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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작품과 안전 사이에서'
김도형의 풍경 '작품과 안전 사이에서'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8.30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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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강화도 동막해변을 지나는데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물이 쳐져 있어서 바로 옆 분오돈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고기를 잡는 대형 그물과 수평선이 알맞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고 마침 돈대가 있어서 높은 위치에서 부감(high angle) 으로 담을 수 있었다.

좀처럼 이런 장면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행운이었다.

더우기 그 날은 바람까지 불어서 그물이 볼록해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피사체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이 고기를 잡는 그물이 아니라 피서를 온 해수욕객들이 멀리까지 나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안전선 이었다.

풍경사진작가는 촬영을 나가면 눈이 열개가 달린 것처럼 예리하게 피사체를 캐치해야 된다.

예전 동료는 회사일로 같이 출장을 가는 길에 내가 급히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뭔가를 찍어 온 사진을 보고 운전중에 어떻게 이런게 보였냐고 감탄한 적이 있다.

사진작가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일은 좋은 장면을 눈으로만 찍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예를들면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중에 도로 밖에서 아무리 좋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어도 감히 갓길에 차를 세우고 촬영할 용기를 내지 못해서 눈으로만 보고 지나칠 때가 있다.

또는 바다에서 높은 갯바위에 올라가면 더 좋은 앵글로 사진을 담을 수 있는데 위험할 듯 하여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지난 봄 중앙고속도로를 지날 때 벌목한 민둥산의 공제선에 실루엣의 소나무 한 그루가 있던 장면과 인천 영종대교를 지나면서 본 기묘한 패턴의 갯벌과 붉은 칠면초는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멋진 장면이다.

딱 10초면 갓길에 차를 대고 몇 커트 찍을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작품과 안전 사이에서 안전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안전해야 작품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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