철수씨는 인기 그룹 '송골매' 의 멤버였던 시절 일년 365일 중 현충일 단 하루만 쉴 수 있었다 하는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위한 전 국민의 추도일인 현충일 만큼 뜻깊은 공휴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밭에는 어느 새 몰려든 참새들이 성찬을 즐기고 있었다.

 

글 사진: 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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