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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아들 떠나보낸 지 1년 깊은 슬픔 딛고‘멋진 아빠’로 살아가는 이광기
하늘로 아들 떠나보낸 지 1년 깊은 슬픔 딛고‘멋진 아빠’로 살아가는 이광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2.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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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위하는 모습,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무언가를 잃은 사람과 마주할 때 보다 조심스러워지거나 이내 함구하는 것이 대개의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피드백이겠다. 그래서 그의 심정에 대해 섣불리 억측하고자 함이 아니라, 섣불리 위로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곁을 내어주고야 마는 그만의 담담함을 응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의 앞에 섰다. 배우 이광기와의 만남과 그의 주변을 둘러싼 고즈넉한 풍경에 대한 일종의 크로키(단시간에 재빨리 포착해서 그리는 밑그림)라고나 할까. 이 만남, 생각보다 여진이 길었다.
그에게서 지난달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간 전 세계의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아버지 같은 넉넉함이 그 안에서 더 크게 웃자랐기 때문일까. 최근 일산 원마운트 모델하우스에서 국내 아동 열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자선 전시회인 ‘원마운트, 아트라는 날개를 달다’를 열고 흔쾌한 마음으로 많은 관람객들을 맞은 그다. 수익을 남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소외된 아이들,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자 하는 진심 어린 조력의 손길인 것.
평소 그림에 애정이 많은 그인지라 이번 전시회가 유달리 좋은 습관이자 의미로 다가온다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그저 느낌이 좋은 작품을 이따금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집안 벽면 가득, 미술작품이 빼곡할 정도다. 밀알이 자라 수만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리는 ‘빵’으로 자리매김하듯, 그의 가슴속은 유달리 깊숙하게 고인 어떤 부성(父性)의 우물인 듯 보였다. 갤러리를 걷는 그의 뒷모습, 뭉툭한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양지 방향의 자리를 권했다.

천사로 선택 받은 아이라고 생각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에게는 마냥 새삼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자선 전시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봉사 연락망을 구축하며 후원금을 모아온 그는 끊임없이 조력 의지를 잃지 않으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아이티같이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의학 차원에서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오랜 바람이다.
“늘 장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단발성,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해서요. 얼마 전에 고려대 의사들을 1기로 모셨는데요. 우리나라의 발달한 의학기술로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죠.”
이렇듯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실천이 실질적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그의 상황이나 심리가 실제로 ‘부모’라는 입장에서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11월 신종 인플루엔자의 급속한 전염으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뼈아픈 아픔을 겪었다. 한동안 그 고통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는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는 듯한 아픔을 아내와 함께 이겨내야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라는 전염병, 한창 화두에 올랐고 가장 절실하게 부모들이 우려했던 부분이잖아요. 제 아이의 일로 인해 정말 수많은 아이들이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해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우리 아들이 어쩌면 한 명의 천사로 선택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정말 그렇게라도 믿고 싶어요. 그 아이 덕분에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또래 친구들을 살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처음엔 ‘왜 하필 우리 아이여야만 했을까’ 싶은 생각에 세상을 향한 원망도 했다. 탤런트 박철은 “연예인 아들 중 가장 잘생긴 아이일 것”이라는 말로 그를 위로해주었다며 아픈 상념에 젖는 그. 그러한 시기에 신앙의 힘은 그와 아내를 버티게 해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끊임없는 기도로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을 수 있었다고.
“한때 너무 힘이 들어서 아내와 차라리 천국에 가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극단적인 생각에 빠진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만약 우리 부부가 스스로 그 아이 곁으로 간다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집사람과 이렇게 결심했어요. ‘우리 정말 멋지게 살자. 하느님이 인도해주신 선한 길을 따라간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떳떳한 엄마 아빠가 될 수 있겠지’라고요.”
남을 위한 봉사활동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한 그의 삶의 의지이자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필사적 노력이다. 아이티에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꿈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그.
“아이티에서 어려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그날이 제 아들의 백일 기일이었거든요. 그날 밤 ‘아빠, 슬퍼하지 마. 힘들어하지 마’라며 절 위로하는 아들 모습이 꿈에 나타났어요. 봉사의 삶을 내 아이가 기뻐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우리 남은 가족, 꿋꿋이 살아나갈 거예요.

믿음직한 가장이자 연기자로서
딸 연지는 그런 부부에게 큰 위안을 주며 그에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이유, 그 동력을 상기하도록 하는 가장 거대한 존재다. 자신의 일기장에 “엄마, 아빠가 힘들어할지도 모르니까 울지 말아야겠다”라고 쓸 정도로 속이 깊은 아이임을 알기에 부모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플 때도 많았다고.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우리 연지가 잘 버텨줬고, 그래서 지금도 너무 감사해요. 인도에 함께 봉사활동을 갔는데 힘들게 사는 그 나라의 또래 친구들을 보더니 나중에 꼭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자기 손으로 친구들을 치료해주고 싶대요. 그런 마음이 참 기특하죠.”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잃지 않고 생계를 걱정할 수 있는 마음은 그의 곁에 딸과 아내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연지는 문장실력이 좋고 영어를 좋아하는 야무진 여자아이라며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는 그다. 딸의 학습 성향까지 꿰뚫으며 아이가 훗날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아빠로서 조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물질에 대한 욕심은 기본적으로 별로 없는 편이지만 사람이 기본생활은 해야 되는 것이잖아요. 이제 새롭게 아침 드라마를 시작하거든요. 몇 년 동안 예능에서 개구진 느낌의 캐릭터로 활동하다가 저로선 큰마음 먹고 시작하는 일이에요. 생각해보면 우리 아들에게 늘 ‘방송인 아빠, 재미있는 아빠’일 뿐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들에게 우리 가족 잘 살고 있다고, 응원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들에게 생전에 미처 해주지 못했던 것을 세상 아이들에게 베풀고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는 그.
“우리 아이가 살아 있을 때 그림을 참 잘 그렸어요. 소질이 남달랐죠. 그런데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제 아이가 그린 그림의 티셔츠를 단체로 주문해주시곤 해요. 지인들이 요즘 자꾸 그것을 좋은 취지에서 온라인 사업으로 확장해보라고 권유들을 하시는데, 계속 생각 중이에요. 판매기금을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아이들을 돕는 데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꾸준하게 지속되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며, 그는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누군가 그에게 불시에 물어온다면 그는 언제든 화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그는 여전했다. 어엿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우리가 아는 그 사람, ‘이광기’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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