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바람이 물러간 자리를 오늘의 바람이 차지하고 갈대를 흔들었다.
갈대는 그저 바람만의 세상하며 순종하고 있었다.
밤새 일했던 등대는 졸음에 젖어있고, 바다 건너 산들은 누운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새 한 마리 없는 하늘에 서북풍을 탄 구름은 느리게 남쪽으로 날아갔다.
겨울을 예비하는 물고기들은 바다 깊이 침잠했는지 기척이 없었다.
늦은 가을, 고흥 여호항의 소경(小景)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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