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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아나운서의 새로운 도전...8시 뉴스 앵커에서 배우로
손정은 아나운서의 새로운 도전...8시 뉴스 앵커에서 배우로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10.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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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맹활약했던 손정은 아나운서. 특유의 똑 부러진 진행 능력을 뽐냈던 그녀가 이번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8시 뉴스 앵커에서 배우로 파격 변신한 것. 특히 최근 예능에 출연한 그녀는 왠지 차가울 것 같은 앵커 이미지가 아닌 다소 수다스러운 모습으로 친근함을 더했다. 결혼, 출산은 물론 마흔에 접어든 손 아나운서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에 매우 목말라 보였다.

어쩐지 차분하고 조신할 것 같은 아나운서 이미지와 근래 예능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준 예능감. 무엇이 진짜 인간 손정은의 모습일까?

“원래 후자가 더 저다워요. 신입 때부터 발랄하고, 수다 떠는 거 참 좋아했어요. 지인들과 동료 아나운서들은 다 알고 있답니다. 후배들이 말하기를 저더러 허당이래요. 제가 시사 뉴스 진행하는 거 보면 너무 웃길 정도랍니다.”

결혼, 출산 후에 마음이 더 넓어지긴 했으나 그녀의 장난기 가득한 애초 성격엔 변함이 없었다. 사진 촬영 때도 높은 구두 대신 편한 운동화로 한껏 여유를 부린 그녀다.

특히 근래엔 그녀를 시사·교양 프로그램 외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공연장에서 볼 일이 늘어났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드라마 <더뱅커>, 연극 <미저리>를 통해 연기에 도전한 것. 이는 아나운서의 외연 확장에 대한 끈질긴 고민의 결과물이었다고 그녀는 첫 운을 뗐다.

“아나운서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며 존재감을 더 알려야 하는데 갈수록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요. 아나운서의 위기지요. 그럼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아나운서들끼리 모여서 굉장히 심각하게 회의를 여러 번 했어요. 결국 우리만의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는 답이 나왔지요. 주어진 대본을 잘 읽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끝났으니까요.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가지고 대중 앞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재진 감독과 배우 김상중과의 인연

그때 평소 알고 지내던 이재진 감독으로부터 <더뱅커>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손 아나운서. 자신이 연기라니? 배우는 그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제 8시 뉴스 앵커 자리도 내려왔으니 연기 한번 해보자는데, 이 감독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드라마 할 때쯤 정식으로 섭외 요청을 하더라고요.”

무엇인가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그녀도 크게 망설이지는 않았다. 캐릭터도 앵커가 아니라 금융감독원 팀장으로 악역이라는 점에 더 끌렸다. 황선숙 MBC 아나운서 국장도 적극적으로 지지, 후배에게 자식 생각하는 마음으로 큰 응원을 보탰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성격은 배우 생활을 하는데도 빛을 발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그녀는 연기학원에 등록, 기본기부터 닦았다. 실제 대본을 받은 뒤엔 자신의 촬영 신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선배들의 연기하는 모습, 카메라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예습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열정을 좋게 본 이로 인해 또 다른 기회까지 얻었다는 손 아나운서. 배우 김상중에게 연기 톤이나 억양, 발음, 얼굴 표정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녀는 되뇌었다.

<더뱅커> 촬영분이 거의 끝날 무렵, 김상중은 그녀에게 자신이 출연할 연극 <미저리>의 보안관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저리>의 보안관 역은 나이 많은 남자 배우가 해왔다. 이에 그녀는 또 한 번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화제 몰이를 했다. 그녀에게 역시 브라운관이 아닌 극장에서의 연기 경험은 굉장한 설렘을 가져다준 듯했다.

“연기는 정말 어렵지만 아주 매력적이어서 더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동시에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연기로 푼 가슴 속 응어리

연기학원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연기학원은 단순히 대본을 던져주며 연기해보라고 하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첫 수업 때 제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세요’라고 한 점이 되게 좋았어요. 구체적인 상황 속에 들어가서 제 스토리를 펼치게 되는데,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연기가 연기가 아닌 거예요. 저에 대해 돌아볼 기회도 되고요. 함께 수업을 듣는 젊은 친구들과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인생이 제게 다가오기도 하더랍니다.”

실제 무대 위에 섰을 땐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됐다는데…. 마치 자신의 말을 하는 것만 같은 카타르시스를 줬다고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나운서로서는 제 생각을 말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하다못해 SNS에 글을 올릴 때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지요.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요.”

뉴스 앵커를 하면서는 더더욱 그랬다. 세상 소식을 전하면서 객관성,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자기 생각은 배제해야만 했다. 게다가 나이 많은 남자 앵커, 젊은 여자 앵커 사이에서 남자 앵커에게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뉴스 제작 구조 하에서 자신이 느낀 답답함은 무척 컸다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그렇게 쌓인 제 가슴 속 응어리들이 연기하면서 풀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나운서, 앵커, 심지어 배우라는 프레임을 과감하게 깨 가며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고 싶다고 그녀는 소원했다.
 

 

마흔을 맞으며

마흔을 맞아 그녀의 인생관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일까. 이전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음에도 그녀는 롤모델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저만의 카테코리를 창출해보고 싶은 거니까요.”

도리어 후배들이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손정은 아나운서. 자기가 갔던 길을 똑같이 따라오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자신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 카테고리를 형성했으면 하는 게 선배인 그녀의 바람이다.

“요즘 여자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용기를 가져라! 주변의 평가는 두려워하지 말고, 너만의 길을 가라!’라고요.”
 

8시 뉴스에서 못다 한 이야기

이에 힘입어 그녀는 나이 많은 남자 앵커, 젊은 여자 앵커 구도의 뉴스도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여자 아나운서가 마냥 소비만 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지난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그녀에게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자리였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만큼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저는 연차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제 생각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하더군요. 미투 운동부터 시작해 사회적으로 여성 인권이 많이 올라갔지만, 메인 뉴스의 남녀 앵커 구도는 아직도 그대로예요.”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뉴스 앵커 구도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언어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야지요. 보도국에서도 그만한 권한을 여자 앵커에게 부여해야 하고요. 더 이상 시청자들도 젊고 예쁜 여자 앵커를 원하지 않아요. 어느 방송국이 선구자가 되느냐 지켜볼 일입니다.”

자신 또한 현실에 안주하며 편하게 살기보다 늘 변화를 갈망, 실현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손정은 아나운서. 그게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당당한 삶이 아닐까 싶다며 그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향후 그녀가 아나운서를 비롯해 배우로서 혹은 또 다른 수식어로 펼칠 크리에이티브한 퍼포먼스를 기대해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촬영 협조 카린 홍대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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