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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복무지 다르나 부모된 동변상련 마음 아파”
“비록 복무지 다르나 부모된 동변상련 마음 아파”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1.1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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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아들의 해병대 입대가  이슈 되는 현실이 부끄러워… 남자라면 군대는 당연히 가야 하는 곳” 

민주당 정장선 의원이 연평도 피격 소식을 처음 접한 건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였다. 민간인 불법 사찰 서명을 받던 중이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폭격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늘 있는 교전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군인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 뉴스를 확인했다. 사태는 정 의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연평도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관련 기사는 실시간으로 계속 흘러나왔다. 마치 전쟁터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뉴스에는 전사자가 있다고 했다. 해병 병장과 이등병이었다. 몸이 떨리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해병대에 입대해 이제 막 일등병을 단 큰아들이 생각났고, 부상당한 해병들이 내 자식 같아 마음이 미어졌다.

전사한 해병 내 아들 같아
정장선 의원·이성숙 부부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큰아들 한범 씨는 현재 진해에서 해병대로 군복무 중이고 둘째 아들 한얼 군은 올해 고3이 된다. 연평도 포격이 있던 날 저녁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나는 괜찮아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아들의 음성에 안도감보다는 죽은 병사들의 부모들 생각으로 또 한 번 눈물이 나려 했다.
“아들과 통화하는데 전사한 병장과 이등병이 생각났어요. 해병대는 모든 훈련을 다 받으면 그제야 해병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준대요. 한범이도 처음 빨간 명찰을 달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고 했어요. 이번 포격으로 전사한 이등병은 힘든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에 한시름 놓고 있는 상황이었을 거예요.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겠죠. 병장은 고된 해병생활을 거의 마감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던 중이었을 거고요. 마음이 많이 아팠죠.”
아들이 해병대에 갔을 때 힘든 훈련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던 일. 훈련을 모두 마치고 해병대 빨간 명찰을 달았을 때 아들이 감격에 차 보낸 편지는 부부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성숙 씨 역시 “사망한 장병들이 꼭 아들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격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아들로부터 편지가 왔어요. ‘최근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전방에 있는 전우들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후방에서 부모님께 편지도 쓰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동시에 그들이 자랑스러워집니다. 국민들도 그렇겠죠’라는 내용이었는데 전우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묻어났죠. 해병대에 있는 대한의 아들들이 무척 자랑스럽고 친밀하게 느껴졌어요.”
2010년 11월 27일에 있었던 연평도 전사 해병대 영결식에 다녀왔다는 정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언제든 또 이러한 긴장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는 북한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몇 배 더 응징하겠다고 공언해왔어요. 그런데 북한의 기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렇게 준비 없이 당했으니 탄식할 뿐이죠. 지금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거예요. 북한과 대화 통로는 꽉 막혔고, 중국만 쳐다보는데 그것도 불통이죠. 이제부터라도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 협력할 것은 하고 지원할 것은 하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날로 성숙해지는 아들을 보는 기쁨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통상적으로 스무 살 이후 입대를 생각한다. 정 의원 부부의 아들 역시 어디서 군복무를 할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해병대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범이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병대로 자원입대했어요. 처음 아이가 해병대에 간다기에 ‘꼭 가야겠느냐’며 조금은 말리고 싶은 마음이었죠. 저도 특전사로 군에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해병대에 가겠다는 아들이 걱정됐어요. 너무 잘 아니까요. 하지만 반대하지 않고 그저 격려해주었어요. 해병대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해병대 지원을 결정하고 나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인터넷으로 알아보더군요. 한범이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체력시험 준비를 매일 했어요. 결국 체력시험은 만점을 받았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제출했는데 결석이 하나도 없어 만점이라 합격할 것 같다고 했죠. 합격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들은 벌써부터 해병대 행세를 하고 다녔어요. 술집에서 해병대 출신 주인에게 공짜 술을 얻어먹기도 하더군요(웃음).”
해병대에 합격하자 가장 좋아한 건 이성숙 씨였다. “해병대 합격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보다 더 반갑다”며 반색했다고.
“저는 서울대 붙은 것보다 더 기뻤어요. 아들이 참 자랑스럽고 멋져 보이더라고요. 우리나라 명문대 중에 최고는 해병대잖아요(웃음).”
평소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의리파인 데다 중·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있는 아들이지만, 부부의 마음에는 여전히 어리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휴가를 나올 때마다 건장하고 어른스러워지는 아들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다.
“한범이가 2박 3일로 휴가를 나온 날이었어요. 휴가 첫날에 제가 러시아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어 아들에게 통역을 부탁했는데 선뜻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한범이는 입대 전 러시아어를 전공했거든요. 그렇게 휴가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오전까지만 해도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밤 9시에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하던 아이가 약속을 모두 취소하더군요. 당시 둘째 한얼이가 고2였는데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방황하고 있었어요.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 성적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날은 동생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약속을 취소한 거예요. 사실 휴가 때는 친구들을 제일 만나고 싶잖아요. 이처럼 절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많이 자랐구나 생각했어요.”

군대 간 청년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부부는 군대에 있는 아들과 자주 편지를 주고받는다. 힘들 때마다 부모가 보내준 편지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는 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빠가 내려준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것. 이성숙 씨는 부모와 자녀 간에 이토록 대화를 자주 나누는 집은 없을 거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하고 대화를 많이 해요. 특히 아빠와 저녁에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죠.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으로 사는지 거의 다 아는 편이에요. 아이들은 저희에게 와 상담을 하고 함께 의논하면서 해결하는 식이거든요. 부모와 대화하는 습관이 돼 있다 보니까 전화도 거의 매일 와요. 농담으로 ‘나도 군 생활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니까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부부가 입을 모아 한 말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 지원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조국을 지키는 데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 부부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제대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 부모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군대는 힘든 부분이 물론 있지만 부모, 미래,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특히 엄마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전화도 자주 하고 자녀도 애틋한 마음을 더 갖게 되니까요. 그러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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